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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40년 관찰, '개미 사회', 한국 배울 점 많더라"



사회 일반

    최재천 "40년 관찰, '개미 사회', 한국 배울 점 많더라"

    아이들과 부모님을 위한 15권의 개미 이야기책
    전 세계 개미, 확인된 것만 약 1만 종
    한국 사회가 필요로하는 덕목들 개미에게 배워야
    한국 사회 저출산 고령화 재앙이라고 하지만..
    생물학자 눈에는 진화의 산물, 순응하며 길 찾아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5월 21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우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물학자, 생태학자이시죠. 최재천 교수.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지내신 후 지금까지도 인간과 동물,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대중과 소통 중이신데 최근에 또 큰 일을 두 개나 벌이셨습니다. 미리 얘기하면 좀 뭐하니까요. 만나뵙고 바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네, 반갑습니다.

    ◇ 정관용> 독립생태원장하실 때 저희 프로에 오셨었습니다.

    ◆ 최재천>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벌써 몇 년 흘렀어요.

    ◆ 최재천> 네. 한 3년.

    ◇ 정관용> 16년 말에 그만두셨죠?

    ◆ 최재천>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생태원장 그만두신 후에 제가 또 따로 뵀었는데 생태원 직원들이 그렇게 최재천 원장님을 그리워한다고.

    ◆ 최재천> 좀 지어내신 것 같은데 그리워하는 사람이 몇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 얘기는 더 안 하겠습니다.

    ◆ 최재천> 저는 그리워합니다, 그분들을.

    ◇ 정관용>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이라는 걸 내셨는데 이게 전 세계 오백 몇 십명 필자들이 참여한 거라고요?

    ◆ 최재천> 네.

    ◇ 정관용> 이게 뭡니까?

    ◆ 최재천> 이상하게 지난 한 15~16년? 학계에 그러니까 전 세계 학계에 백과사전 만드는 붐이 일었어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사실 국내 학자들 중에는 관여한 사람이 많지 않은지 별로 이렇게 얘기가 안 됐는데. 하여간 분야마다 백과사전을 만들더라고요. 조금 이상한데? 지금 시대에 누가 백과사전 보는 사람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하고 느낀 건 뭐냐면 백과사전을 만든다고 걸어놓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거더라고요.

    ◇ 정관용> 관련된 학자들의 모든 자료와 연구를 집대성한다.

    ◆ 최재천> 네. 그래서 오프라인 백과사전보다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그러니까 외국 출판사가 그거를 이제 하는 거죠. 도대체 동물행동학이라는 분야에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일본만 해도 학회가 모이면 1000명 모이고 이러는데 우리는 만약에 학회한다고 하면 한 10명 모일까? 이러니까.

    ◇ 정관용> 그렇습니까?

    ◆ 최재천> 네. 그러니까 우리는 학자가 없는. 정말 빈약한 나라인데 어쩌자고 그런 나라의 학자인 저를 총괄편집장으로 그쪽에서 추대를 했는지. 제가 차마 거절을 못하겠더라고요. 이건 가문의 영광이 될 테니까.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고생, 고생했습니다.

    ◇ 정관용> 이거 은근히 자랑하시네요.

    ◆ 최재천> 네, 은근히. 가문의.

    ◇ 정관용> 한국에 동물행동학 연구자는 정말 빈약한데 최재천은 우뚝 서 있군요?

    ◆ 최재천>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저를 불러서 차마 거절을 못하고.

    ◇ 정관용> 대단한 작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 최재천> 힘들었습니다.

    ◇ 정관용> 3년이나 걸렸고. 오백 몇 십 명 전 세계 동물행동학자들이 전부 다 참여를 했고.

    ◆ 최재천> 그렇죠. 그래도 이름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참여한 거죠.

    ◇ 정관용> 그거는 정말 학계에서 대단한 일을 하신 거고. 그 다음에 최근에 무려 15권짜리 아이들을 위한 개미 이야기 책을 내셨습니다. 15권.

    ◆ 최재천> 네.

    ◇ 정관용> 이거는 학자들 몇 백명한 거 아니죠? 혼자하신 거죠?

    ◆ 최재천> 저하고 그림 그리시는 박상현 씨라고 아주 그림을 정말 예쁘게 잘 그리시는 분인데 같이 제가 글을 마련하면 그분이 그걸 그림을 그리고 예를 들면 개미의 근면함, 개미의 부지런함, 개미한테 배우는 지혜 이런 식으로 그 주제를 적다 보니까 15꼭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도 퍽 걸렸어요. 시간이 4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요.

    ◇ 정관용> 15권이 누구 장난이 아니죠. 이건 처음에 왜 기획하시게 된 거예요?

    ◆ 최재천> 제가 기획한 건 아니고요.

    ◇ 정관용> 출판사에서.

    ◆ 최재천> 출판사에 와서 이런 거 해봅시다 해서 생각해 보니까 뭐 아이들한테 제가 어쩌다가 제가 잘 아는 어떤 분이 입양을 한 3년 전에 하셨는데 그분이 저를 요즘 질투할 정도로 그 아이가 저를 너무 너무 좋아해요.

    ◇ 정관용> 그 아이가? 자기 아빠보다도?

    ◆ 최재천> 아빠를 더 좋아하겠죠. 그런데 같이 만나기만 하면 저를 개미박사님, 개미박사님 부르면서.

    ◇ 정관용> 몇 살인데요?

    ◆ 최재천> 걔가 이제 5살이에요.

    ◇ 정관용> 아이고.

    ◆ 최재천> 그런데 정말 3살 반? 이때쯤 왔는데 그 아이를 제가 가끔은 돌봐야 되는 상황이 자꾸 연출이 됐는데 제가 그냥 마당에 나가서 개미를 들여다 보는, 그리고 개미를 무서워하지 않게 개미 집앞에 손 이렇게 벌리고 개미가 기어올라오게 하고 그거를 아주 어렸을 때 걔가 저랑 같이 하고 난 다음에는 무서워하는 게 전혀 없어요. 곤충에 대해서 벌써 어마어마하게 많이 알고 그 아이를 이제 책도 읽어주고 이러다가 출판사가 와서 조르는데 그 녀석 얼굴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책 만들면.

    ◇ 정관용> 좋겠구나.

    ◆ 최재천> 그 녀석이 좋아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냥 수락하고 작업했습니다.

    ◇ 정관용> 15가지가 개미한테서 배우는 15가지 덕목들인데.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제가 지금 봤어요. 협동, 이해됩니다. 개미는 군집생활을 하고 하나의 사회적 개체니까. 금방 이해가 돼요. 생명의 탄생, 이것도 동물이니까. 부지런함, 당연하죠. 단체 생활, 지혜가 있다, 생존, 창의성, 의사소통 다 이해가 돼요. 참을성이 뭐예요? 참을성이. 개미도 참을성이 있어요?

    ◆ 최재천> 그러니까 이게 거기에 대표적으로 제가 소개한 개미가 꿀단지 개미라는 개미인데요. 이게 미국이나 호주에 사막에 사는 개미들인데. 사막에서 먹을 게 별로 없는데 곤충들을 이를테면 진딧물 같은 거를 보호해 주고 그 단물을 좀 빨아먹는 거예요. 아니면 식물을 보호해 주고 식물로부터 단물을 채취해서. 그런데 이게 먹을 게 별로 없는 동네에 사는데 저장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꿀단지가 없는 거예요. 꿀은 가져왔는데. 그래서 살아 있는 꿀단지가 만들어집니다.

    ◇ 정관용> 뭐예요?

    ◆ 최재천> 그들 중에 몇 마리가 천장에 올라와서 매달리면요. 입으로 매달리면 벌려진 틈으로 친구들이 계속 꿀을 가져다 넣습니다. 그러면 이 몸이 배가 한 20~30배 정도로 커져서 웬만한 머루정도 크기로 커집니다. 그런데 그 상태로 그 무거운 몸을 하고 몇 달을 매달려 있다가 먹을 게 없다고 친구들이 와서 올라와서 보채면 그걸 또 게워서 내주고.

    ◇ 정관용> 그게 소화되지도 않고?

    ◆ 최재천> 네.

    ◇ 정관용> 그냥 저장만?

    ◆ 최재천> 저장하고 그냥 몇 달을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참을성이라는 건 이거는 뭐 상상을 초월하는, 만약에 제가 우리 국민들한테 나라가 어려울 시절을 대비해서 국민 한 오십 분만 차출하겠다. 그래서 천장에 매달려서 5개월 동안 이렇게 담그고 계셔라. 전부 이민 가죠. 차출되면 이민 가고 도망가실 거예요.
    어린이 개미 이야기/최재천 교수 (사진=도서출판 리잼 제공)

     


    ◇ 정관용> 그런 참을성이 있군요.

    ◆ 최재천> 굉장합니다, 이건.

    ◇ 정관용> 책임감, 책임감의 대표는 또 누구예요?

    ◆ 최재천> 책임감은 개미 중에 거북이 개미라고 저희가 이름 붙인 개미가 있는데요. 그 개미는 이상하게 그 일개미들 중에는 가끔 이마가 평평한 놈이 있어요. 이렇게 개미가 둥그렇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깎아놓은 것처럼 평평해요. 뭐하는 놈인가 하면 굴 문을 막는 놈이에요. 굴 문을 딱 막고 이렇게 대고 있다가.

    ◇ 정관용> 다른 공격자들이 못 들어오게.

    ◆ 최재천> 못 들어오게요. 자기 친구들은 나가서 먹이 가지고 오면서 더듬이로 거기다가 따단따단따단 치면 암호가 맞으면.

    ◇ 정관용> 신호.

    ◆ 최재천> 비켜줘요. 아니면 들어오게 하고 아니면 나가게 하고. 그거를 일단 시작한 놈은 죽을 때까지 그거를 합니다. 제가 나쁜 짓도 좀 했는데요. 그게 얼마나 단단하게 그놈이 막나를 테스트한답시고 쑤셔봤는데 머리가 깨지더라고요. 이게 미는 감, 제가 미는데 송곳은 아니었는데 그게 또 제법 뭉툭하지만 막대기였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힘을 주니까 퍽하고 이마가 깨지더라고요. 그 정도로 그냥 꽉. 내가 맡은 책임은 죽어도 한다. 개미는 참 대단한 동물입니다.

    ◇ 정관용> 전 세계 개미 종류가 몇 종이나 됩니까?

    ◆ 최재천> 지금 저희가 찾은 게 1만 종 정도 되는데요. 저희들 생각에는 한 3만 종은 있지 않을까. 아직 못 찾은 게 2배는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죠.

    ◇ 정관용> 전 세계에 있는 개미를 다 합친 무게를 재면 어떻게 됩니까?

    ◆ 최재천> 사람보다 무겁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네. 개미하고 사람하고 만약에 놀이터에 가서 시소에 올라간다. 처음에는 사람이 분명히 유리하죠. 한 사람 올라가도 70kg 딱 이러니까 개미들이 막 올 거 아니에요. 한참 하다 보면 사람은 발이 달랑 들려서 77억 명이 그 위에 다 올라타도 들려서 땅을 못 딛는 일이 벌어집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단일 개체. 물론 종은 다양하지만 단일 개체로서 가장 많고 가장 양도 많은 게 개미 아닐까요?

    ◆ 최재천> 글쎄요. 미생물이 제일 많고요.

    ◇ 정관용> 미생물.

    ◆ 최재천> 또 따지다 보면 개미보다 더 많은 애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눈에 띄면서 그 정도 되는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죠.

    ◇ 정관용> 아이들을 위한 15가지 덕목 책을 내셨는데. 사실 어른들이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아이들한테 읽어주면서 부모님들도 같이 읽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여기 보면 협동, 참을성, 책임감, 나눔의 정신, 이런 모든 게 다 인간이 개미만 못하잖아요?

    ◆ 최재천> 네. 특히 요즘 대한민국 사회가 정말 필요로 하는 그런 덕목들이 제법 많잖아요. 우리가 참 똑똑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굉장히 똑똑하고 열심히 살고 다 좋은데 요즘 보면 뭔가 협동 잘 못하고 갈등 심하고 남 비난 너무 많이 하고. 개미한테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진짜.

    ◇ 정관용> 동물행동학자이시니까 개미들은 이게 참 나쁜 행동보다 좋은 행동이 좋은 거야. 이렇게 교육받아서 선택해서 한다기보다는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서.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또 번식을 위해서 종족의 확대를 위해서. 그렇게 하다 보니 나누고 협동하고 또 책임감을 갖고 참고 하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그렇게 간 거 아닙니까?

    ◆ 최재천> 네.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네.

    ◇ 정관용> 그런데 왜 인간들은 그걸 몰라요?

    ◆ 최재천> 지금 발언하시는 중에 제가 꼬투리를 하나 잡으면 종족의 뭐를 위하여, 이러면 이건 좀 논리적으로 안 맞는 얘기예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개미가 나는 우리 종족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할래. 이렇게 생각하는 개미는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럼요?

    ◆ 최재천> 우리도 우리 어렸을 때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외웠지만 우리가 평소에 일할 때 내가 민족 중흥을 하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 정관용> 아니죠.
    어린이 개미 이야기/최재천 교수 (사진=도서출판 리잼 제공)

     


    ◆ 최재천> 지금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해서 내가 내 안사람이랑 잠자리를 해서 아이를 낳아야 되겠구나, 그건 아니잖아요. 좋으니까 잠자리하다 보니까 아이가 탄생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게 개체 수준에서 설명을 해야지 집단 수준에서 설명을 하면 그 설명은 좀 조금은 문제가 있는 설명이에요. 그런데 개미는 그러면 개체 수준에서 자기주관이 없는 동물인가? 그냥 전체를 위해서만 사는, 그렇지는 않아요. 개미도 모반도 일으키고요. 혼자 자기네들끼리 다른 쪽에서 다른 살림도 차리고 이런 짓 다 합니다. 다만 개미들의 계산 방법이 우리들의 계산 방법하고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까지 얘기하면 섭섭하실지 몰라도 인간이 개미보다 분명히 더 똑똑한데 우리의 계산의 그 기준이 시간적 기준이 우리는 너무 짧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당장 이득을 기가 막히게 계산을 잘하다 보니까 행동을 거기에 맞춰서 너무 빨리빨리 하는. 개미는 조금 우리보다는 셈이 약간 느린지 지금 당장 나한테 도움이 좀 안 되는 것 같아도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했는데 잘살았다더라, 그 계산에 그냥 따라서 좀 묵묵히 진득하게 하는 면이 좀 있어요, 보면. 그래서 우리 인간도 이걸 어떻게 그럼 해야 되나 하는 건데. 더 현명해지면 되는 건지.

    ◇ 정관용> 더 현명해져야죠, 개미한테 배우고.

    ◆ 최재천> 아니면 막말로 조금 무뎌지면 되는 건지. 가끔 고민해 봅니다.

    ◇ 정관용> 시간적 기준이라는 말씀이 저는 딱 와닿는 게. 솔직히 인간은 철 없잖아요. 지구상에 나타나기 시작한 지 10만 년밖에 더 됐 있습니까? 개미는 1억 년 이상, 이렇게 되잖아요. 어따대고 저희가 개미한테. 그 오랜 역사 속에 자기들이 법칙화한 것들이 우리보다 훨씬 뿌리가 있는 거죠.

    ◆ 최재천> 그렇죠. 그러니까 만약에 개미 사회에서도 굉장히 세태에 밝은 개미집단이 있었다. 그냥 뭐 수시로 전략을 바꾸고 막 이러는 개미와 조금은.

    ◇ 정관용> 진득한 부분.

    ◆ 최재천> 약간은 뭔가 하는 것 같은데 조상 대대로 조금 기다렸다가 해보자. 이런 현명함이 그 사회에 덕목으로 있는 그런 개미 집단하고 결과적으로는 아마 후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런 습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죠.

    ◇ 정관용> 우리 철부지 인간들이 함부로 까불다가는 금방 퇴출 당해요. 그렇죠? 최근에 최 교수님께서 최근 관심 갖고 분석 중인 생물종이 인간이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인간의 특징은 번식기와 번식 후기, 번식 후기가 다른 어떤 동물보다 가장 길다. 이제 앞으로 더 길어질 것이다. 이 특징을 말씀하셨거든요.

    ◆ 최재천> 네.

    ◇ 정관용> 다른 동물은 그런 동물이 없어요, 정말?

    ◆ 최재천>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침팬지 사회의 번식 못하면서도 한 3년 살다가 죽는 할머니 아닌 할머니가 있고요. 고래집단에도 가끔 조금 나타나고 이러는데 우리처럼, 우리처럼 번식을 멈추고도 40년, 50년을 사는 동물은.

    ◇ 정관용> 없죠.

    ◆ 최재천> 없죠.

    ◇ 정관용> 그러다 보니. 할머니 효과가 생긴다고요? 할머니가 손자들을 보면 번식을 마친 아빠 엄마들은 아들을 안 봐도 되니까 생산활동이 늘어나고. 이러면서 더 수명 연장이 가능해지고. 이런 거라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 최재천> 네. 그러니까 마치 지금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이 저출생 고령화가 엄청난 재앙이라고 지금 막 난리를 치지만 어쩌면 생물학자인 제 눈에는 이게 진화의 산물인데, 이게 그냥 된 게 아닌데. 이거를 이렇게 전면으로 거부하면서 정책을 세운다는 게 과연 현명할까? 이건 다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된 건데. 그렇다면 그 진화의 순응하면서 길을 찾는 게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

    ◇ 정관용> 그 비법이 뭡니까?

    ◆ 최재천> 사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발해서 지금까지 예전의 우리 무슨 호모 종이라든가 또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해서 그 전에 우리 호모사피언스 전에 쭉 있었잖아요. 그들이 한 종도 이루지 못한 전 세계 모든 지역을 다 석권했잖아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추운 곳, 더운 곳 가리지 않고 인간이 살고 있지 않는 곳은 이제 거의 없는. 이 어마어마한 일을 해낸 그 인간, 뭔가 독특한 게 분명히, 분명히 있어 보인다는 거죠.

    ◇ 정관용> 네.

    ◆ 최재천> 그걸 잘 찾아내면 될 것 같은데. 제가 지금 무슨 얘기하고 있어요? 이주를 하는 동물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최재천> 끊임없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는.

    ◇ 정관용> 개척하고.

    ◆ 최재천>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결론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람이 적은 곳으로 이주하면 돼요. 그러니까 문호를 개방하면 이민을 자유롭게 하면 그런데 이게 대단히 사람들이 싫어하는 얘기더라고요. 난민들 받아들이는 이런 문제가 너무 어려운 문제잖아요.

    ◇ 정관용> 이론적으로는 우리처럼 저출생 고령화가 심각해지면 노인 부족한 대로 우리 노인들이 가면 되고. 젊은 사람들 이리 오면 되고, 그 말이군요?

    ◆ 최재천> 그렇죠. 왜 이 얘기를 이렇게 힘주어서 할 수 밖에 없느냐 하면 전 지구적으로 보면 지금도 우리 인간은 너무 많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지금 60억에서.

    ◇ 정관용> 특히 가난한 나라들.

    ◆ 최재천> 그렇죠. 60억에서 70억 되는데 10여 년 걸렸고요. 지금 77억 인데, 벌써 80억 되는데 10년이 잘못하면 안 걸리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전 지구적으로 보면 지금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종입니다. 모든 환경문제의 끝에는 인간이 너무 많아서 이게 모든 환경 문제의 원인이거든요. 그런데 조금 잘 사는 나라들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어? 우리나라 사람이 줄어드네? 그래서 출생율을 높이려고 또 난리법석을 치면 더 빠른 속도로 지구의 호모사피엔스는 늘어나는 거죠. 그럼 환경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고 그러면 모두가 다 절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버릴 거라는 거죠. 그렇다면 모두가 함께 사는 방법은 열어놓고 다 움직이고 이게 너무너무들 싫어하네요.

    ◇ 정관용> 그런데 너무 이론적이에요.

    ◆ 최재천> 그렇죠. 인정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보는 관점은 정말 다르십니다. 기본 그냥 바탕이 지구예요. 그렇죠?

    ◆ 최재천> 네.

    ◇ 정관용> 저는 겨우 국가, 이거 생각하는데.

    ◆ 최재천> 시간적으로도 저는 진화 이걸 하다 보니까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사회 단위에서도 이런 저출생 고령화 사회일수록 은퇴라는 개념을 없애고 나이 들어도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에 일하는 사람은 적게 받고 그러나 적게 받더라도 사회적으로 복지 혜택을 안 받아도 되니까, 자기가 일해서 먹고 사니까. 이게 바람직한 사회다, 이런 말씀하시잖아요.

    ◆ 최재천> 네.

    ◇ 정관용> 최재천 교수님은 앞으로 뭐하실래요?

    ◆ 최재천> 저요? 저는 남들보고 이모작하라고 이렇게 열심히 떠들어놓고.

    ◇ 정관용> 이모작, 삼모작까지 말씀하시잖아요.

    ◆ 최재천> 저는 삼모작 얘기한 적은 없는데요. 저는 이모작이라고 그랬는데 다른 분들이 삼모작 얘기를 또 확장해서 하시더라고요. 남은 그러라고 해놓고 저는 뭐 딱히 다른 거 할 생각이 별로 안 나네요.

    ◇ 정관용> 그냥 계속 이 일로?

    ◆ 최재천> 저는 뭐 대충 글쓰고 강의하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전 지구적 관점 하나 배웠고요. 그리고 이게 진화의 상징일 수 있으니 저출산 고령화를 무조건 어떤 두려움의 보지 맙시다.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 그런 방법 찾읍시다. 우선 나이 들어서 오래 일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 말씀. 오늘 여기까지 듣고요. 또 모시겠습니다.

    ◆ 최재천>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재천> 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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