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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샌프란시스코, 안면인식 기술 금지…한국 사정은?



IT/과학

    美 샌프란시스코, 안면인식 기술 금지…한국 사정은?

    실리콘밸리의 고장서 '보안 감시 금지 조례' 통과
    IT 기업들도 AI·안면인식 군사·경찰용 반대 목소리

     

    전 세계 첨단 기술 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품은 샌프란시스코시(市)가 1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처음으로 경찰 등 행정 당국의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감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기즈모도, CNN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 감독위원회는 이 법안을 8대 1(기권 2)로 가결시켰다. 다음 주 2차 투표를 앞두고 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시가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면 미국내 첫 안면인식 기술 감시 금지 도시가 된다. 오클랜드와 버클리도 비슷한 법령을 마련했지만 제한적이 수준이다. 사실상 사법·행정기관의 전면 금지 법안은 워싱턴 주와 매사추세츠 주에 이어 세 번째다.

    샌프란시스코의 '보안 감시 금지에 관한 조례(Stop Secret Surveillance Ordinance)'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담겼다.

    시에서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경찰 등 55개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감시 도구에 엄격한 감독을 시행한다. 새로운 감시 도구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감시 기술을 사용하려면 사전 공지와 입법 승인을 요구해야 한다.

    다만,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국제공항(SFO)과 샌프란시스코항(港)의 연방정부 시설은 제외됐다. 민간 기업이나 시민들이 안면인식 등 보안용 감시 기술을 사용하거나 경찰이 범죄 사건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녹화용 캠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안면인식 감시 시스템을 시험 운용해온 시 경찰국과 지역 범죄 예방 단체는 이 법안에 반대입장을 표명해왔지만 오클랜드 프라이버시, 미국 자유인권 협회(ACLU), 전자 프런티어 재단(EFF), 미국-이슬람 관계 협의회(CAIR) 등 비영리단체들의 지지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올해 초 제출한 이 법안을 추진한 아론 페스킨 감독위원은 표결 직전 "우리 모두 치안 유지에 찬성하지만 경찰국가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좋은 치안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은 감시 기술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부와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안면인식 알고리즘 'Rekognition'

     

    ◇ 생체정보 기술 앞선 미국, '안면인식' 감시에 부정적 여론 비등

    지역 사생활 보호 운동가이자 시민단체 안보 정의(Secure Justice) 책임자인 브라이언 호퍼는 기즈모도에 궁극적으로 이같은 책임감이 도시 전체에 이로움을 줄 것이라며 "다른 6개 베이 지역과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도 감시 자산 투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면서 투명성이 향상되고, 감독을 통해 실제 사용되는 감시 장비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CLU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유권자의 75%가 보안 감시 기술 도입과 사용에 앞서 공개토론과 표결을 거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기술은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최신 기술이지만 프라이버시, 인권 침해,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지타운 법대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 성인들의 얼굴이 경찰의 안면인식 기술 데이터베이스에 들어 있으며, MIT의 한 연구는 아마존의 '레코그니션(Rekognition)'을 비롯해 상당수 안면인식 기술이 여성과 유색인종 식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인식률이 정확하게 나나타면서 상대적으로 여성이나 유색인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최소 2개 주(州) 이상에 이 기술을 팔았고,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산하 이민국과 미연방수사국(FBI)에 판매하기 위해 테스트 중에 있다. 최근에는 이민국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비판 여론에 몰린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 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사 고객의 개인정보보호에 앞장서 왔다고 주장해온 애플은 애플스토어 절도범을 잡기 위해 매장내 보안 카메라를 이용해 안면인식 기술로 용의자를 특정한 뒤 경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지만 실제 범인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피해자로부터 1조원 대 소송에 휘말렸다.

     

    ◇ 안면인식 기술 적극 도입…"中정부 체제 감시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 비판도

    안면인식 기술에 가장 개방적이고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비교적 규제가 자유로운 '중국판 실리콘밸리' 센젠(深圳)에서는 안면인식을 이용한 지하철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안면인식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승객이 자신의 얼굴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고, 이 정보를 결제 수단과 연계시켜야 한다. 화웨이도 프로젝트에 참여해 AI 알고리즘 기술을 제공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KFC는 중국 항저우(杭州) 매장에 첫 도입한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 '스마일 투 페이(Smile to Pay)'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고, 수도 베이징과 경제도시 상하이, 기술 도시 센젠에서는 이미 교통위반과 범죄자 식별을 위해 이같은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해 확대에 나서고 있다.

    홍콩 유명 배우 겸 가수 재키 청(장학우) 콘서트에서 중국 경찰들이 안면인식 기술로 6만 군중 속에서 현상수배자 2명을 찾아낸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고, 범인 색출을 위해 안면인식 스마트 글래스를 경찰에 보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체제 보호를 위해 시민들의 인권과 프라이버시가 무분별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매년 시행하고 있는 권위 있는 안면인식 공급업체 테스트(FRVT) 상위권에 재키 청 콘서트 현상수배자 색출에 사용된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상하이 이투 테크놀로지(Shanghai YITU Technology)가 포함되는 등 중국의 생체인식 기술이 팽창하고 있다.

    ◇ 한국, 보안 감시 '사찰'로 여겨 부정적…금융 등 생활 접목에는 긍정적

    마이크로소프트와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IDC가 한국을 비롯 13개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신뢰한다고 답한 국내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이는 아태지역 신뢰도가 31%인 것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핀테크 산업이나 보안산업에 있어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의 효용성이 높지만 지문이나 홍채 등과 달리 안면인식은 개인 고유의 모습이 드러나 오용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 한다.

    경찰의 집회 현장 채증 카메라 (사진=연합뉴스)

     

    국내 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기관이나 경찰의 사찰 논란이 여러차례 이슈화 되었고,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면서 안면인식을 이용한 감시 기술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이 크다"면서 "국내 시장에 안면인식 기술 도입이 더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인권 변호사는 "집회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경찰의 채증 카메라인데, 과거 정부에서 곳곳에 설치된 교통·방범 CCTV 카메라까지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을 사진·영상으로 판독한 뒤 집시법 위반으로 입건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사법당국에서 인공지능과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국민들을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도를 보완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 하면 민간 기업의 기술 발전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편리한 기능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안정현(34·회사원)씨는 "복잡한 비밀번호를 여러 개씩 외울 필요 없이 암호화 되는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하면 금융 서비스나 보안 로그인이 편해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정부나 경찰 등 감시가 어려운 권력 기관에서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시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 원천 금지, 감시 자산에 대한 엄격하고 투명한 감독을 부여한 이번 사례가 향후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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