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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이 말하는 '열혈사제'와 연기, 인생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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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준이 말하는 '열혈사제'와 연기, 인생 목표

    [노컷 인터뷰] SBS '열혈사제' 황철범 역 배우 고준
    감독-작가-배우-스태프가 함께 즐겁게 만든 드라마…"모두에게 감사"
    캐릭터 내면의 트라우마 통해 접근하며 연기
    이용당하고 버림받고 배신당하는 악역 황철범
    악역 넘어 내밀한 감정 연기 선보이고 싶은 욕심도
    '배우'라는 직업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 남기고픈 목표 밝혀

    배우 고준 (사진=와이트리컴퍼니 제공)

     


    SBS '열혈사제' 속 악역 황철범은 말 그대로 '악인'이었다. 강석태 검사(김형묵 분)나 남석구 경찰서장(정인기 분) 등 정의를 실현하는 '선'인척 하는 악인들과 달리 거짓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진 않았다. 황철범 역을 연기한 배우 고준은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상처를 들여다보려 했다. 선악을 떠나 캐릭터의 내밀한 감정까지 이해하지 못하면 온전하게 캐릭터를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1997년 연극배우 데뷔한 후 영화 '와니와 준하'(2001), '과속스캔들'(2008), '그림자 살인'(2009), '타짜: 신의 손'(2014), '변산'(2018), '바람 바람 바람'(2018) 등은 물론이고 드라마 '굿 와이프'(2016), '구해줘'(2017), '미스티'(2018)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연기자로서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준은 연기와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이루고픈 목표도 명확했다. 또한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도 중간중간 엉뚱하고 솔직한 모습도 보였다.

    배우 고준 (사진=와이트리컴퍼니 제공)

     


    ◇ ‘열혈사제’, 풍성한 연기 선보일 수 있는 기회 된 작품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연출 이명우, 극본 박재범)가 지난 4월 20일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종영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시청률 10%가 넘는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방송환경에서 '열혈사제'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배우 고준은 아직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중에는 촬영에 바빴고, 촬영이 끝나니 바로 특집 '우리는 열혈사이다'를 찍고 포상휴가를 떠났다. 고준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대박드라마', '인기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잘 됐구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영화를 주로 해온지라 방송에서 말하는 '시청률'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며 기자들에게 어떤 기준에서 대박과 초대박 드라마를 나누는지,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이 말하는 시청률 대박의 차이 등에 대해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

    '열혈사제'가 잘 된 작품이란 점에 대해 반쯤 납득하고 넘어가자 이번에는 전날 인터뷰 반응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앞서 나간 인터뷰에서 황철범이란 캐릭터를 통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한 것이 일각에서는 '불만'으로 비춰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감사한 작품이고 고마운 분들인데 자신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에 밤새 속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옆에 앉은 기자에게 이러이러한 댓글을 봤다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본인이 워낙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그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준은 자신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다양한 상황과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설정을 해주셔서 좀 더 풍성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배우 고준 (사진=와이트리컴퍼니 제공)

     


    ◇ 악역 뒤에 감춰진 황철범의 트라우마를 발견하다

    전직 조폭 보스인 황철범은 대범무역이라는 회사를 통해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악의 무리 '구담구 카르텔'의 한 축으로 '구담 어벤져스'를 가로막고, 특히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와 정면으로 대립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악한 인물이지만, 고준은 황철범이라는 인물을 대하면서 그 안에 있는 트라우마를 살피며 황철범이 가진 또 다른 면을 찾으려 했다.

    "모든 사람은 다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해서 연기할 때 그 부분을 빼고 연기하면 그 사람의 견고한 부분을 놓친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진 것을 놓친다면 그 사람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트라우마를 통해 인물에 접근하려고 해요. 이번에도 그렇게 접근했어요. 황철범은 고아 출신이에요. 그래서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그중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극 중 대사에서도 '자기 식구들 챙기는 게 먼저다', '먹고 사는 게 우선이지' 등의 대사들이 있는데, 그걸 봐도 철범이는 가족에 대한 목마름, 아버지에 대한 빈자리를 채우려 했던 게 인생 목표 아니었나 싶어요. 물론 그게 나쁜 방법으로 표현된 거죠."

    SBS '열혈사제' (사진=방송화면 캡처)

     


    황철범은 전면에 나서 악행을 저지르지만, 검사, 경찰서장, 구청장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고 배신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얽히고설킨 카르텔 속 사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어서일까, 황철범의 눈빛은 유난히 복잡하다. 특히 고아인 자신을 길러준 이영준 신부와 얽힌 사건과 관련한 장면에서 고준은 실제로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로 몰입했다고 한다.

    "이영준 신부님 돌아가셨을 때 강석태 부장이 너희들 잘하는 양아치식으로 처리하라고 했을 때(37-38회 참고) 진짜 대본에는 안 나와 있는 리액션을 했어요. 너무 화가 나서, 뒷골이 당길 정도로 화가 났거든요. 황철범은 내 식구를 챙기기 위해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서 강 부장을 적으로 둬선 안 됐죠. 그래서 참고 시키는 대로 했지만,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당장에라도 때리고 싶은데, 그걸 못하니까요. 그 장면을 연기할 때 크게 배신감을 느끼고 정말로 화가 났어요."

    배우 고준 (사진=와이트리컴퍼니 제공)

     


    ◇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도, 코미디도 도전하고 싶다

    고준은 액션 연기도, 악역도 잘하는 배우지만 인물의 내면을 짚어가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충분히 표현해내는 배우다. 그렇기에 좀 더 내밀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고준은 "내면의 갈등이 많고 생각이 많은 연기와 역할을 하고 싶다. 세상을 살다 보면 모든 행동에는 예스나 노 또는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지점에 실시간으로 놓인다"라며 "사람은 계속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극단적으로 큰 사건의 기로에 놓이는 게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예로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이나 '오아시스'의 설경구가 맡은 역할을 들었다.

    고준은 한편으로는 무거움을 벗어 던지고 가벼움을 덧입히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악하고 진중한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답답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계속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나 있는 상태다 보니 코미디를 하면서 확 시원하게 환기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죠. 처음 '열혈사제' 제안이 왔을 때는 구대영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성균이가 하는 거 보고, 첫 리딩 때부터 보고 알았죠. 성균이가 훨씬 잘 하는구나, 내가 했으면 큰일 날 뻔했구나 했어요. 성균이가 연기하는 걸 보면 코미디를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소화를 잘해요. 물론 기회만 된다면 저만의 방식으로 코미디를 풀어내 보고 싶어요. 자신은 없지만 한번 해보고 싶어요."

    배우 고준 (사진=와이트리컴퍼니 제공)

     


    ◇ ‘열혈사제’ 통해 인생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고준은 함께 한 배우와 감독, 작가, 스태프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전했다. '열혈사제'에서 함께한 모든 배우가 함께하지 않으면 시즌 2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현장에서 일하며 친해지고 서로를 많이 챙겨줬다고 한다.

    고준은 "서로 사이가 매우 좋았고 의지했기 때문에 만약 시즌 2를 한다면 누구하나 빠지면 안 될 거 같다. 누군가 빠진다면 많이 서운할 것"이라며 "'열혈사제'를 같이 했던 모든 배우, 스태프, 감독, 작가가 함께 해서 정말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현장의 분위기도 좋아서 고준은 "학창시절로 회귀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교복을 입지 않았지만 교복 입은 친구를 만난 느낌으로 매일이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어느 한 명을 분위기 메이커라고 지목할 수 없을 정도로 다들 유쾌했다고 한다. 고준은 "저도 웃기려고 노력은 많이 했는데 반응은 냉담했다"라며 웃었다.

    고준은 "지금까지 작품하면서 배우들과 이렇게까지 친해지고 가까워진 적이 없었다. 어찌 보면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성격 때문에 남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지점이 있다"라며 "그런데 허물없이 친하고 지내고 서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격려해줘서 버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준은 주로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를 가리켜 '종합비타민'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을 포함해 '사위일체'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현장에서 뜻깊은 필모그래피 하나를 쌓은 고준은 '열혈사제'를 통해 배우로, 그리고 인생의 목표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실 저는 배우로서의 목표도 있지만, 인생의 목표 때문에 배우를 하는 거예요. 인생의 목표는 제 이름을 명예롭게 세상에 알리고 가는 것이에요. 명예롭게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직업이 뭐였을까 생각했을 때 배우가 있었어요. 저를 명예롭게 알리는 데 대한 열망이 아니라 세상이 따뜻해지길 바라는 거예요. 아픈 사람, 고립된 사람이 없기를 바라거든요. 제가 세상에 크게 알려져 본 적이 없어서 '열혈사제'를 통해 좋은 발돋움을 한 거 같아요. 여기서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선심을 가지고 올곧이 잘 살아간다면 좋은 영향을 사람들에게 주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첫 발걸음 느낌이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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