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세 자녀를 둔 조효경씨의 하루는 매일 아침 6시 30분 어김없이 시작된다.
두 아이를 깨워 먹이고 보내고 나면 10개월 막내가 눈을 뜬다. 아이들을 보내는 동안 어질러진 집 안도 눈에 들어온다. 청소와 설거지, 빨래, 막내를 돌보고 밀린 일을 하다 보면 금세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성큼이다.
얼마 전엔 본의 아니게 '죄인'이 돼야 했다.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를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10개월 막내를 데리고는 아침시간을 도저히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제가 못 가면 대신 나가야 된다고 하시는데 죄인이 된 느낌이었어요." '죄인'이 되는 순간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서관 봉사, 급식실 봉사, 학습준비물 봉사, 녹색어머니회 봉사... 엄마는 해야할 '봉사'가 참 많다.
엄마의 노동은 5월 1일 노동절이라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바빠진다고 한다.
"노동절뿐만 아니라 모든 휴일은 사실 엄마들이 더 바쁜 날이에요. 집에 있는 가족들의 끼니를 비롯해 하루 종일 챙겨주고 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해 노동절은 예년과는 조금은 다른 풍경이 될 듯하다. '살림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다른 엄마들과 노동절을 자축하기로 했기 때문.
엄마들이 가장 속상한 점은 이런 '엄마의 노동'이 노동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조씨는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었다고 한다. SNS를 통해 '엄마들의 노동절 파티'를 함께할 사람을 모집했다.
열 명 남짓 기대했던 모임에는 벌써 2배를 훌쩍 넘는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참석 의사를 밝혔다. 대전 동구 천동의 한 카페가 엄마들을 위해 선뜻 자리를 내줬다. 서로의 수고를 위로하며 격려하는 자리지만 그간 사회에 꺼내지 못했던 엄마들의 속사정을 털어놓는 자리도 될 예정이다.
"여성정책이나 가족정책에 대해 이해당사자로서 엄마들이 나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엄마를 위한, 엄마들만의 주장은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맘고리즘'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수학이나 컴퓨터 공학에서 순서화된 절차를 뜻하는 알고리즘(Algorithm)에 빗대, '출산-육아-직장-부모에게 돌봄 위탁-퇴사-경력단절-자녀결혼-손주출산-황혼육아'로 이어지는 '돌봄 노동의 굴레'를 가리키는 용어다.
"맘고리즘의 고리를 끊고 엄마로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목소리를 더 잘 내야 된다고 느꼈어요. 엄마들의 노동절 파티는 엄마로서 노동 가치를 인정받는 그 시작이고,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엄마유니온'도 고민하고 있어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논의하고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을 위한 날.
하지만 엄마들의 노동은 제외돼왔다.
'봉사'나 '헌신', '희생'이라는 말을 거부하고 엄마들의 무보수의 노동을 이제는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들의 노동절 파티는 작지만 큰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