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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안 나와"… 부자-빈자 만나게 한 봉준호의 상상력



영화

    "기생충은 안 나와"… 부자-빈자 만나게 한 봉준호의 상상력

    [현장] 봉준호 감독 신작 '기생충' 제작보고회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마주치면 어떤 일 일어날까"에서 출발
    극과 극의 상황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간 설정에 신경 써
    "믿기지 않아"-"작은 역할이어도 OK"… 봉준호 향한 배우들의 무한 신뢰
    눈 가린 포스터-홍보 영상 내레이터 박정자, 놓칠 수 없는 디테일

    오는 5월 말 개봉 예정인 영화 '기생충' (사진=㈜바른손E&A 제공) 확대이미지

     

    '기생충'(감독 봉준호)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백이면 백 한 번쯤은 이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진짜 기생충이 나오는 영화인가, 하고. 관련 질문을 이미 많이 들어본 듯, 봉 감독은 "일단 기생충이 나오진 않는다"고 운을 뗐다. 물론 몸에 기생충이 있는 등장인물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영화일까. 머리말과 시놉시스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상생 또는 공생'이라는 인간다운 관계가 무너져내리고, 누가 누군가에게 '기생'해야만 하는 서글픈 세상", "그런 세상 한복판에서 발버둥 치는 어느 일가족의, 난리법석 생존 투쟁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기생충'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같이 잘 살면 안 될까요?"라는 소개 글에서 봉 감독이 그리려는 세계의 일부를 가늠할 수 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5월 말 개봉을 앞두고 영화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공식적인 자리였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 희비극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출발한 시점을 2013년 겨울로 기억했다. 그는 "주변 지인에게 '이 스토리 어떨까?' 물어본 적이 있다. 두 가족 이야기에서 출발하는데, 너무나 다른 환경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였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까지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로 불렸다. 아마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가실 것 같은데, 완전히 다른 두 가족이 아주 독특한 상황 속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공교롭게 한 가족은 되게 부유하고, 다른 한 가족은 아닌 채로"라고 부연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에는 정반대로 보일 만한 두 가족이 등장한다. 곰팡이내가 나는 지하방에 사는, '전원 백수' 가족이 한 쪽이다. 송강호는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장혜진은 기택의 아내인 충숙 역을, 최우식은 기택네 장남 기우 역을, 박소담은 기택네 막내 기정 역을 맡았다.

    기택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사진=황진환 기자)

     

    다른 한쪽은 딴판이다. 반듯하고 널찍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저택에서 알 수 있는 부잣집 가족이 나온다. 이선균은 이 가족의 가장이자 글로벌 IT 기업 CEO 박사장 역을, 조여정은 박사장의 아내 연교 역을 맡았다.

    봉 감독은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이 영화에 훌륭한 면이 있다면 다 배우들에게 있다고 본다. 언제 또 이런 배우분들을 한데 모아서 찍어볼 수 있을까. 찍으면서 되게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모든 배우가 핵융합을 이루듯 했고, 그 정점에서 송강호 선배님이 후배 배우들을 아울렀다. 결코 분량이 작지 않은 이선균 배우님도 부잣집 식구 쪽에서, (송강호-이선균이) 양쪽 가족들을 잘 이끌어주셔서 제가 그다지 할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들이 부드럽고 유연한 톱니바퀴처럼 굴러보는 모습을, 저는 지켜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캐스팅 과정은 시나리오 쓰면서 송강호-최우식 씨 시작점으로 해서 한 분 한 분 만나가면서 되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었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이 배역을 제안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며 어마어마한 신뢰를 보여줬다. '기생충'으로 봉 감독과 처음 만난 이선균은 "대본 보기 전에 강호 형님과 감독님이 제게 제안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 이런 제안을 받았다는 게 너무 흥분되고 대학교 입학할 때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만날 때 너무 떨렸다"며 "대본을 봤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 않아서 (제) 리액션이 과하지 않았나 싶더라"라고 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박소담 역시 "저도 굉장히 오래 쉬고 있을 때 연락받았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믿기지도 않고, 무엇보다 송강호 선배님 딸로 나온다고 해서 그 부분이 가장 끌렸고 되게 벅차올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충숙 역을 맡은 배우 장혜진, 기우 역의 최우식, 기정 역의 박소담 (사진=황진환 기자) 확대이미지

     

    조여정은 "봉 감독님 작품이라면 어떤 작품이어도 하겠다, 아주 작은 역할이어도 하겠다 했는데 역할이 생각보다 좀 커서. 아주 작아도 하려고 했는데 조금 크더라. 더없이 행복하게 작업을 했다"고 답해 다시금 웃음을 유발했다.

    '기생충'을 위해 마른 몸을 유지하거나, 증량한 배우도 있다. 최우식은 "'옥자' 뒷풀이 때 감독님이 앞으로 뭐할 거냐고 물어서 제가 그때 뭐가(작품이) 없어서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운동 좀 나중에 하라고 약간 힌트 같이 주셨다"고 말했다.

    반면 장혜진은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충숙 역할을 더 재미있게 잘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배우를 추천하기도 했다. 장혜진은 "체중을 좀 더 늘리면 제가 지금 하는 영화에서 강호 선배님 아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하루에 6끼를 먹으며 증량에 나선 장혜진은 '기생충'을 위해 15㎏을 찌웠다고.

    봉 감독은 '기생충'에서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부자 가족과 빈자 가족을 만나게 함으로써 '공생'을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은 "우리가 시내를 다니다 보면 크고 호화로운 집도 보게 되고 작고 아담한 집들도 본다. 재미있는 건 그런 거다. 부유한 사람들과는 우리가 살면서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다. 동선이 다르다고 할까. 누가 경계선을 구획 지어 놓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은근히, 암묵적으로 공간이 나눠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우가 과외 선생으로 가게 되면서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극과 극의 공간을 한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 같은, 그 대비가 극명히 드러나는 공간을 설계했다. (기택 집과 박사장 집의) 크기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두 가족의 공간 차이는 영화에서 더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박사장 역의 이선균, 연교 역의 조여정 (사진=황진환 기자) 확대이미지

     

    또한 이날 '기생충'과 관련한 작지만 흥미로운 정보도 공개됐다. 우선, 배우들의 눈을 가린 공식 포스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 포스터는 디자이너 겸 영화감독인 김상만 감독이 만든 것이다.

    봉 감독은 "저희도 깜짝 놀라고 반갑기도 하면서 어떤 과감성, 잘 정제된 디자인과 색채에 아름다움을 보고 기뻤다"라면서도 "저희도 여러 가지로 추측해 봤다. 김 감독님 실제로 뵈면 붙잡고 여쭤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해 궁금증을 남겼다.

    '기생충'의 홍보 영상 내레이션은 말이 필요 없는 배우 박정자가 맡았다. 봉 감독은 "너무 멋지게 녹음하셨다고 하는데, (선생님이) 영화 찍을 땐 연락 안 하고 왜 예고편 때 연락을 하느냐고 하시더라"라며 "전설적인 목소리 가진 분이어서, 저희 '기생충' 영화에 독특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역할을 해 주셨다. 안타깝게도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저희 영화 알리는 데 혁혁한 도움을 주신 것 같아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영화의 '훌륭함'을 담당하는 것은 배우들이라고 말했으나, 배우들은 '기생충'을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우식은 "믿고 극장으로 가서 가셔서 보시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선균은 "단연코 얘기하지만 기대하셔도 좋다"라고 밝혔다.

    장혜진은 "별생각 없이, 별 계획 없이 보이는 대로 즐기셔도 재밌는 영화"라고, 조여정은 "평범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정말 놀라운 작품 세계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망했고, 박소담은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으로 많이 찾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오는 5월 말 개봉 예정이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배우 최우식,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송강호 (사진=황진환 기자) 확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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