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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日 "WTO 패소아냐" 판정 뒤집을 수 있나?

국방/외교

    [팩트체크] 日 "WTO 패소아냐" 판정 뒤집을 수 있나?

    • 2019-04-13 04:45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한국이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분쟁에서 1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12일 새벽 WTO 상소기구가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고,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고 판정한 것이다.

    하지만 WTO의 판정에도 일본 정부는 끝까지 "패소가 아니다"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정말 일본은 패소한 것이 아니며, WTO 최종 판정을 일본이 뒤집을 수 있을까?

    ◇ WTO 2심 판결은 일본 패소가 아니다?

    WTO의 판정이 나온 직후부터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입금지 해제를 계속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WTO의 결정이 나온 지 불과 1시간가량 지난 이날 새벽 1시 16분 담화문을 발표했다. 고노 외무상은 담화에서 "일본의 주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도 "한국의 수입금지조치가 (WTO)협정에 부합하다고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또한 1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WTO 상소기구의 판정과 관련해 "상소기구가 일본산 식품은 화학적으로 안전하고 한국의 안전기준을 달성했다는 1심의 판단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며 "이에 따라 일본이 패소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먼저 WTO 상소기구는 일본의 핵심 주장 4가지 중 공표의무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가장 큰 쟁점이었던 '자의적 차별' 부분에 대해 WTO 상소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1심에선 식품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고 실제 오염 정도만 확인했다"며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 보고서 수정을 권고했다.

    즉, 일본산 식품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안전기준을 달성했다고 본 1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그 외에도 WTO 상소기구는 공표의무를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서도 일본의 손을 들어줬던 1심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 일본, WTO 2심 판결에 불복할 수 있다?

    고노 다로 외상은 "한국에 대해 규제조치 전체를 철폐하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한국과 협의를 통해 조치 철회를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일본이 패소했음에도 WTO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도 가능할까?

    결론은 일본이 불복한다고 해서 한국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WTO의 분쟁해결제도는 기본적으로 국제통상법을 위반한 국가에 대한 조치를 권고하는 방식이다.

    뒤집어 말해 국제통상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WTO가 해당 국가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 WTO가 내린 판정 또한 한국의 수입규제조치가 위생·식물위생(SPS) 협정에 합치한다는 내용이며, 한국에 관련 규제를 철폐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지도 않다.

    따라서 한국이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규제를 풀어야 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지 않다.

    다만, 일본이 다시 한국 정부에 수입금지 해제를 개별적으로 요구할 순 있다.

    이번 WTO 판정은 한국의 규제 조치가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한 차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이 주장하는 수입규제조치 철폐는 고노 다로 외상의 말처럼 국가 간 "협의를 통해서"이뤄져야 하며, 만일 일본이 무역 보복 조치를 시행할 경우 한국 또한 WTO에 일본을 제소할 수 있다.

    ◇ 후쿠시마 수산물은 한국만 수입금지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 및 지역은 한국, 중국, 미국 등을 포함해 7곳이다.

    수입금지뿐만 아니라 수입 조건을 강화한 곳까지 포함하면 유럽연합(EU)을 포함해 23곳이 된다.

    후쿠시마 수산물에 수입 제한 조치를 하는 국가나 지역이 한국 이외에도 여러 곳이 존재하는 셈이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 2011년과 2019년 후쿠시마 지역 수산물 수입을 규제한 나라들이다. 2019년 3월 기준 '수입금지'를 나타내는 빨간색과 주황색이 칠해진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곳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엔 54개 국가 및 지역이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을 규제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이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던 2015년에도 12개국이 후쿠시마 지역의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2015년 당시 일본 농림수산성이 밝힌 '전세계 국가별 일본식품 수입규제 현황'을 보면 한국을 제외하고도 미국, 중국, 러시아, 대만 등 총 12개국이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일본의 도호쿠(東北)지역에서 나온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안정성 인증 기준을 강화한 국가 및 지역 또한 EU를 포함해 27곳이었다.

    즉, 한국만 유별나게 후쿠시마 지역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내린 것이 아니다.

    일본은 당초 한국부터 WTO에 제소한 뒤, 한국에 대한 승소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와 지역으로 규제 철폐를 위한 협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WTO의 이번 결정으로 일본 내부에서도 해당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12일 보도에서 "승소할 경우, 바람을 일으켜 다른 국가와 지역에도 수입규제 완화를 요구할 예정이었던 일본의 전략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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