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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66년의 '우여곡절' 역사



법조

    낙태죄 '헌법불합치'…66년의 '우여곡절' 역사

    헌법재판소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할 수 있어"
    1953년 입법해 2012년 '합헌' 결정…7년 만에 뒤집어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재판관들이 입정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 형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날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 처벌조항 자기낙태죄(형법269조 1항)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4대 단순위헌 3대 합헌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제 해당 조항은 국회가 2020년 12월31일 전 법조항을 개정할 때까지 잠정적으로만 효력을 유지한다.

    이로써 개정된지 66년 된 낙태죄는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됐다.

    형법이 규정한 낙태죄는 1953년에 입법됐다.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형법 270조는 의료인이 낙태 수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모든 임신중절수술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을때 △전염성 질환이 있을때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됐을때 등 상황에는 예외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임신 24주까지 합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하다.

    그러나 46년 전에 개정된 모자보건법이 현실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여성계 등에선 여성의 사회·경제적 상황도 예외 사유로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낙태죄가 대부분의 중절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실질적으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사문화'됐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실제 낙태가 적발되더라도 검찰에 송치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어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선고된 낙태죄 사건은 총 4건 중 △재산형 2건 △선고유예 1건 △기타 1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대검찰청에 21건의 낙태 사건이 접수됐지만 기소한 사건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낙태죄에 대해 한차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12년 8월 23일 헌재는 재판관 8명이 참여한 상황에서 낙태죄에 대해 4대4로 찬반이 갈렸고 위헌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당시 합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은 태아가 그 자체로 임부와 별개의 생명체라는 점을 주장했다.

    이들은 "태아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태아가 모(母)에게 생명을 의존하지만 독자 생존능력을 갖췄는지가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낙태죄가 없어질 경우 임신중절수술이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반면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은 임신 초기(12주)일 경우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낙태죄가 사실상 사문화돼 실질적 낙태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다만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는 임신24주 이후 낙태하는 것에는 마찬가지로 동의하지 않았다.

    헌재가 7년전 판단을 뒤집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가 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9월 보건복지부가 '불법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료법 개정을 예고하자 사회적 반발이 일었다. 당시 일부 여성들은 검은 옷과 소품 등을 착용하고 항의하는 '검은 시위'을 열었다.

    이듬해 9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짧은 기간 내 23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대응에 나서 "태아 대 여성의 대립 구도를 넘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로 임명된 6기 헌법재판관의 성향이 '헌법불합치' 결론을 이끌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9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판부가 구성되면 낙태죄 사건을 조속히 평의해 재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이은애·이영진 재판관도 청문회 과정에서 낙태죄에 대해 '위헌이거나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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