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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버닝썬 게이트, 왜 우리는 분노해야 하나



뒤끝작렬

    [뒤끝작렬]버닝썬 게이트, 왜 우리는 분노해야 하나

    유명 연예인 연루 사건 국민적 공분사며 '게이트'로 비화
    공분 소재 수두룩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종착역은 '탈세'
    대다수 성실 납세자의 '분통',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

    서울 강남구의 클럽 '버닝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문자를 발명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세금 징수'를 꼽고 있다.

    소규모 집단으로 구성된 농업사회의 경우 구어(口語)로 충분히 각종 업무처리가 가능했지만 이 소규모 집단이 점차 도시, 국가로 발전하며 조직 운영에 필요한 세금을 효율적으로 걷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에 기원전 3500년~3000년 사이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살던 고대 수메르인인은 6진법과 10진법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문자를 발명했고 이후 이집트 상형문자, 라틴문자, 한자 등이 등장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하고 복잡한 발명품인 '문자 체계'가 꿈과 사랑을 노래하고 정의와 철학적 통찰을 논하기 위한 것이 아닌 국민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세금징수를 위한 것이라니, 참 힘빠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그만큼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 세금징수이고 그런 국가에 속한 국민의 가장 중요한 의무 역시 세금 부담이라는 피할 수 없는 명제를 상기시켜준다.

    ◇단순 폭행사건이 '게이트' 되기까지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단순 폭행사건에 정치.경제 권력과 결부된 대형 사건을 일컫는 '게이트'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데는 국민적 공분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가수 승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사건은 단순히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당 클럽에서 빈번했던 마약 투여와 여성 고객들을 상대로한 성폭력, 그리고 경찰과의 유착관계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성접대 의혹과 정준영 등 일부 연예인들의 성폭력 사실이 더해지는 등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잇따라 현실에서 벌어졌다.

    신특권층으로 불리는 연예인들이 강남 한복판에서 사업을 벌이며 온갖 불법 행위에 가담하고, 심지어 자신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성폭력 사실을 자랑하듯 떠벌린 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좀 더 차분히 생각해보면 부와 인기를 동시에 거머쥔 연예인들의 각종 불법.일탈 행위 가운데 우리가 보다 분노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주변 누구나 부담하고 있는 국민의 의무인 세금을 탈루한 행위다.

    ◇성폭력·마약유통·경찰유착 최종 목적은 '탈세'

    백번 양보해 이번 사건을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유명 연예인들이 벌인 '딴나라 이야기'로 치부하고 신경을 끄고 싶더라도 '탈세' 문제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이 강남에 클럽을 열어 홍보하고, 심지어 성접대에 마약류까지 유통한 이유를 들여다 보면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수익원을 극대화해 탈세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국내 3대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며 자산이 수천억에 이르는 양현석 YG 대표가 고작 강북의 한 클럽을 운영하면서 유흥업소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목적도 결국은 탈세로밖에 볼 수 없다.

    결국 버닝썬 게이트를 관통하는 각종 사건.사고의 종착지는 바로 탈세라는 사실을 쉽게 알수 있다.

    반면 1800만명에 이르는 근로소득자들은 월급에서 꼬박꼬박 세금이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탈세는 꿈도 꾸기 힘들다. 또, 일부 예외가 있을 수는 있지만 50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역시 마찬가지로 대부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며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따라서 신특권층이니 연예권력이니 하며 떠들썩한 이번 사건이 결국은 성실한 납세자인 대다수 국민의 뒤통수를 때리며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손쉬운 세금징수에 안주하지 않았나"

    국민 뿐만 아니라 국가 입장에서도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각종 탈세 사실은 큰 손실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실한 납세자들이 국가의 세금징수 시스템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위 대한민국의 가장 '핫'한 밤문화의 중심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탈세 행위를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몰랐어도 문제, 알았어도 문제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결탁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TV만 켜면 등장하는 연예인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관여한 클럽을 '공짜' 홍보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버닝썬에서 일어난 단순 폭행 사건에 대해 언론의 집요한 취재가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수십~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탈세가 자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대 국가들은 국가 운영을 위한 자원 확보를 위해 문자 체계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발명을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반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시스템을 갖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일반 국민을 상대로한 '손쉬운' 세금징수에만 골몰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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