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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키스 패밀리', 19금 섹시 코미디의 길 가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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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키스 패밀리', 19금 섹시 코미디의 길 가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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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썬키스 패밀리' 김지혜 감독 ①

    영화 '썬키스 패밀리' 김지혜 감독을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썬키스 패밀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삐그덕 쿵'. 결혼한 지 20년 넘었지만 여전히 애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는 엄마 아빠 방에서 들리는 소리다. 그러던 어느 날, '삐그덕 쿵' 소리가 어느 순간 멈췄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챈 막내딸 진해(이고은 분)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발칙한 대작전을 꾸민다.

    사랑꾼 부부 준호(박희순 분)와 유미(진경 분) 사이에, 준호의 옛 친구 미희(황우슬혜 분)가 등장하면서 찾아온 위기를, 가족 구성원 중 가장 어린 막내가 헤쳐나간다는 것.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의 줄거리다.

    다 큰 어른이 아니라, '아홉 살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이기에 당연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방향을 잡을 순 없었다. 투자사에서는 좀 더 농도 짙은 '19금 섹시 코미디'를 주문했지만, 제작진과 배우들은 동의할 수 없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혜 감독은 "고은이(진해 역)가 나중에 커서도 볼 텐데… 그렇겐(수위 높은 섹시 코미디는)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원래부터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 감독은 보육원에서 일하면서 아이들과 많이 만났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썬키스 패밀리'는 진해의 상상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밝고 유쾌한 톤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고.

    다음은 일문일답.

    ▶ 내일(27일) '썬키스 패밀리'가 개봉한다. 기분이 어떤가.

    잘 됐으면 좋겠다, 저희 영화! (웃음)

    ▶ 어제(25일)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장내가 밝아졌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시사 끝나고 나서 배우들 이름이 실검(실시간 검색어)에 올라버렸다! (장)성범 배우님(철원 역)이 진짜 잘하긴 잘 하셨다. 저희 '썬키스' 팀은 행복했다. (웃음) 결과에 상관없이, 정말 따뜻하고 행복하고 최선을 다해서 우리 작품을 만들었다고 느낀 것 같다. 뭉클함도 있었다.

    저희가 상업적으로 (잘) 되려면 19금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은. 그런데 배우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진해의 시선으로 보는 걸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컸다. 중간에 시간이 걸리고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우리가 담고 싶은 내용을 담아내서 거기에 대해서는 '아, 정말 다행이다'라고 느끼고 있다. 상업성이 좀 덜 하더라도 우리가 잘한 것 같다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

    '썬키스 패밀리'는 김지혜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썬키스 패밀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음, 제가 원래 좀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제가 어렸을 때 대학을 다니다 말고 봉사활동에 빠져서 보육원에 보모로 들어간 적이 있다. 1년 반 정도 아이들 엄마로 살았는데, 그때부터 아이들한테 되게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제가 쭉 써 오던 글들을 보면 가족과 아이들, 그 아이들 세계의 독특함과 순수함 보여주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 이번 작품에 보육원에서 경험한 게 어느 정도 반영됐나.

    진해가 말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거의 제가 경험했던 일인 것 같다. 어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 '어, 좀 세다?', '상업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로 하면 좀 다르다.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묻는 거다. 호기심으로 생각나는 대로 물어보는 거다. 그러니 어른의 잣대를 대어 (아이들의 생각이) 이상하다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것 같다. 진해나 아이들의 표정이나, 어른들과 툭툭 치고받는 것들 모두 내면에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으면, 장난치고 싶은 것도 참게 된다. (영화에 나온 내용은) 진해 같이 활달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봤다.

    ▶ 앞서 말한 대로, 작품을 만들면서 수위와 톤 조절을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싶다.

    '섹시 코미디에 가깝게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그런 압박이 있었다. 지금 투자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저희는 전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다른 작업을 하면 됐다. 고은이가 나중에 커서도 볼 텐데… 그렇게 할 순 없었다.

    ▶ '썬키스 패밀리'에서는 철원(장성범 분)과 경주(윤보라 분)가 신체적 고민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철원의 고민 내용이나 그 수위가 조금 높게 설정돼 있는데.

    그 나이 또래 남자 아이들이 가장 관심 있고, 호기심 갖는 게 사랑이기보다는 섹스다. 근데 그게 불건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지 않나. 아빠인 준호같이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데 서툴러서 그런 거다. 모든 남자가 그런 서투른 감정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 같이 양치질하고, 한 침대를 쓰며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고, 자녀들 앞에서도 뽀뽀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준호와 유미 부부 사이가 나빠지는 게 영화의 주요 '갈등'이다. 미희와 준호가 정말 선을 넘었는지 모호하게 연출했다고 느꼈다.

    선을 넘는 순간 진해한테 부끄러운 영화가 되는 것 같았다. 이 가족의 분위기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나 사랑의 정도가 평범한 우리보다 더 깊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준호와 미희가) 불륜이 아닌데도 유미가 이렇게까지 화나는 것이 관객들에게도 이해되도록 그려져야 해서 그 부분에 신경 썼다.

    영화는 결혼 20년차에도 변함없는 금실을 자랑하는 준호(박희순 분)-유미(진경 분)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와 막내딸 진해(이고은 분)가 이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영화사 두둥)

     

    ▶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홉 살짜리 막내딸 진해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도 있었던 것 같다. 모두의 화를 풀어주는 도구로 스프레이를 쓴 것, 나중에 준호-유미 부부가 어항 속 물고기처럼 춤을 춘 것 등등.

    초반에 보면 진해가 물고기 밥을 주는데 어항이 살짝 흔들린다. 물고기가 움직이고 물의 잔잔함이 흐려질 때 진해를 보면 웃고 있다. 진해는 그럼 엄마 아빠가 지금 침대에서 장난치고 있다는 걸 아는 거다. 진해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은 화해의 댄스, 어항의 물고기 같은 거다. 실제로 고은이(진해 역)에게도 물어봤다. 엄마 아빠가 방에 들어가면 뭐할 것 같냐고. 그랬더니 뽀뽀하고 춤추고 놀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 점이 반영됐다.

    ▶ 유미의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카페에 모이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준호가 유미에게 한 사과나 해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준호가 미희랑 만난 날 (미희) 팔을 만졌을 때 이미 유미와의 사이는 틀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카페 씬에서는 진해가 그림을 갖고 오는 것 자체가 어떤 마법인 거다. '엄마, 이거 엄마 그린 거잖아~'라고 하는데, 진해의 그 눈빛을 보고 유미도 (기분이) 풀어지는 식으로 그렸다. 물론 저도 여자라서 (영화에 나온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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