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도 대포초등학교 전경 모습. (사진=대포초 100년사 기념지 편찬위원회 제공)
독립 만세운동이 들끓은 지 100년이 되는 올해 강원 속초 대포초등학교는 일제치하, 남북분단 등 엄혹한 시대를 견뎌내며 1일 100주년을 맞았다.
기미년(1919년) 만세운동의 거점 지역이었던 속초 대포항(CBS노컷뉴스 3월 8일). 사회적으로 혼란한 상황 속에서 근대적 교육기관인 대포초등학교가 탄생했다.
◇ 1919년 3·1 만세운동, 함께 탄생한 대포초등학교대포초등학교와 속초문화원 등 자료에 따르면 학교는 기미년(1919년) 4월 1일 비인가 형태로 문을 열었다. 이후 21년 6월 조선총독부에서 인가를 받고 그해 11월 공사를 완료했다.
이를 근거로 당시 신문은 1922년을 개교일로 기록하고 있지만, 당시 학교에서 근무하고 또 재학했던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지역민들은 1919년 4월 1일을 개교기념일로 지정했다.
공사 감독을 맡은 인물은 만세운동에 앞장선 이국범 선생으로, 설초(雪樵) 이석범 선생의 동생이다.
대포초 졸업생 최창영(83)씨가 상량판을 가리키고 있는데, 상량판에는 "1921년 11월 11일 상량(上樑)을 축하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일제강점기 아래 비록 우리말로 온전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항일의식은 계속됐다.
대표적인 사건은 1925년 5월 10일 일본 천황의 은혼식 날 4학년(당시는 4년제로 가장 고학년) 학생 80여 명이 태극기를 만들다 적발되는 일이다. 당시 신문기록에 의하면 태극기를 만든 사건으로 4학년 학생 7명이 검거됐다.
1928년 2월에는 당시 일본 교장이 공진소년회에 가입한 학생 24명을 불러 강제로 탈퇴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양양 청년동맹과 신간회 지부 등에서 강하게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속초향토문화원 엄경선 연구위원은 "만세운동이 실패하고 나서도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민족 독립을 갈망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당시 면사무소와 경찰 주재소는 물론 주요 상권도 일본인이 맡고 있는 환경 속에서 민족적 의식이 싹튼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남북분단과 1군단 군정 시대 거친 아픔의 역사이런 가운데 100년의 역사 동안 남북분단과 군정 시대는 또 다른 아픔이다.
특히 1945년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양양군 속초리(현재 속초시)는 이북 땅으로 분류돼 5년 동안 북한 정권 아래 교육이 이뤄졌다. 우리말로 교육받지 못했던 학생들은 이번에는 분단과 전쟁의 혼돈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1947년 07월 15일 대포인민학교 수료(사실상 졸업) 사진으로 김동식 어르신이 제공해 알려졌다. (사진=속초문화원 제공)
전쟁을 마친 후 우리나라는 다시 1954년까지 1군단 군정시기를 거친다. 대한민국은 1954년 11월 미국으로부터 행정권을 이양받는다.
졸업생 최창영(83)씨는 "44년 4월 1일에 1학년으로 입학하고 그 다음해 북한정권 하에 놓이게 됐다"며 "일제치하에 이어 인공(人共)치하로까지 이어지면서 온전하게 대한민국 교육을 받지 못한 불행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 중 36년은 암흑세계였다"며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역사교육을 잘 받아서 학교와 우리나라를 잘 지키는 것이 후배들이 할 일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우리가 기억하고 써내려가야 할 '앞으로의 100년'1일 개교기념일 맞아 대포초등학교는 지난달 29일 역사강의를 마련했다.
졸업생이자 양양향토문화원 이철수 소장은 강의에 나서 "우리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을 바쳐 용기 있게 제 목소리를 낸 분들이 있었기에 학교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역사의 뿌리를 갖고 있음에 자긍심을 갖고 올바른 국가관과 지식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29일 대포초등학교에서 '대포의 역사와 만세운동'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의가 끝난 후 만난 이대우(13)군은 "일본 경찰 앞에서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웠다는 강의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훌륭한 분들이 지켜낸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역사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100년의 역사를 지나며 대포초등학교에서는 과거를 기억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제대로 교육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남북전쟁 시기에 자료가 많이 없어져 관련 내용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대포초 김계림 교장은 "이제는 앞으로의 100년이 중요하다"며 "100년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를 교재로 따로 만들어 교육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포초 총동문회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과거를 기록하는 책자를 제작 중이며 기념탑도 세울 예정이다. 100주년 공식 기념행사는 오는 6월 14일과 1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