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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소통'이라 썼지만 '최틀러'로 읽히는 최문순



뒤끝작렬

    [뒤끝작렬] '소통'이라 썼지만 '최틀러'로 읽히는 최문순

    불통의 톱 다운 방식 도정 운영, 강원도 공직사회 피로도 호소
    사업부실에 행정력, 예산 낭비 부작용 까지

    지난해 7월 3선 취임 직후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강원도 제공)

     

    "그거 알아요? 지사님의 별명이 최틀러인거. 최측근 별명은 순실이에요. 순실"

    강원도 밖에서 '소통과 소탈의 대명사'로 이름을 알린 최문순 강원도지사 뒤에서 강원도 공직사회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3선 최문순 지사의 누적된 톱 다운(하향식) 방식 도정 운영이 가져온 결과라는 평가다.

    대외적으로 소통을 표방하고 있지만 도정 운영 면에서는 철저히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업무 추진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중론이다.

    피해는 도청 공직자들과 도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검토나 반대 의견이 사업 계획 단계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실효성과 타당성을 놓고 도의회 예산 반영 과정에서 소모전이 불가피하다.

    우여곡절 끝에 추진한 시책은 사업 부작용을 양산하고 비난 여론을 키워 결과적으로 강원도 공직사회의 업무 부담과 사기 저하, 신뢰 실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원도가 최근 편성한 2019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춘천 세계불꽃대회 10억원이 포함됐다.

    이 행사는 지난해 당초 예산 심사에서 '파이어 아트쇼'라는 사업명으로 제안됐지만 도의회 예결위 단계에서 실효성과 경쟁력, 환경오염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10억원 사업비 전액이 삭감됐다.

    춘천 세계불꽃대회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도의회는 물론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불꽃 행사로 인한 대기 오염 우려도 높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민선 7기 도정 구호를 평화와 번영 강원시대로 바꾸고 남북 평화관련 시책 추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사진=강원도 제공)

     

    담당 공무원들은 반대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경제효과를 앞세워 주민과 도의회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진지 견학도 떠났다. 일본 아키타현 오마가리 불꽃축제를 주목한 최문순 지사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강원도의회 A의원은 "대의기구인 도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공무원들이 지사의 의지를 내세워 민주당 다수인 도의회에 정파적 결정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이익이 담보되지 않은 레고랜드 사업주체 변경 동의안과 실효성 논란이 이어진 육아기본수당도 같은 처리 과정으로 도의회를 통과했다.

    앞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금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한 강원상품권도 공무원들이 한숨을 쉬는 최 지사의 대표 시책이다. 저조한 사용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공공근로 임금으로 확대했다 반발만 키웠고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노동력은 사용점 확대에 동원되기도 했다.

    급변하는 남북 관계를 감안하지 않고 여론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유치에 뛰어든 2021년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는 정부 승인 과정에서 보류된 상태다. 여전히 최 지사는 강원도를 한반도 평화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며 평화 관련 시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춘천권 핵심 시책인 춘천 레고랜드.(사진=강원도 제공)

     

    주요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한계가 드러나도 포기하지 않는 최 지사의 업무 추진 방식은 설상가상이다.

    2011년 보궐선거 당선 직후 언론과 도의회에서는 춘천 레고랜드 사업의 계약 부당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낙관론으로 일관하다 오판과 혈세 낭비 사업이라는 오명을 자초했다.

    평창올림픽 역시 사후 경기장 관리 부담과 흥행 침체 문제 등을 감안해 분산개최를 각계에서 요구했지만 원안을 고수하다 우려를 현실로 맞이했다.

    한 강원도 고위 공무원은 "준비가 철저히 이뤄지지 못한 사업일 수록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고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 행정력과 예산이 장기적으로 투자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내실보다 지침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직원을 등용하는 최 지사의 인사 방식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퇴직한 전직 강원도 국장급 공무원 B씨는 "최 지사에게 No라는 말은 금기어다. 지침에 이견을 제기하려면 한직으로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며 "반대로 지사의 관심사항을 그대로 빠르게 이행하는 공직자들은 승진이나 주요 보직을 얻기 때문에 정책 편향성이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배 아프고 못 먹는 감 찔러보는 이들의 험담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도민들을 위한 정책 개발 고민보다 최 지사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사업에 투영시키는 일이 우선된다는 점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강원도청 공무원 노조 안에서는 "간부들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납득하지 못할 무리한 사업을 계획하도록 하고 성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불신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며 "지사의 생각과 언어는 공직사회에 방향타와 같은 만큼 중요 사안일 수록 신속한 추진 대신 철저한 검증을 주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사업 보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과장급 공무원은 "최문순 지사의 임기가 지선이 열리는 2022년을 빼고 사실상 올해를 포함해 2년 9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새로 일을 만들기 보다 지난 3선 재임 기간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사업을 정리하고 답보 상태의 현안을 해소하는데 정치력을 집중하는 일이 공직자와 후임 지사, 도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청 전경.(사진=강원도 제공)

     

    강원도 공직사회의 '뒷담화'는 최 지사에게 초심 회복과 다짐의 재정비가 절실하다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최 지사는 2014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펴낸 책 '감자의 꿈'을 통해 세상일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어떤 일, 어떤 말, 어떤 정책, 어떤 결정이 사람을 귀하게 하는 일이면 행하지만 사람을 귀하게 하는데 역행하는 일이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상일을 판단하는 두번째 기준 역시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 특정 부류가 아니고 세상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고위 공직자들에게도 고민이 필요하다. 안데르센 작품에 등장하는 '벌거숭이 임금님'의 비애는 존재하지도 않은 옷에 환호한 신하의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됐다는 건 어린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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