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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희 "어떤 운명이 있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내 몫"



영화

    이언희 "어떤 운명이 있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내 몫"

    [여성 감독 강좌 시즌 2-②]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 이언희 감독

    "여성 감독들도 역사의 무게가 쌓이지만 여성 감독이 자기 작품을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영화제 정도로 한정되는 것 같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랜스: 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 김소영 소장의 말이다. 지난해 여성 감독의 '현재'를 살피고 그들이 가진 고유의 작가성을 탐구하기 위해 마련됐던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가 시즌 2로 돌아왔다. 3월 13일부터 4월 24일까지 총 6명의 여성 감독을 만나보자. [편집자 주]

    이언희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언희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후 '…ing'(2003)로 데뷔한 이래 '어깨너머의 연인'(2007)을 만든 후 10여 년 만에 '미씽: 사라진 여자'(2016)로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탐정'의 속편 '탐정: 리턴즈'(2018)를 선보였다.

    다소 도식적인 구분이지만, 이른바 '작가주의 영화'와 보통의 '상업영화'를 모두 만들었기에 이 감독은 자주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미씽' 쪽으로 갈 것이냐, '탐정' 쪽으로 갈 것이냐. 아직 이 감독은 분명한 답을 내리지 않았다. '인생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나간 것일 뿐인데 정체성이 어떤 건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느낌이란다.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114호에서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 시즌 2 두 번째 강의가 열렸다.

    배주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언희의 웃음/출구'라는 주제로 이 감독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발제를 했다.

    이 감독은 "'…ing'나 '어깨너머의 연인', '미씽'까지는 설명하기가 쉽긴 하다. '…ing' 주인공은 고등학생인데 저 땐 제가 아직 고등학생의 기억이 있을 때여서 찍을 수 있었다. 배우에게도 제가 느끼고 생각한 걸 전하면 됐고. '어깨너머의 연인'도 제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진입하면서 느꼈던 걸 얘기했으면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30대에 결혼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의 딸로서, 학생에서 막 벗어나 사회에 진입하는 초보로서, 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기였다면, 결혼하면 새로운 역할이 생기지 않나.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그렇게 되니까 우리 가족 내에서도 책임감이 되게 커지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가족이 생겼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른으로 인정받으면서 중압감이 생긴 걸 '미씽'으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면서 "결혼하고 나서는 제가 애가 없는 상태인데도 스스로 이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사회에서 규정지어지는 무게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농담으로 힘듦을 넘길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언희 감독의 데뷔작 '…ing'와 두 번째 작품 '어깨너머의 연인' (사진=각 배급사)

     

    "'미씽' 하면서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이 얘기는 너무 많이 했지만. '…ing'나 '어깨너머의 연인'은 어린 여성으로서의 메리트가 있었어요. 어린 여성은 그래도 뭘 하면 '한번 해 봐, 내가 귀엽게 봐줄게' 하는 게 있어요. '미씽'을 찍으면서 나이 든 여성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훨씬 더 무서워지는구나를 느꼈고, 여기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탐정' 시작할 때는 제작자, 배우들한테 '저한테는 힐링 프로젝트고 즐겁게 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끝난 후에 힐링 따위는 없다는 걸 알았죠. (웃음) 힐링은 일 끝나고 나서 좋은 결과물을 갖고 여행이나 가는 거라고 결론 내렸어요. (웃음)"

    '탐정: 리턴즈'는 315만 관객을 모으며, 지난해 개봉한 여성 영화감독 영화 중 가장 관객수가 많은 영화로 기록됐다. 이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그냥 감독으로서 우리나라 상업영화에서 별 위화감이 없는 영화를 찍어낸 안도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탐정: 리턴즈' 순 제작비가 50억 정도인데 되게 많은 돈인 줄 알았다. 이제는 많은 돈이 아니더라. 관계자가 '이런 보통 중간 정도 예산의 영화가 잘 돼야 할 텐데'라고 하셔서 많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말모이'라든가 오늘 개봉한 '돈'이라든가 다른 여자 감독님들이 찍는 영화들이 있어서, 앞으로도 가능성이 더 많은 영화가 남녀 상관없이 감독님들 성향과 취향에 따라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여성 감독의 영화, 혹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 여성 서사를 담은 영화는 덜 환영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로 인한 어려움이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감독은 "제가 남자 감독으로서의 경험을 못해 봐서 그게(제 어려움이) 여성 감독이어서 그랬던 거라고는 말할 수 없다. 비교할 수가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영화를 찍을 거냐, 아니면 보통의 영화를 찍을 거냐 하는 건 이미 여성 영화가 카테고리화돼 있는 것이지 않나. 여성 얘기를 하면 훨씬 더 파이가 작은 시장에 가야 하는 문제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탐정' 지나면서는 색깔이 없는… 불분명한, 그냥 아무나 찍어도 되는 영화랄까. 기분좋은 말은 아니지만 '아무나 찍을 수 있는 영화'를 제 색깔로 찍어내는 데에도 제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제가 항상 괴로워할 때마다 좀 칭얼대는 편이에요. '왜 내 인생은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친구가 '어차피 네가 계획했던 대로 만든 적도 없는데 그냥 편하게 생각해'라고 하더라고요. 감독이란 직업이 사실 그런 거 같아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으로 넘어갈 때는 계획하고 싶어서 되게 안달이 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인생을 이렇게 살고 싶다고 했는데 하나로 그대로 된 게 없었고요. (일동 웃음) 닥쳐오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어떤 운명이 있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건 내 몫이니까요. 우리 다 잘 돼서 즐거운 마음으로 뵐 수 있길 바라요."

    이언희 감독의 최근작 '미씽: 사라진 여자'와 '탐정: 리턴즈' (사진=각 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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