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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엄석대? '6호 처분'시설을 아십니까



법조

    21세기판 엄석대? '6호 처분'시설을 아십니까

    • 2019-03-15 11:52

    중간 비행수준, 부모 보호력 약한 아이들이 가는 6호 보호처분 시설
    허술한 약물 관리에 "약 털어넣고 하루 종일 멍","처방전 필요한 약 모아놨다"
    공식 지위체계 이용한 '또래재판'에 "상위지위 아동이 권력자"
    인력, 제반시설 지원 부족한 이유는 관리 사각지대, 방치된 아이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제보 : newsshow981@gmail.com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윤지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어떤 사건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윤지나> 6호 처분 시설을 아시나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6호 처분시설이 30년 간 운영돼 왔고, 여기서 유령이나 마찬가지로 방치된 아이들이 있다, 훅 뉴스가 들여다 봤습니다.

    ◇ 김현정> 6호 처분 시설, 처음 들어봅니다. 뭐하는 곳이죠?

     

    ◆ 윤지나> 성인이 아니면서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이라고 하죠. 이들을 상대로 법원이 비교적 관대하게 1호~10호까지 다양한 처벌을 내립니다. 여기서 6호 처분은 비행 수준이 소년원 같은 시설에 보낼 정도는 아니고, 가정이나 지역에서 보호관찰만 하기에는 범죄 수준이 좀 높은 경우고요. 이런 아동들을 보내는 시설을 6호 처분시설이라 부릅니다. 모여서 공동생활을 하는 거죠.

    ◇ 김현정> 아직 미성년 아동이니까 소년원 낙인 대신 기회를 주는 주자는 취지인 거군요. 엄격한 수용은 아니니까 규정에 따라서 외출도 가능할 것이고. 학교도 다닐 수 있어요?

    ◆ 윤지나> 원칙적으로는 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 오는 아동들 상당수가 이미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습니다. 가정 보호가 미약한 아동들이라는 게 특징이에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알코올홀릭이나 가정폭력 때문에 가정 내 처분이 어려운 경우 6호 처분을 받게 됩니다.

    ◇ 김현정> 비행 정도, 부모의 보호력.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 6호 처분이 결정되는군요. 이런 시설이 얼마나 돼요? 6호 처분 시설이라는 걸 왜 저는 그동안 한 번도 못 봤을까요?

    ◆ 윤지나> 6호 처분률 자체가 전체 소년보호처분 중 4%를 넘지 않아서 시설 수부터 많지 않아요. 전국에 11개가 있고요, 규모도 30명에서 150명까지 다양합니다. 시설을 겉에서 보면, 창살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니까 그냥 아동센터 정도로 보입니다. 법적으로 '아동보호치료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간판만 봐서는 소년범 수용 시설이라는 걸 알기가 어렵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그동안 몰랐지만 꽤 오랜 시간 운영돼 온 6호 시설, 그런데 여기서 아동들이 유령이 됐다... 무슨 얘긴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죠.

    ◆ 윤지나> 6호 처분시설 경험자들 얘기, 먼저 듣고 얘기 나눠보죠.

    [인터뷰 : 6호 처분 시설 경험자]
    "약 먹기 싫은 애들은 사물함 같은 데 숨겨놔서 쌓이고 쌓이는 거죠. 사물 검사할 때 한 번에 털어 넣어요. 안 걸리려면 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럼 하루종일 이제 멍 때리고 있고..."
    "힘 약한 친구들 것 많이 빼앗아 먹었어요. 잠 안온다고 가지고 오라고 해서. 밖에서는 처방받기 힘든 약은 시설 나올 때 20개 정도 모아서 나왔어요. 힘 약한 친구들은 약도 제대로 못 먹는 거죠"


    ◇ 김현정> 6호 시설 내에서 신경정신과적 약물들이 통제가 안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힘이 약하면 먹어야 할 약도 못 먹는 경우도 있고.

    ◆ 윤지나> 폭행 범죄로 들어온 아동들의 경우, 분노조절장애로 신경정신과 약물을 처방 받기도 하고 우울증 약물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약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거죠. 시설 측은 수용 시설을 관리할 인원이 너무 없기 때문이라고 얘기해요. 보육사 한명이 10명 가까운 인원을 돌봐야 하니까요. 제가 만나본 상담사 중에는 자기 시설에서 틱 장애 치료약을 멀쩡한 아이가 먹은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 김현정> 적은 인원으로 다수 아동들을 관리해야 하면, 약물 관리가 허술할 뿐 아니라 시설 운영 전반이 폐쇄적이고 억압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겠어요.

    ◆ 윤지나> 네, 바로 이 부분 잘 들어주세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시설들이 공식 지위체계를 이용합니다. 6~7단계로 지위를 나눠놓고 권한과 자원을 차등 배분해요. 이걸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거죠.

    ◇ 김현정> 시설에서 공식적으로 아동들의 위계를 정한다? 아동들을 차례로 쭉 지위 별로 세워 놓는다는 거예요.

    ◆ 윤지나> 악용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게 전문가나 내부 직원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원칙은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아동들의 지위를 높게 주고, 그들에게 외출이나 인터넷 접속 등의 혜택을 주는 건데요. 이상과 현실은 다르죠.

    [인터뷰 : 6호 시설 종사자]
    "아이들마다의 능력치, 차이가 있어요. 누군가는 눈치가 빠르고 관계도 잘 맺고...외모도 많은 작용을 하고 줄을 잘 타서 빠르게 올라가는 경우가 있고...아이들 사이에서도 불공평하다는 인식, 지위가 올랐다고 해서 그 아이가 인성적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지위를 이용하여 아이들한테 함부로 하는 등의 부정적인 측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 김현정> 지위가 높은 아동들은 일종의 완장을 차는 거잖아요.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역할을 위임받는 거고요?

    ◆ 윤지나> 물론입니다. 외출을 나가거나 그럴 때, 이탈이 없도록 통제하는 일들도 있고요. 충격적인 건 시설 아동들 사이에서 '또래 재판'이라는 걸 한다는 겁니다. 아이들 표현인데요. 거기에 지위가 높은 아동들이 참여한다는 거예요.

    [인터뷰 : 6호 처분 시설 경험자]
    "이끄미들이 잘못을 물어보고 세우미들은 잘못한 내용들을 읽어줘요. 물어보고 질문을 한 다음에 그 내용을 듣고 판결을 내려주겠다고 하면 그 애들은 그걸 따라야 해요. 어쩔 수 없어요. 세우미, 이끄미들은 방 검사도 하고 또래재판도 하고. 그 안에서는 권력자예요. 선생님들이 없을 때는 세우미, 이끄미들이 왕인 셈이에요"




    ◇ 김현정> 이끄미, 세우미, 이런 단어가 높은 지위에 해당하는 건가 보군요. 권력자다, 왕이다. 또래재판에서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어느 수준인가요?

    ◆ 윤지나> 내부 직원, 선생님이 같이 하고 제어도 한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소년원에 가는 거거든요? 그런 높은 수준의 징계까지도 경험을 하고 있네요. 들어보시죠.

    [인터뷰 : 6호 처분 시설 경험자]
    지위 높은 애들, 선생님 하나 딱 해서 어떻게 할까...(저기서 제일 심한 징벌) 소년원. 얘네는 우리가 관리 못하겠다. 거기서 결정 내려서 소년원까지 가는 거죠. 다시 재판 보게 해가지고.


    ◇ 김현정> 이미 바깥에서 폭력적인 가정환경, 불량서클 등에서 나쁜 위계에 대해 충분히 경험했을 아이들일 텐데요.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든 높은 지위에 가려고 하겠어요?

    ◆ 윤지나> 내부 직원, 시설 경험 아동들 모두 공히 "지위에 목숨을 건다"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한참 멋 부릴 나이인데, 옷을 나눠줄 때도 브랜드 옷은 지위가 높은 아이들 몫이라고 하고요. 칫솔이나 비누 같은 비품을 신청해도 지위 높은 아이들은 바로바로 나오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2주 후에나 나오고 그런 식이라고 해요. 인권위원회의 2017년 조사 결과를 보면, 어떤 시설에서는 공개적 모임에서 다른 아동의 문제행동을 공식 비난하는 기회를 상위 지위 아동에게 주기도 한답니다.

    ◇ 김현정> 위계를 넓혀 보자면, 하위 지위 아동들, 상위 지위 아동들, 관리 선생님들, 시설장...이런 순이겠군요. 그렇다면 시설장의 권력이 만만치 않겠어요.

    ◆ 윤지나> 시설장은 사실상 일종의 사법권한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 아동들의 처분 상황, 그러니까 원래 6개월을 살아야 하는 6호 처분을 다른 처분으로 바꿀지, 다른 시설로 옮길지 여부는 판사가 정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판사는 아동의 상황을 세세히 모르잖아요. 자연스럽게 시설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처분 상황을 바꾸거나 줄이거나 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시설장이 "이 아동은 문제가 너무 많다, 몇 개월을 더 있어야 한다" 그러면 판사가 시설장의 의견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아동들 입장에선 일종의 생사여탈권을 쥔 존재겠어요. 취재 과정에서 찾은 사례가 있나요.

     

    6호처분 시설 경험자 A씨는 "시설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노조절장애 진단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 윤지나> 6호 처분시설을 받으면 6개월을 살아야 하거든요, 시설에 사람이 많아서, 2개월 만에 처분 내용이 바뀌어 다른 시설로 보내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시설 상황에 따라 사법처분 결과까지 바뀌는 겁니다. 이 중요한 과정들이 시설 관계자와 판사의 전화통화로 이뤄지는 경우도 상당수고요. 형사정책연구소 이승현 실장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 형사정책연구소 이승현 실장]
    "전화 통화 해서 시설장의 이야기만 듣는 게 주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가는지를 아이들은 모를 수 있죠"


    ◇ 김현정> 결국은 시설 아동들의 인권 문제로 정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 윤지나> 네. 여기 아동들은 눈에 안 띄어요. 큰 비행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챙겨줄 만한 부모도 없고,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 유령 같은 친구들이에요. 그러니까 6호 처분 시설도 30년 동안 운영되면서도 이슈가 안됐던 거죠.

    ◇ 김현정> 아동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 기본적인 것도 안 지켜지겠군요.

    ◆ 윤지나> 네 의료서비스부터 미비해요. 열이 40도가 넘어가는데 양호실에서 옷 벗고 아이스크림만 먹었다는 시설 경험자도 제가 만나봤어요. 하루만에 4키로가 빠졌다고 하네요. 서울 이외 지역 시설이 4개인데요, 모두 외진 곳에 있거든요? 긴급 상황이 되면 아찔한 거죠.

    ◇ 김현정> 이 정도라면,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해도 묻힐 수밖에 없는 구조군요. 국가인권위에서 조사를 하긴 했다면서요.

    ◆ 윤지나> 말씀드렸던 의료서비스와 교육권 등을 인권위에서 지적하면서 개선사항이라고 결과 보고서도 냈습니다. 하지만 인권 문제들, 개선됐는지조차 체크가 안됐고요, 시설의 소원수리함 같은 것도 CCTV 촬영 범위 안에 있어요. 문제제기 못하죠. 인권위 관계자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인권위 관계자]
    "저희 인권위의 권고나 의견 표명이 강제력이나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희가 주무 부처도 아니고, 이 시설만 또 주기적으로 방문하기도 어려워요. 다른 조사해야 할 시설들이 있기도 하니까 한계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책임 있는 주무부처는 어딥니까.

    ◆ 윤지나> 이 부분이 사태의 핵심입니다. 6호 처분 시설은 관리주체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아동보호치료시설'이라고 해서 시설 기준을 정한 게 전붑니다.

    ◇ 김현정> 그럼 이 아동들은 30년 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거예요? 법원이 일단 아동들을 그쪽으로 보내지 않습니까.

    ◆ 윤지나> 법원은 '아동보호치료시설' 중에 6호 처분시설을 고릅니다. 법원은 6호 처분 시설을 정할 때 문서화된 기준을 갖고 있진 않아요. 문제는 보내진 다음입니다. 아동들을 일단 보내고 나면, 이들 관리를 아무도 체계적으로 안 해요. 판사와 시설이 '자주' 통화하는 게 관리의 최선이고요. 복지부는 시설 허가만 내주고 끝이고, 이 시설이 소년원 같은 교정시설은 아니니까 법무부도 상관 안하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인데 교육부도 전혀 간섭이 없습니다.

    ◇ 김현정> 그래도 판사가 시설에 가서 아동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기회에 아동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윤지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습니다. 형사정책연구소 이승현 실장의 말을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 형사정책연구소 이승현 실장]
    "아이들로부터 불만사항이나 나쁜 말이 나올 것에 대해 미리 철저히 준비하고, 시설에 대한 소개 중심으로 판사 방문이 이뤄져요. 판사들이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을 전부 파악하지 못할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규정과 기준이 명확치 않고, 관리도 안 되네요. 초기의 작은 비행을 단절하고 사회에 적응시키겠다는 애초 6호 처분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 윤지나> 네. 제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6호 처분 시설은 되레 역효과다, 해외 사례를 봐도 시설 투자를 했더니 그제야 재범률이 뚝 떨어졌다고 해요. 이 부분은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박선영 교수를 통해 확인해 보죠.

    [인터뷰 ;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박선영 교수]
    "재범률 측정은 어렵지만, 외국에서도 그런 시설에서 오히려 재범률이 높았습니다. 오히려 소년원보다. 초기에 시설 투자 프로그램 투자를 안 한 거죠. 그냥 열정으로 어떻게 해보라고... 그래서 재력과 인력을 엄청 투자했더니 재범률이 떨어졌습니다."


    ◆ 윤지나> 당장 관련 법, 주무부처를 정해야 합니다. 예산과 지원을 하고 여기 상응하는 관리와 감독이 절실합니다.

    ◇ 김현정>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아이들, 심지어 비행을 저질렀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 따위는 시설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필요 없어, 책임 있는 어른들이 이렇게들 생각하는 걸까요. 이번 보도를 계기로 6호 처분시설에 대한 체계적 정비가 이뤄져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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