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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낮은 계약재배율, 산지폐기 '주범'…계약 파기도 '다반사'



광주

    '10%대' 낮은 계약재배율, 산지폐기 '주범'…계약 파기도 '다반사'

    [농작물 산지폐기의 악순환, 대수술이 필요하다]
    ⑦ 산지폐기 초래하는 낮은 계약재배 비율과 높은 계약 파기율
    계약재배 20% 넘는 농작물은 극히 일부
    농가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도 다반사
    유통상인들도 가격 폭락하면 계약파기
    상인과의 거래 선호하는데 계약재배만 외치고 있는 정부

    가격 보장 촉구 집회(사진=자료사진)

     

    배추와 무, 양파 등의 채소류는 기상조건과 재배면적 등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한 민감 품목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이러한 채소류 5대 민감 품목의 생산기반을 안정시키고 수급안정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계약재배, 시장격리, 수매비축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작물 수급안정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계약재배 사업이다. 그런데 계약재배 물량이 턱없이 적어 농작물 수급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즉 계약재배율이 지나치게 낮다보니 수급조절에 실패하게 되고, 그에 따라 산지폐기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 기준 농협의 계약재배 비중은 배추 7.9% 무 20.4%, 고추 4.7%, 마늘 14.7%, 양파 13.9%, 대파 9.0%, 당근 21.4%, 감자 12.7%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계약재배 비율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014년 채소류의 계약재배 비중은 배추 6.7%, 무 7.4%, 고추 4.5%, 마늘 13.5%, 양파 16.2%, 대파 3.2%, 당근 20.2%, 감자 10.7%이었다. 2011년의 경우 배추 14.0%, 무 6.9%, 고추 5.4%, 마늘 12.7%, 양파 21.9%, 대파 2.8%, 당근 11.5%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것 처럼 배추의 경우 계약재배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계약재배율이 턱없이 낮다보니 농작물 수급조절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계약재배율이 최소한 30% 이상이 돼야 농작물 공급자인 농가 주도로 수급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수급조절에 실패해 산지폐기를 할 때도 계약재배 물량이 적어서 농작물 가격을 지지하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전남 채소 재배 현장(사진=농협전남본부 제공)

     

    하지만 실제로 계약재배를 담당하는 일선 농협에서는 계약재배율을 무작정 높이기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시장가격 변동 폭이 큰 채소의 특성상 가격 폭락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채소 계약재배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해남 산이농협 박기운 상무는 "해남 관내의 농협들이 배추 계약재배율 100%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과거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적이 있다"며 "당시 30%가 넘는 물량을 계약재배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시장가격 변동으로 7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농협에서 7억원 정도의 손실은 엄청난 수치다"며 "차라리 계약재배율이 아주 높으면 가격에 따라 유통 조절을 할 수 있는데 그게 안되니까 힘든거다"고 덧붙였다.

    농작물 수급조절 실패의 악순환이 반복되는데도 계약재배 물량이 늘지 않는 것은 농민들이 계약재배 보다는 대형 유통 상인들과의 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일단 농민들이 정부와 농협이 생각하는 것과 기대치가 다르다"며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려고 해도 농가들이 유통 상인들과의 거래를 훨씬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전거래 이른바 밭떼기 유통 상인들은 채소류 생산량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물량을 싹쓸이해 채소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큰 손이다. 정부와 농협 보다는 유통 상인들이 농작물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다보니 농민들이 유통 상인들과 유착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계약재배율이 아주 낮은 상황에서 농가의 계약 파기율이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5대 민감품목 수급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계약재배 시 농가와의 계약파기 경험 여부를 묻는 설문에 '파기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62.4%에 달했다.

    계약 파기 이유로는 산지 유통상인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전체의 47.5%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산지 유통상인과의 관행적인 거래 관계 때문이라는 답변도 8.3%로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유통 상인들이 계약을 잘 지키는 것도 아니다. 유통 상인에 의한 계약 파기도 부지기수로 농민들 보다 파기율이 더 높은 게 작금의 농촌지역 현실이다. 올해처럼 가격이 폭락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그냥 떠나버린다. 이런 경우에 농민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유통 상인들과의 계약을 선호한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농협보다는 여러 조건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지금 채소 농가에서는 대부분 사전 계약에 의한 농작물 매매가 주를 이루나, 그 계약이 지켜지지 않을 때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농민들이 유통 상인과의 거래를 선호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수십 년 째 되지도 않는 농협과의 계약재배만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산지 유통 상인과의 거래의 일정 부분을 '계약재배' 제도 안으로 흡수해 수급 안정을 도모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신선채소 협동조합 정만기 조합장은 "현재 상당수의 유통 상인들도 농작물 재배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약해 재배하고 있고, 그 비중도 농협의 계약재배 보다 훨씬 높지만 계약재배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며 "산지폐기라는 땜방질 처방은 결국 농가들과 소비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정 조합장은 이어 "정부가 계약재배를 장려하는 것은 결국은 수급안정 차원에서다"며 "기후 조건 등에 따라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산지 유통 상인들을 제도권에 들어오게 해 같이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싣는 순서
    ※농작물 수급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계약재배 사업이 계약재배율이 지나치게 낮아 수급안정에 실패하고 결과적으로 농작물의 산지폐기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광주CBS의 기획보도 <농작물 산지폐기의="" 악순환,="" 대수술이="" 필요하다=""> 일곱 번째 순서로 산지폐기를 초래하는 지나치게 낮은 계약재배 비율과 계약 파기율이 높은 채소 농가의 현실에 대해 보도한다.

    ①풍년의 역설-'배추 주산지' 해남 산지폐기 현장을 가다
    ②땜질식 처방 '산지폐기' 전국 각지에서 일상화
    ③배추 농사 20년 지은 해남 농민의 한숨
    ④해마다 반복되는 농작물 가격 폭등과 폭락
    ⑤농민-농협-지자체·정부 '침묵의 카르텔'이 산지폐기 초래
    ⑥배추밭 70% 장악한 '밭떼기' 상인
    ⑦산지폐기 초래하는 낮은 계약재배 비율과 높은 계약 파기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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