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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문재인의 미세먼지 딜레마'…비난 감수할 각오도 필요



아시아/호주

    [뒤끝작렬] '문재인의 미세먼지 딜레마'…비난 감수할 각오도 필요

    • 2019-03-08 04:15

    극심한 미세먼지 사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방법 없어
    감정적 대응 자제하고 장기적 대책에 집중해야

    서울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기자

     

    며칠 동안 한국에 심각한 미세먼지가 발생하면서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악의 미세먼지가 발생한 지난 6일 미세먼지에 대한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긴급대책에는 노후화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 차량운행 제한 및 추경편성 방안 등도 담겼지만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라'는 부분이 골자였다. ▶중국과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 실시 ▶한중 미세먼지 공동예보시스템 마련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같은 긴급대책 시행으로 미세먼지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지시사항 대부분이 그 동안 중국과 협의가 진행돼 왔던 것들이다. 미세먼지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되는데 이는 필수적으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긴급대책'으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대책중 하나로 제시한 인공강우의 경우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당 10mm 이상의 강한 비가 2시간 이상 계속 내리도록 해야 하는데 인공강우 기술이 발달한 중국만 하더라도 시간당 1mm 정도의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병은 걸렸는데 당장 처방이 없는 딜레마. 이것이 우리나라가 처한 미세먼지 딜레마다. 병으로 치자면 불치병은 아니지만 난치병인 셈이다. 시간도 걸리고 치료도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당장 적절한 약이 없다면 그런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책임 있는 의사의 책무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대기오염 문제의 정확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냉정하게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의사와 환자가 정확하게 병의 증상에 대해 인식해야 병에 대한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내에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특효약은 없으며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지역 내 여러 국가들 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물론 이런 태도가 당장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데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지도자는 때론 비난도 감수해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끝나면 미세먼지 대책의 방향은 명확해진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고농도 스모그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의 경우 정부 행정력이 태풍의 발생을 막는 것이 아니라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에 집중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장기적으로 대기오염 현상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 정책개발은 당연히 병행해야 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국제협력이다. 공기라는 것이 대류를 통해 넓은 지역을 오가는 물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기오염 문제는 한 국가가 아닌 동아시아, 더 나아가서 아시아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왼쪽)이 26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생태환경부 회의실에서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장관과 양국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중국과 감정싸움 양상으로 끌고 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신중히 따져볼 문제다. 중국이 미세먼지 저감에 적극적이지 않다거나 미세먼지 문제를 방치한다면 책임을 따져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좋은 카드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몇 년에 걸쳐 일관되게 대기환경 개선 정책을 강도 높게 실행하고 있다. 심지어 2017년 겨울에는 겨울철 난방연료로 석탄 사용을 금지시켜 농촌과 빈민층의 강력한 반발을 살 정도였다. 한국으로 치면 겨울철 연탄 판매를 금지해 버린 셈인데, 그 정도로 중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공조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언론이 지나치게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감정적 대립을 고조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정파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자제돼야 한다. 현재의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현 정부에 쏟아진 비난이 고스란히 되돌아 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가 비난 여론에 못이겨 근시안적인 대책만 남발하게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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