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광주 제중원 모습(사진=광주기독병원 제공)
광주제중원 직원들은 광주 3·1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상당수 인물들이 북문안교회와 기독교 학교에 관련돼 있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광주제중원에서 근무하던 조선인들은 선교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독교 등 신문물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며 일제의 국권침탈에서 벗어나기 위한 만세 시위 등의 전국적 차원의 움직임도 미리 알 수 있었다.
1919년 3월 초 광주제중원 직원 대부분은 앞서 3월 1일 서울과 평양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3·1 운동이 동시에 열렸다는 점을 알았고 광주 3·1운동 준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광주제중원 직원 황상호 등은 서울의 3·1 운동 움직임과 고종의 국장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을 다녀온 김복현으로부터 광주에서도 3·1 운동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광주기독병원에 따르면 1908년 광주제중원(현 광주기독병원) 2대 원장으로 취임한 월슨(한국명 우월선) 선교사는 1911년 현대식 병원인 광주제중원을 신축했다. 또 윌슨 선교사는 밀려드는 환자를 효율적으로 진료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병원 직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대 이하의 젊은 조선인들을 선발했다. 윌슨 선교사는 이렇게 선발된 최흥종·최영욱·황상호·최경동 등 최소 8명에게 의료 교육을 시켰다. 3·1 운동이 일어나기 한 해 전인 1918년에 광주 제중원에서만 1만 명이 넘는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 이 중 약 700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고, 290건의 수술이 이뤄지는 등 광주제중원은 이미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제중원의 역할은 단순히 의료기관에 머물지 않았다.
1919년 3·1 운동 당시 광주 제중원에서 일하다 3·1 운동에 참여해 투옥된 4명의 판결문(사진=광주기독병원 제공)
무엇보다 광주지역 3·1 운동을 준비한 핵심 인물 상당수가 광주제중원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광주제중원 나병원 책임자였던 최흥종은 김복현과 함께 다른 지역의 독립운동 동향을 광주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며 서울에서 광주 출신 유학생들을 만나 광주에서의 만세 시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3·1 운동 당시 서석 의원에서 근무하던 최흥종의 동생 최영욱도 독립선언문을 미농지에 수백 부 복사해 광주 곳곳에 전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광주제중원 간호사였던 김금석, 김안순, 김화순과 서기 최경동은 3월 10일 만세운동에 참여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광주제중원의 첫번째 남자 간호사였던 김금석은 지난 2018년이 돼서야 뒤늦게 당시의 공로를 인정받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최경동은 이후에도 광주제중원 나병원과 여수 애양원에 근무하면서 원생들에게 항일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등 독립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다 1년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당시 광주제중원 직원 20여 명중 재판기록 등을 통해 3·1 운동과 관련해 옥고를 치른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 8명이다. 3·1 운동에 참여해 광주에서 옥고를 치른 사람이 총 103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광주제중원 직원들이 참여는 괄목할만하다. 차종순 전 호남신학대학교 총장은 "광주 3·1 운동을 논하는 데 있어 광주제중원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이른바 사회 엘리트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제중원 직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하지 않았고 3·1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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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의 [3·1 운동 100주년 특별 기획]<광주 3·1="" 운동의="" 빛이="" 된="" 기독교인="">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3·1 운동 과정에서 직원의 절반 가량이 투옥될 정도로 호남 3·1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한 '광주제중원'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광주전남 3·1 운동 기폭제 '조선독립광주신문'
②호남 3·1 운동의 구심점 '광주제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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