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칼럼] '푸른 눈 목격자'의 진실, 홀로코스트와 5.18



칼럼

    [칼럼] '푸른 눈 목격자'의 진실, 홀로코스트와 5.18

    [구성수 칼럼]

     

    "홀로코스트(나치독일의 유대인 집단학살)를 부인하는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21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받은 이메일로 받은 편지의 일부이다.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고(故) 찰스 헌틀리(한국 이름 허철선) 목사와 고 아널드 피터슨 (배태선) 목사의 부인인 마사 헌틀리와 바버라 피터슨 두 명,

    이들은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이 "국회 공청회에서 5.18을 6백명의 북한 선동가(provocateurs)가 사주한 반란(putsch)이라는 한 극우인사의 노골적인 거짓말에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3명이 동조했다"는 말을 듣고서였다고 밝혔다.

    "이들 국회의원의 말은 거짓이며 광주와 전라도민, 한국인들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고 강조했다.

    이들 부인이 '노골적인 거짓말'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이 5.18 당시 남편과 함께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헌틀리 목사는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으로 있으면서 계엄군에 쫓기던 시민들을 숨겨 주고 희생자와 부상자의 사진을 해외로 보내 5.18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오는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에게 사진을 전달해 5.18의 진실을 해외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침례교 선교사인 피터슨 목사는 광주에서 한미 전도대회를 준비하던 중 5.18을 겪었다.

    하지만 피신하라는 미군의 제안을 거절하고 광주에 계속 남아 계엄군의 폭력적인 진압과 헬기사격 등 자신이 목격한 현장을 기록해 책으로 출판했다.

    남편인 목사와 함께 5.18을 직접 경험하고 목격했기 때문에 이들 부인에게 5.18의 성격과 의미는 명확했다.

    "전두환의 통제 아래 있는 군사력이 80만명의 광주시를 불법적으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것은 역사적인 진실이다.

    북한군 사주 운운하는 것은 진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봤다.

    "최근 홀로코스트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수백만명이 겪은 고통과 상실, 역사의 진실을 지워버리는 것"이라며 "똑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홀로코스트는 수백만명의 유대인이 희생된 역사적인 사실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이 이들을 집단학살한 장소도 그대로 보존돼 그 사실을 증명한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회의원까지 나서 북한군 사주 운운하며 5.18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

    편지에서 "이들 국회의원이 제명되거나 질책을 받아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문 의장에게 당부한 이유이다.

    이들 푸른 눈의 목사 부인들의 주장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으로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런데도 이들의 주장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5.18이 발생한지 4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 역사적인 진실 공방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까지 나서 그 공방에 나서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부끄럽지만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 푸른 눈의 목사 부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들은 남편과 함께 이역만리인 광주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5.18을 겪었다.

    하지만 광주를 떠나지 않고 광주시민과 함께 하면서 5.18의 진실을 해외에 알리는데 끝까지 힘을 쏟았다.

    이번 편지에서 보듯이 그런 노력은 남편을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한국 사랑과 진실 사랑'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편지는 "우리는 항상 한국을 사랑하고 우리가 아는 진실을 증언할 것이다"로 맺고 있다.

    끝까지 '진실(truth)'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