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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비'를 아시나요? 청소년 불법 고리대부 기승



사건/사고

    '지각비'를 아시나요? 청소년 불법 고리대부 기승

    '대리입금 해드려요' SNS 계정 통해 불법 대출 성행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급전 필요한 10대가 타깃
    상환 늦어지면 '지각비' 폭탄...온라인 도박 때문
    돈 못 갚으면 학교폭력 행사, 휴대폰 강제매입도
    부모와 교사 아이들의 모바일 생활에 관심 가져야

    최근 대리입금 해드립니다 SNS에 올라온 글

     

    최근 10대를 중심으로 법정 최고금리(연 24%)를 한참 웃도는 불법 고리대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온라인 도박에 빠져 급전이 필요한 10대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

    "대리입금 해드려요", "돈 빌려드립니다"

    요즘 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채무자가 먼저 쪽지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채권자는 급전을 빌려주는 대신 수고비(사례비) 명목으로 터무니 없이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약속한 날짜에 상환하지 못하면 지각비가 추가된다.

    이자까지 계산하면 갚아야 할 돈이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0대들은 혼자 끙끙 앓다가 뒤늦게 부모에게 이실직고해서 일을 키우는데, 불법 고리대부의 시작점은 불법 온라인 도박인 경우가 적잖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3~4년 전부터 10대 남학생들 사이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8~10월, 중1~고2 17,520명 대상) 결과, 우리나라 재학 청소년의 6.4%가 도박문제 위험집단으로 나타났다.

    사디리·달팽이·그래프 등 온라인 내기 게임(3.6%)과 온라인 카지노·블랙잭 등 불법 인터넷 도박(1.6%) 같은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는 청소년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하루 평균 소비시간(온라인 내기 게임 95.5분, 불법 인터넷 도박 87.4분)과 총 사용금액(온라인 내기 게임 251,105원, 불법 인터넷 도박 403,140원)도 인형 뽑기, 카드·화투, 스포츠 경기 내기 같은 오프라인(39.3분, 34,086원)보다 월등히 높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생활치안교육센터 교수는 최근 CBS노컷뉴스에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져서 요즘은 중3까지 내려왔다. 범위도 확산되어 불량학생 뿐 아니라 평소 사고 안 치는 학생들도 상담하러 많이 온다"며 "최근 물 밀듯 들어오는 선정적인 중국산 게임을 타고 부지불식간에 도박성을 띈 게임이 10대들에게 퍼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10대들 간 불법 고리대부는 채무자가 SNS를 통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고금리로 빌린 돈을 온라인 도박으로 탕진한 뒤 이를 갚지 못해 학교폭력이 이뤄지는 사례가 전형적이다.

    정보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북부센터장은 "SNS에 '돈을 빌려준다'는 글을 올린 학교 친구는 브로커고, 실제 채권자는 대부분 학교밖 청소년이거나 동문 졸업생이다. 이들은 채무자가 돈을 갚을 때까지 채권 추심하듯 압박하고 폭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20대 초반 고교동창 5명은 SNS에 급전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낸 후 온라인 도박으로 급전이 필요한 고교생 A군에게 20만원을 빌려주고 1주일 후 30만원을 받는 등 총 29명에게 736만원을 빌려준 뒤 300만원 가까운 이득을 챙겨 기소되기도 했다.

    서민수 교수는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 24%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은 사람은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브로커는 가담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10대들이 SNS를 통한 고리 대출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인지하더라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기 꺼린다"고 말했다.

    한 SNS에 올라온 10대에게 돈을 빌려드린다는 광고성 글

     

    전문가들은 부모와 교사가 관심을 가질 때 온라인 도박으로 인한 10대들의 불법 고리대부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요즘은 10대 채무자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시킨 뒤 명의를 재변경해 인터넷에 되팔아 돈을 뜯어내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혼자 고민하다가 갚아야 할 돈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난 후에야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모바일 생활에 관심가져달라"고 조언했다.

    정보영 센터장은 "청소년 뿐아니라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도박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10대 대상 불법 고리대부는 또다른 범죄로 연결된다. 10대들의 불법 고리대부 접근을 막을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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