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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4.0]新 제조업, 세계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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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제조업 혁신·부활·르네상스 바람
    도요타 커넥티드 모범사례, 국내선 정수기 렌탈사업
    인더스트리 4.0 = 신 제조, 스마트 제조

    조선소 (사진=자료사진)
    글 싣는 순서
    ① 新 제조업, 세계를 흔들다
    계속

    지난 2013년 상반기 실업률 0.4%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황을 보였던 경남 거제시.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거제시의 실업률은 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사이 조선업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조선소와 협력업체에 구조조정이 잇따랐고 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던 음식점 등 서비스 업종들도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3년전 0.7%의 실업률을 보였던 전북 군산시 역시 지난해 상반기 실업률이 4.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분기 2.5%였던 실업률이 이처럼 뛰어오른 것은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군산 공장 근로자들이 머물던 원룸촌은 빈집이 속출했다.

    거제와 군산의 사례는 제조업이 쓰러지면 주변의 서비스업도 같이 쓰러지고 실업의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조업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제조업이 오랫동안 부진을 겪고 주력 제조업도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제조업에서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으니 제조업을 둘러싼 여러 서비스 산업도 함께 어려워지는 현상을 갖고 있다"며 "제조업을 다시 혁신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이미 미국과 독일, 일본도 이 점을 간파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제조강국이었다가 금융 등 서비스 강국으로 방향을 전환했던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본격화했다. 금융 부분의 기형적인 과성장이 경제시스템을 위태롭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반성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신년연설을 통해 제조업 부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순위라고 천명하고 3D 프린팅,첨단 감지 기술, 신소재,생물정보 등 11개 분야를 첨단 제조 기술로 선정했다.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독일은 2013년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스마트 공장과 사물인터넷, 가상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통합을 통한 스마트 제조방식으로 '스마트 제조업'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본따 일본이 지난 2016년 '소사이어티 5.0'과 2017년 '커넥티드 인더스트리즈'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제조공장으로 굴기한 중국도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정책을 발표했다. 양으로 승부하는 '제조대국(製造大國)'에서 질로 승부하는 '제조강국(製造强國)'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제조업 부활'을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은 단순히 '고용창출' 때문만은 아니다.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규판 실장은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을 추구해왔다"며 "제조업을 빼놓고 국가 경쟁력을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어떤 제조업을 할 것인가?…'新 제조업'

    문제는 어떤 제조업을 할 것인가이다. 과거의 제조업을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신제조, 스마트제조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조립 제품 생산 중심에서 가공 중심의 중간재 생산으로, 비용 우위에서 기술 우위의 제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강대학교 김용진 교수는 "한국의 제조업은 조립 중심이고 독일은 가공 중심"이라며 "한국은 독일로부터 가공된 기계장치나 중간재를 사서 이를 조립해 제품을 만드는데, 이런 산업구조는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고용이 줄어들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박상인 교수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중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가격 경쟁력 위주로 성장을 유지해 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산업연구원이 펴낸 '한국제조업의 대일,대중 경쟁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한국 제조업에서 '생산비 비교우위' 유형(3유형) 제품의 무역흑자가 45.9%를 차지하는 반면 '기술력 비교우위'(1유형)제품의 무역흑자는 전체 흑자의 13.9%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숫적으로도 3유형이 30개로 1유형 17개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우위 제조업의 위기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싼 임금 등으로 생산비용을 낮춘 중국과 동남아 제조기업들이 한국의 제조업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우위 제조업을 고수할 경우 저임금 국가를 찾아 해외로 전전할 수 밖에 없고 국내 고용은 마르게 되고 기술 수준은 답보해 결국 전체적인 경쟁력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가 발표하는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2010년 중국,인도에 이어 3위였으나 2013년에는 독일과 미국에도 못미치는 5위, 2020년에는 일본에도 밀리는 6위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와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신제조업' 또는 '서비스화된 제조업'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건국대학교 임채성 교수는 "신제조업이란 서비스 주도 제조업, 인터넷 비즈니스 주도 제조업"이라며 "기존 제조업이 제품을 생산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신제조업은 서비스 제공이 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제품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이유는 특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인만큼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고 제품 판매는 부차적이라는 말이다.

    신제조업의 초기형태는 이미 우리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수기 렌털 서비스'가 그 예이다. 정수기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지는 않다. 굳이 소유할 필요없이 매달 고정비용을 내면서 빌려 쓰더라도 무방하다. 렌털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정수기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기간 연장을 선택한다. 결국 정수기 제조업은 제품보다는 서비스가 주도하는 산업이 됐다.

    만약 정수기에 사물인터넷을 장착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수기 필터 교체나 청소 시기를 감지해서 이를 고객과 정수기 회사에 자동으로 알려준다면 정수기 유지 관리 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

    또 고객들이 찬물과 더운물 가운데 어느 것을 어느 시간대에 더 많이 사용하는지 등을 데이터로 축적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때 쓰일 수 있다.

    정수기 회사 뿐 아니라 정수기 부품 회사와 정수기 유통회사들의 데이터까지 디지털화해서 서로 연결하면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규판 실장은 "특히 일본의 신제조업 정책은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을 통해 산업을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각 기업의 스마트화도 의미가 있지만 모든 기업을 국가 차원에서 연결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결의 플랫폼'을 만드는데 열성인 대표적인 일본 기업은 자동차 회사 토요타이다. 토요타는 지난 2017년 '토요타 커넥티드'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창업 3세 오너인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지난해 CES에 참석해 "토요타의 경쟁자는 더 이상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을 밤새 생각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아키오 회장이 밝힌 토요타의 미래는 '자동차 생산회사'가 아니라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였다. 자동차와 이용자, 주행환경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소프트웨어(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카쉐어링 소프트웨어 등)가 통합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 한국의 현실은?

    정수기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은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제조업 영역에서는 그나마 신제조업의 움직임을 비교적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간 거래인 B2B영역에서는 둔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갑을 관계인 하청 구조와 업체간 협력의 기피, 그리고 기존 업체의 기득권적 저항이 심하기 때문이다.

    전통 제조업 시대에는 아시아의 용으로 불렸던 한국이 신제조업 시대에 '지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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