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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비 5%만 써도 예산 초과…절망적 아동센터 실태



인권/복지

    운영비 5%만 써도 예산 초과…절망적 아동센터 실태

    • 2019-01-23 11:00

    턱없이 모자란 지역아동센터 예산
    인건비 지급하려면 아동 프로그램비 줄이고
    프로그램비 맞추려면 임금 깎아야 하는 상황
    내용적 공공성 확보한 기관에 적극적 지원 이뤄져야

    [편집자 주] '포용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다. 이에 발맞춰 올해부터 아동수당, 돌봄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되며 '사회 복지'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복지는 삶의 질 향상과 직간접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우리나라의 현 사회복지가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CBS노컷뉴스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우리 사회복지의 실태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여론 형성을 통해 정책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칼럼을 연재한다.

     

    2019년 예산에는 기대했었다. 촛불 시위가 만들어낸 정부였고 방과후 서비스에 충분한 관심을 가진 정부여서 더 기대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이다.

    올해 정부의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지원 예산은 2018년 대비 2.8% 오른 1259억5500만원이다.

    이는 신규 지역아동센터 추가에 따른 예산 자연증가분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각 센터 기본운영비는 월 평균 516만원에서 529만원으로 약 2.5% 증가에 그칠 뿐이다.

    30인 시설 기준으로 올해 운영비가 8,040만원이다. 그 중 3인 인력의 인건비 7,423만원을 제하면 매월 51만4000원으로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공공요금 20만원, 주유비 20만원, 프로그램비 33만원(운영비의 5%)을 사용하면 이미 예산을 초과하게 된다.

    올해에는 보건복지부가 과거 10%에서 5%로 프로그램비를 하향조정하였기 때문에,이전처럼 운영비 예산 중 10%를 프로그램비에 사용하면 즉시 예산 초과다.

    이번 예산으로 인건비를 지불하려면 아동대상 프로그램비를 줄여야 하고, 프로그램비를 맞추려면 인건비를 최저임금 이하로 줄일 수밖에 없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전부터 부족한 시설 임대료 등의 운영비를 센터장의 사비로 충당해왔는데 이번에 책정된 예산으로는 인건비는 물론 프로그램비와 관리운영비가 턱 없이 모자라 돌봄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

    지역아동센터 인력의 처우가 열악하여 이직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는데, 이들은 사회복지사 임금체계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호봉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몇 년을 일하든 동일하게 겨우 최저임금을 받고, 그마저도 아동 프로그램비를 삭감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방과후 돌봄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고, 온종일 돌봄, 다함께 돌봄 등 지역아동센터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여전히 지역아동센터는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된 사립유치원에 빗대어 운영주체의 문제는 계속 부각되고 있다.

    (사진=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 제공)

     

    지역아동센터는 개인이 운영주체인 경우가 2,934개소(6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는 61개소(1.5%)로 나타난다.

    민간이 서비스 공급을 거의 전담하고, 정부는 최소한의 재정지원과 관리감독의 역할만 수행한다는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이처럼 민간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급구조는 공공성 저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큰 요인 중 하나다.

    개인이 운영주체인 경우 센터 내 회계와 운영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운영자의 이익 창출을 위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아동센터 시설평가, 지방자치단체 점검, 아동복지교사 파견, e나라도움(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다.

    공공성은 영리 목적의 이윤추구적 민간성을 지양하고, 공익에 부합하는 사업을 우선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형식적 공공성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을 전제로 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소유권과 법적 지위에 따른 차이를 강조하는 것으로 국공립 소유와 운영을 의미한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 주체가 다양화되어 민간에서도 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담당함에 따라 기존 형식적 관점으로만 공공성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희석되었다.

    이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 내용적 공공성 관점이 대두되었는데, 지역아동센터가 공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형식적 공공성 이외에 적어도 회계 투명성, 인력 공익성, 정보 공개성, 서비스 공공성 등이 내용적 측면에서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성을 주로 형식적 측면에 초점 맞추어 운영주체를 국공립으로 바꾸면 공공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공립 운영주체에서도 다양한 공공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공공성의 기준이 '누구의 소유인가?'에 있다면 그것은 일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에 대한 기계적 비교를 통해 돌봄의 공공성을 가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형식적 측면에 한정되어 있어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형식적 공공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내용적 공공성을 확보한 기관에 국공립과 같은 적극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시설평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도감독을 통해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을 점검할 수도 있지만, 지역아동센터에서 하고 있는 사회적 책무의 무게, 그리고 돌봄의 수고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에 대한 공감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회계투명성이 확보되는 민간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 내용적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역아동센터가 법제화가 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를 되물어볼 시점이 되었다.

    공공성은 민간뿐만 아니라 국가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며 대부분 국가의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역아동센터가 기본은 갖추도록 해주어야 한다.

    돌봄의 질은 인력의 질을 넘을 수 없는데 최소한의 인건비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기관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역아동센터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인건비 등은 수준 높은 인력이 유입되는 것을 방해하고 양질의 인력이 소진되고 이직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충하여 센터 운영에 필요한 최소 필요경비와 인건비를 분리해 지원하고, 사회복지사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지금까지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이제 정부가 대답해야할 차례이다.

    정부가 먼저 공공성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사람 없이 복지는 전달될 수 없다.

    돌봄 공공성의 핵심은 사람이고 인력을 바로 세워야 아동 돌봄이 제대로 될 수 있다.

    그동안 지역아동센터는 인력의 희생과 헌신으로 유지되었지만 그것만으로 버티다가는 언젠가 모두 쓰러지고 아이들은 방치될 것이다. 항상 사람이 먼저다. 아이들이 먼저다.

    글 싣는 순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릴레이 칼럼
    ① 절망적 아동복지예산
    ② 포용국가와 사회복지
    ③ 사회복지사 임금과 전문성
    ④ 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⑤ 노동절 특집, 인권 문제 단상
    ⑥ 노인 빈곤율과 저출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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