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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 마리 강아지처럼 우리도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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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조중의 칼럼

    [칼럼] 세 마리 강아지처럼 우리도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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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의 칼럼]

    우리는 ‘버려진 것 아닐까?’ 하는 개들을 종종 만났다. 작년 여름 울산을 다녀오던 길에서였다. 고속도로 졸음쉼터를 약 2킬로미터쯤 앞둔 곳이었다. 갓길에서 한 마리 개가 겁에 질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차를 세워 개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계기판 숫자는 시속 100킬로미터였다. 백미러를 보자 뒤따라 달려오는 차량행렬이 줄을 잇고 있었다. 급정거를 하면 대형 사고가 날 상황이었다.

    도로위를 걷는 개.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졸음쉼터에 도착해 고속도로 순찰대에 전화를 걸어 개를 발견한 지점과 개의 생김새 등을 알려줬다. 순찰대가 곧 현장으로 가겠다는 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서울로 오는 동안 내내 버려진 개가 궁금했다. 수많은 차량들이 고속 주행하는 고속도로에 개를 버린 사람은 누구일까. 차에 치여 잘못되지는 않았을지…… 집에 도착해서도 밤새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개 때문에 마음이 착잡했다.

    작년 겨울에는 강화도 해안가 도로를 달리다가 길 잃은 개를 발견했다. 제법 덩치가 큰 푸들이었는데, 갓길이 없는 협소한 2차선 도로를 따라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운전자가 미처 개를 발견하지 못하면 차에 치일 수도 있는 도로였다. 친구가 차를 세워 개를 살펴보자고 했지만, 줄지어 뒤따라오는 자동차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일까?’ ‘낯선 곳에 버려져 길을 헤매는 것일까?’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팔월이’는 2년 전 여름 아파트 단지 내 정원에서 발견된 유기견이다. 풀숲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강아지가 우연히 눈에 잡혔다. 녹색 목줄에 방울까지 달고 있었다. 다가가자 풀숲으로 도망쳤다. 이 녀석을 어떻게 잡지? 강아지 가방 캐리어를 가지고 나와 문을 열어놓았다. 녀석이 한참을 망설이더니 마치 그곳이 보호받을 공간이라고 믿은 것인지 달려와서는 쏙 들어갔다.

    동물병원 의사는 한살 쯤 된 치와와라고 했다. 녀석의 사진을 찍어 전단을 만든 뒤 동네 곳곳에 부착했다. 유기견보호소 관계자는 14일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시킨다고 했다. 14일째 되던 날 보호소에서 녀석을 데려왔다. 팔월에 만났다는 의미로 녀석의 이름을 ‘팔월이’로 부르기로 했다. 많은 유기견 가운데 하나인 ‘팔월이’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 따른 것뿐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버려진 개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일부 유기견들은 안락사 직전 천만다행으로 새 주인을 만나 행복한 여생을 보내기도 하지만 이 역시 기적 같은 일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버려진 개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버려진 개들은 필사적으로 도망 다녀야 하고,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가 하면, 나쁜 사람에게 붙잡혀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우리에 갇혀 공포에 떨기도 하고, 온몸에 상처를 입고 방치돼 신음하는 지옥 같은 세상이다. 다행이 유기견 보호소에 맡겨졌다 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되고 만다.

    얼마 전 모두를 놀라게 한 18층 오피스텔에 살던 세 마리 강아지는 주인으로부터 참혹하게 살해당한 경우다. 주인 손에 붙잡혀 18층 아래 까마득한 지상을 내려다보던 강아지는 그곳이 자신의 몸이 으스러질 지옥이 될 줄 생각이나 했을까. 주인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을 믿고 있던 녀석들을 창밖으로 던졌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인간은 어쩌면 이리도 사악한 걸까.

    키우던 개를 낯선 고속도로 갓길에 버리고 간 사람, 개들이 먹을 간식에 바늘을 넣은 사람, 살아 있는 강아지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린 사람…… 개에게 사악하게 구는 사람을 볼 때마다 ‘우리도 신으로부터 버려진 강아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을 한다. 우리도 세 마리 강아지처럼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버려졌던 강아지 ‘팔월이’를 볼 때마다 고속도로와 국도와 동네 공원과 골목길을 헤매고 있을 수많은 또 다른 ‘팔월이’를 생각하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내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는 ‘팔월이’라는 이름의 개가 오늘따라 낯설고 처연해 보인다. 지구별에 태어난 개는 무엇으로 존재하는지……. 사람을 좋아하는 착한 개들을 불쌍히 여겨달라는 기도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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