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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있는게 죄? '고용세습' 낙인에 또 한번 우는 정규직 전환자들



국회/정당

    친척 있는게 죄? '고용세습' 낙인에 또 한번 우는 정규직 전환자들

    친인척 있으면 다 비리자?
    "들어오기전엔 친척 있는지도 몰랐다, 억울"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기회 계속 됐으면"
    고용세습 밝혀져야 하지만 정규직 전환과 혼동은 위험

    (사진=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캡처)

     

    올해 국감에서 최고의 이슈 가운데 하나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논란이었다.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108명은 교통공사에 친인척이 근무한다는 이유로 고용세습에 의해 정규직이 된 사람들이라는 주홍글씨가 박혔다.

    이른바 '고용세습'으로 서울교통공사라는 번듯한 직장의 정규직이 된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려내 응분의 책임을 물을 일이다. 하지만 옥석을 구분하지 않은채 친척이 있다는 이유로 고용세습 비리자로 낙인찍는 게 마땅할까?

    CBS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규직 전환자 두 명의 얘기를 싣는다. 당초 면대면 인터뷰를 요구했지만 당사자들이 얼굴이 알려지는게 부담스럽다는 이유 등으로 사양해 전화 인터뷰로 이뤄졌다.

    "들어와서 사내 친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싸잡혀서 욕을 먹었다. 나도 취업준비해서 힘들게 옮겨 들어온 곳일 뿐이다"

    교통공사에서 안전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A(40)씨는 구의역 사고 이후인 2017년 6월 공개채용방식으로 입사해 한달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는 중공업 계통 공장에서 도색일을 하다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기술을 배우고 지방 공사에 응시하는 등 취준생 과정을 거쳐 교통공사 공채시험에 합력했다.

    그의 4촌 형은 지하철의 신호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한다. 20여년 일해 5급을 달았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인사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힘이 있을리 없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던진 '고용세습'이라는 전근대적이고 봉건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단어 하나에 주변의 눈치를 슬금슬금 봐야 하는 '비리 의혹자'가 됐다. 사람들은 줄여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리의혹자'는 '비리자'로 쉽게 축약된다.

    A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는데 서울교통공사에 친인척 있다는 사실만 부각되고 있다. 공사 친인척 비율 11.2%가 높은 것인지 정확한 친인척 가족 데이터를 주지 않고 오해를 하면 억울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구의역 사고로 김군이 목숨을 잃은 지 1년여 뒤에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안전직군으로 입사했다. 입사 당시는 무기 계약직이었지만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가 교통공사로 통합되고 나서 정규직 사원이 됐다.

    "비정규직으로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비정규직이다. 나이 먹으면 (다른 곳에) 정규직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오랫동안 일했다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기회도 줘야 하지 않나"

    또 다른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안전직군이 아닌 비안전직군의 정규직 전환 문제다. 비안전직군인 후생 분야 정규직 전환자 B(47)씨는 20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고, 계속 비정규직으로 일해오다 올해 초 정규직이 됐다고 했다.

    '친인척이 있냐'는 질문에 '있는게 문제냐'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입사하기 전에는 친인척이 있는지 몰랐다가 아주 오래전 철도 검수 쪽에 일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어렴풋이 기억나 찾아보니 있었다고 덧붙였다.

    친척은 지금 검수 파트 4급으로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교통공사의 경우 2급 이상부터 고위직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수파트 4급이 친인척 채용비리에 힘을 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친인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세습으로 맞춰지고 어처구니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 안하고 하는 발표에 사과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든 국회 국정감사든 어떤 절차를 거쳐 채용비리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도 사과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A씨와 B씨는 정규직 전환으로 연봉 7000만원이 넘는 '황제 정규직'이라는 부러움 아닌 비아냥의 대상이 된 게 속상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받는 연봉은 여기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A씨는 "연봉 7000만원을 넘으려면 20년이상 일해야 한다. 나는 3000만원 정도 받는다. 앞으로 정년 20년 남았는데 그마저도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B씨는 인터뷰 말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으로 있으면서 겪었던 서러움, 어려움, 괴로움이 응축된 한 마디로 들려왔다.

    지난 2017년 이후 서울시는 산하 기관 비정규직 175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왔다. 앞으로도 680여명을 전한시킬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정책의 방향은 변함 없다"며 "다만 감사원 감사청구를 해 놓은 상태여서, 추가 문제제기가 있다면 반영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친인척비율을 포함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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