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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 디젤X쿤디판다, 재능 있는 두 래퍼의 기막힌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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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릴레이] 디젤X쿤디판다, 재능 있는 두 래퍼의 기막힌 만남

    기획 인터뷰 시리즈 <힙합 릴레이=""> 45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뱃사공이 지목한 디젤과 쿤디판다입니다.

    디젤(왼쪽)과 쿤디판다

     

    '힙합 듀오'만이 낼 수 있는 맛과 멋이 있다. 프로젝트성으로 뭉친 듀오라면 그 맛과 멋이 더욱 이채롭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디젤(dsel)과 쿤디판다(Khundi Panda)의 만남은 흥미로웠다. 힙합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영 블러드'들인 이들은 올여름 합작 앨범 '농'을 세상에 내놨다. 20대 초반의 두 래퍼는 술자리에서 느낀 희로애락을 담은 10개의 트랙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 앨범을 완성해 음악적 재능을 뽐냈고, 앨범을 들은 이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전 인터뷰 주인공 뱃사공의 지목으로 <힙합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최초로 두 명의 래퍼와 동시에 만났다. 합작 앨범 '농'을 중심으로 나눈 디젤, 쿤디판다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디젤=차붐 형이 이끄는 레이백 레코즈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코지보이 크루와 서리 크루 일원이기도 하다.
    쿤디판다(이하 쿤디)=전 쥬스오버알콜과 서리 크루에 속해있고 보석집 크루의 명예회원이다. 소속사는 없다.

    ▷랩 네임의 의미도 궁금하다.
    디젤=어렸을 때 좋아했던 유명 청바지 브랜드 이름이다. 디젤로 활동을 시작한 뒤로 마땅히 더 좋은 이름이 없어서 바꾸지 않았다. 전 한 번도 랩 네임을 바꾼 적이 없다. 아, '진 바나나'라는 프로듀싱 네임은 따로 있다.
    쿤디=어릴 때 판타지 만화를 보다가 저만의 상상 속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그 중 '쿤디판다'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사실 왜 랩 네임을 이걸로 했나 후회가 되기도 한다. (미소). 그래도 이름이 독특해서인지 사람들이 '쿤디'나 '판다' 둘 중 하나는 꼭 기억하는 것 같더라.

    ▷두 사람은 언제 처음 인연을 맺었나.
    디젤=쿤디가 저에게 팬이라면서 사운드클라우드 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작년쯤이다. 그렇게 처음 알게 됐는데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친해지게 됐고 지금은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쿤디=틈틈이 연락하고 지내다가 올해 들어 부쩍 친해졌다.
    디젤=같이 술을 자주 마시다 보니 더 친해진 것 같다.

    ▷서로 음악적으로 끌린 지점이 있었을 같다. 칭찬 한마디씩 하자면.
    쿤디=디젤은 곡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특유의 스타일로 후렴을 잘 짤 수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인지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기가 잘 하는 게 뭔지 아는 뮤지션이라 할까.
    디젤=저는 가사를 직설적으로 쓰고 나름대로 재밌는 비유를 쓰려고 하는 편이다. 반면, 쿤디는 가사를 입체적으로 잘 쓰고 그걸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끔 한다.

    ▷합작 앨범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디젤=쿤디가 먼저 작업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우스갯소리로 술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실이 됐다.
    쿤디=듀오는 역시 하이톤과 로우톤의 조화가 필수이지 않나. 다이나믹듀오와 슈프림팀처럼. (미소). 제가 하이톤, 디젤이 로우톤을 맡아서 같이 앨범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디젤=애초 시작은 '믹스테잎을 만들어보자'였다. '후다닥 만들고 후다닥 내보자'면서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지면서 앨범으로 제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쿤디=올해 각자 믹스테잎을 냈었기에 굳이 또 믹스테잎을 내야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예 손을 놓고 있던 시간까지 합하면 제작 기간은 4~5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합작 앨범 '농' 커버

     

    ▷본격적으로 총 10트랙이 담긴 합작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앨범 타이틀을 '농'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
    쿤디=농담의 '농'도 되고 농도의 '농'도 된다. 술자리에서 농 던지듯이 '술 마시면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볼까' 하면서 시작한 앨범이기 때문에 주제를 짧고 굵게 잘 표현할 수 있는 타이틀이 '농'이라고 생각했다.

    ▷각 트랙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자. 1번 트랙 '이스케이프 플랜'(Escape Plan)부터.
    쿤디=말 그대로 '탈출 계획' 스토리가 담긴 곡인데 각자 겪은 경험을 섞어서 가사로 풀어냈다. 어떻게 해야 '꼰대' 래퍼가 있는 술자리에서 벗어나 잘 나가는 형들이 있는 곳으로 갈까 궁리하는 내용이다.
    디젤=성인이 되고 난 뒤 유명한 래퍼 형들과 노는 게 재밌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자리도 많더라. 물론 가사 내용처럼 엄청난 '꼰대' 성향을 가진 형들이 많지는 않은데, 이 주제로 1번 트랙을 완성하면 뒤에 트랙들에서 반전을 주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곡을 들으며 '꼰대 래퍼'의 기준이 궁금했다.
    쿤디='내가 꼰대는 아닌데~'라고 방어기제를 펼치는데 정작 결론은 '어쨌든 내 말대로 해' 하면서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허무주의에 빠져있다는 거다.
    디젤=쿤디 의견에 동의한다. 추가로 '내가 그거 해봤는데 재미없더라. 그러니까 다른 걸 해봐'라고 말하는 사람도 제 기준에선 '꼰대'다.

    ▷2번 트랙 '이글루' 이야기로 넘어가자.
    디젤='꼰대' 래퍼가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 저희끼리 클럽에 간 이야기가 담겼는데, 실제로 함께 겪은 일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스윙스 형 피처링 부분 빼고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쓴 거다.
    쿤디=래퍼들 사이에 슬랭처럼 쓰이는 '스지'라는 용어가 있다. '스트릿 지인'의 약자인데, 허구한 날 홍대에서 래퍼들 옆에 붙어 래퍼 같은 '스웨그'를 뽐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보통 '스지'들은 클럽 테이블을 잡아놓고 래퍼들에게 '놀러오라'고 연락한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스지' A씨가 부른 곳으로 가보니 한껏 꾸미고 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더라. 클럽에서 나가면 인사도 안 할 사람들이고 저희 팬들도 아니데 친한 척 하는 게 기분이 좀 이상했고, 그러다 테이블에 있는 양주 얼음이 '이글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어차피 이 사람들은 양주 떨어지면 다 사라질 거니까.

    ▷피처링에 참여한 스윙스는 처음부터 '섭외 1순위'였나.
    디젤=스윙스 형 부분만 픽션을 가미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잘 나가는 형을 부른 상황을 설정하고 싶어서였는데, 곡을 만들 때부터 스윙스 형을 생각했다.
    쿤디=그만큼의 유명세와 파워를 가지고 신을 이끌어 가는 래퍼는 그 형뿐이다. '다 나가 뒤져'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캐릭터도 그 형뿐이고. (웃음).

    ▷'이글루'에서 빠져나오면 3번 트랙 '머그샷'으로 이어진다.
    쿤디='헛소리 대잔치' 같은 곡이다. '꼰대'를 벗어나 잘 나가는 형(스윙스)과 있었는데 그것도 좀 그래서 또래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회로가 끊긴 상황인 거다. 그래서 결국 내가 욕했던 '꼰대'와 다른 바 없는 행동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디젤='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취하면 내가 '근데 나는~'을 반복하는 술버릇이 있다더라. 그걸 넣어 보기도 하면서 최대한 솔직하게 가사를 썼다. '첨성대보다 높게'처럼 말도 안 되는 구절도 일부러 넣었다. 첨성대는 원래 높지 않은데 술 먹은 상황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은 거지.

    ▷4번 트랙 '아이에서 어른'부터는 흐름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쿤디=4번부터 7번 트랙까지는 술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다채롭게 풀어봤다. 이후 8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를 1,2,3번 트랙에서 풀어낸 스토리와 이어지도록 작업했다.

    ▷그럼 '아이에서 어른'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나.
    쿤디=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중, 고등학교 때 소위 '일진'들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입장이었다. 당시 갈등을 풀고 걔네들이 있는 술자리에 몇 번 간적이 있다. 그때 내가 무슨 술맛을 알았겠나. 그들이 술을 대접에 따라서 저에게 먹였던 기억밖에 안 난다. 성인이 된 지금 입장에서 당시 걔네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가사로 풀어봤다.
    디젤=저는 학교 선배들과 잘 어울려서 학교생활을 편하고 하고 싶었던 학생이었다. 당시 형들과 뒷산에서 술을 마시다가 '야자타임'을 했고, 그러던 중 갑자기 한 친구가 저를 때려서 싸움이 난 적이 있다. 현 시점에서 회상한 그 때의 상황을 극적으로 가사로 풀어내보고자 만약 지금 누가 나에게 못되게 굴면 예전에 싸웠던 것처럼 할 테니 조심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넣어봤다.

    ▷5번 트랙이자 앨범명과 제목이 같은 '농'은 어떤 곡인가.
    쿤디=저희 둘이 같은 날 겪은 '레전드 썰'이 담긴 곡이다. 그때 저희는 서로 다른 술자리에 있었다. 저는 한 주 전쯤 알게 된 여성분과 저녁을 먹고 간단히 술을 마신 뒤 같이 클럽에 놀러 갔다. 그런데 그 여성분이 저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한 다음 사라져버렸다. 일종의 탈출을 한 거다. 당황해서 클럽 밖에서 서성이다 디젤에게 전화를 했고, 디젤이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혼자 있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이후 디젤은 다른 클럽에 놀러갔고, 전 비참함을 느끼고 방황하다가 3~4시간 후에 디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그 클럽에 저와 저녁을 먹었던 여성분이 있는 거다. (일동 웃음). 그 분도 저를 보고 당황했는지 '언제 왔어?'라며 태연하게 묻더라. 너무 창피해서 취하지 않았는데 취한 적하며 어물쩍 답했다. 정말 황당한 날이었다.
    디젤=저 역시 올해 가장 웃긴 일을 겪은 날이었다. 그날 클럽에서 어떤 여성분과 잘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있던 자리에 유명한 래퍼들이 오자 그들에게 모두의 이목이 쏠린 거다. 졸지에 '사은품' 취급을 받는 느낌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아, 그래도 나도 래퍼인데' 하면서 숨이 턱 막혔고, 다른 남자가 그 여성분에게 접근하는 걸 보면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담배를 피며 쿤디를 기다렸고, 쿤디가 오고난 뒤 같이 해장하러 갔다. (웃음). 그러던 길에 그 여성분이 저에게 기분 나쁜 실수를 하기도 헀었고. 그 실수가 어떤 실수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쿤디=정말 너무 웃길 날이었다. 같은 날 둘이 함께 겪은 일을 담았다는 점에서 특히 재밌는 곡이다.

     

    ▷더 이야기하면 슬프니 6번 트랙 '휘발유'로 넘어가자.
    쿤디=관념적인 이야기를 풀어봤다. 이성과 단 둘이 술을 마실 때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성욕이 휘발성으로 타오르는 것을 '휘발유'에 비유해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특정 신체부위를 언급하지 말고 가사를 써서 차별화를 둬보라'는 심바자와디 형의 조언을 받아들여 '혈압', '휘발유', '폭발' 등의 표현을 썼다.
    디젤=이 곡을 만들 때 진짜 힘들었다. 벌스를 세 번이나 갈아 엎었을 정도다. 평소 가사를 직설적으로 쓰는 편이다 보니 은유적인 표현으로 가사를 써내는 게 어려웠다.

    ▷어느새 7번 트랙이다. '토킹바'는 어떤 곡인가.
    쿤디=실제 토킹바에 대한 곡은 아니고 술자리에서 나오는 뜬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곡이다. 같이 술 마시면서 소문을 안주삼아 '누가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최)엘비 형에게도 그런 식으로 써달라고 요구했는데 진짜 좋은 랩을 해줬다.
    디젤='내가 소문의 래퍼가 되는 걸 원하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가사를 썼다. 진짜 재밌게 작업한 트랙 중 하나다.

    ▷8번 트랙 '행맨'부터 앞서 1,2,3번 트랙에서 풀어낸 이야기와 이어지는 건가.
    쿤디=맞다. 여기부터 술이 깬 상황이다. 술자리에 있다가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소리소문 없이 잠수를 타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가 친구들에게 클럽 대기실에서 잠이 든 채로 발견된 적도 있었다. 술이 깬 상황에서 술도 좋지만, 그런 식으로 친구들에게 피해를 끼치진 말자고 다짐하는 내용을 담아봤다.
    디젤=술자리에서 저에게 다가와 다른 래퍼의 이름을 대며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와 같은 공연 무대에 다른 섰던 래퍼 이름을 대며 '공연 잘 봤다'고 이야기한 분도 있었다. 술 깨고 나서 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가사에 담았는데 개인적으로 훅이 정말 마음에 드는 트랙이다.
    쿤디=저 역시 마음에 든다.

    ▷9번 트랙 '온 마이 마인드'에 대해 설명해달라.
    쿤디=수록곡 중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이다. 재밌는 건 술에서 깬 뒤 반성을 하며 '유혹에 먹히지 않겠다'고 말하는 곡을 만들어 놓고서는 그 후 2~3개월 동안 술 마시고 수많은 실수를 했다는 점이다. (웃음).
    디젤=술에서 깬 뒤 일상으로 돌아와서 무념무상하면서 쓴 가사다. 개인적으로 하루하루가 똑같은 삶은 사는 걸 좋아한다. 무탈함에 대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나. 그런 행복감이나 래퍼로서 보여주고 싶은 점 등을 풀어내고 싶었고, 그에 걸맞게 훅은 밝고 쾌활하게 쓰려고 했다.

    ▷마지막 트랙이다. 10번 트랙 '루핑'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쿤디=어떤 식으로 결론을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술은 도저히 못 끊겠어서 앞으로 술을 마시더라도 최대한 만취상태가 되지 말자는 다짐을 담아봤다.
    디젤=지난 몇 달간 술이 우리를 마셨다면, 이제는 우리가 술을 마시자는 느낌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최근 두 달간 술을 안 마셨다. 앨범 작업을 위해 한창 술을 마셨으니 몸에 휴식을 주고 건강히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터뷰 사진은 디젤과 쿤디판다가 직접 촬영해 기자에게 전달했다.

     

    ▷합작 앨범을 선보인 소감이 궁금하다.
    쿤디=비앙과 함께 만든 '재건축' 앨범으로 한중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랩&힙합 부문 상을 받았다. 그 뒤로 저를 되게 강직하고 굳건한 신념이 있는, 명반을 낼 것 같은 래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이번 '농' 앨범을 듣고 '오락용 같다'고 하시며 비교하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 애초에 '농'은 '재건축'과는 서사가 다른 앨범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앨범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앨범을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한다.
    디젤=쿤디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느낀 바가 많다. 랩에 대한 흥미가 조금 떨어져 있는 단계였는데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저에게 휘발유를 부은 앨범이라고 할까. 그래서 애착이 많다.

    ▷디젤X쿤디판다 조합은 향후 또 볼 수 있는 건가.
    쿤디=같은 집에 살고 있기도 하고 서로간의 관계가 두텁기 때문에 일회성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언제 처음 힙합에 빠졌나.
    디젤=초등학교 5학년 때 흑인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댄서 출신이셨다. 방과 후 그 선생님이 특이한 리듬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봤는데, 그 노래가 솔자보이의 '크랭크 댓'(crank that)이였다. 그렇게 처음 힙합 음악을 접했고, 중1때 '랩 하면 인기 많아질 거다. 같이해보자'는 제안을 해서 용돈 모아 마이크 사서 녹음하고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차 많은 래퍼들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
    쿤디=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다. 같이 어울리던 몇 안 되던 친구 중 한 명이 에픽하이를 엄청 좋아했고, 그 친구의 영향으로 힙합 음악을 접한 뒤 자연스럽게 랩을 하게 됐다.

    ▷요즘 힙합씬 흐름은 어떻게 보고 있나.
    디젤=개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예전에 누구와 다니느냐가 중요했었다면, '요즘은 나만 잘하면 돼' 느낌이랄까.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게 어린 생각일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결론을 내기 위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쿤디='쇼미더머니' 좋고, '고등래퍼' 좋은데, 너무 시장이 그런 프로그램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생각이다. 유명세가 잘하는 기준의 척도가 되는 상황도 아쉽다. 물론 '쇼미'가 힙합을 살린 것도 맞는데 죽인 것도 맞다는 생각이다. 대중이 그런 프로그램에 끌려가지 말고 음악을 듣는 데 있어 주관을 더 키웠으면 하고, 출연했던 래퍼들이 '연예인화'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어떤 래퍼로 성장하고 싶나.
    쿤디=누가 들어도 랩을 잘 한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 또 앨범을 실험적이고 과감하게 잘 만드는 래퍼가 되고 싶다. 아직은 그 경지 닿지 못한 상태이지만, 지금처럼만 스스로에게 압박을 가하며 꾸준히 노력하면 30대에는 제가 닿고 싶은 경지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건방지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스스로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이다.
    디젤=간결하게 말해 음악 잘 만들고 랩 잘하는 래퍼다. 사실 이전까지는 자기만족을 위해 음악을 했고, 마니아적인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앞으로는 더 완성도 있고 덜어낼 건 덜어내서 필요한 것만 전달해줄 수 있는 래퍼가 되고 싶다. 지치지 않고 계속 랩과 프로듀싱을 하겠다.

    ▷나에게 힙합이란.
    쿤디=힙합이라기 보단 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저에게는 일종의 게임이다. 한 번 게임에 푹 빠지면 PC방에서 6~7시간 동안 어떻게 더 잘할지에 대해 고민하곤 했었다. 저에게는 랩이 지금 그런 존재다. 더 잘하고 싶다. 동시에 책임감 같은 것도 느낀다. 게임은 계정 삭제하면 끝나는데 이건 인생게임이니까.
    디젤=힙합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할까. (웃음). 그 외 생각은 쿤디와 같다.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쿤디=인터뷰 초반 언급한 서리라는 크루에 저와 디젤, 그리고 심바자와디, 비앙, 망가맨까지 총 5명이 속해있다. 크루의 신호탄을 쏘는 프로젝트 앨범을 낼 거다.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아직 말매되지 않은 곡들도 많다. 언제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추후 공개될 피처링 곡들로도 인사드리게 될 것 같다. 그러다가 보면 정규 1집을 내게 되지 않을까.
    디젤=서리 크루 프로젝트 준비와 싱글, 정규 준비를 병행 중이다. 그 이후로도 계속 좋은 음악 만들 궁리하며 작업을 해나갈 것 같다.

    ▷뱃사공의 지목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뱃사공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디젤=차붐 형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됐다. 그때는 진짜 '꼰대'라고 생각했는데, 따로 만나서 얘기해보고 음악 좋아하는 정말 순수한 형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집 위치도 가까워서 오다가다 종종 마주치기도 한다.
    쿤디=리짓군즈 크루가 처음 곡을 냈을 때부터 알던 아티스트다.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맞팔'을 해주셨고, 사는 곳도 비슷하고 동선도 겹치다 보니 자주.

    ▷다음 래퍼를 지목해달라.
    쿤디&디젤=심바자와디 형을 지목하겠다. 형도 저희와 같이 살고 있다. 형이 몇 달 전 정규 앨범을 냈는데 지금까지 선보인 앨범 중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앨범을 만들 때 저희가 옆에서 의견을 보태기도 했기에 다음 인터뷰 주인공으로 지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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