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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붉은 깃발법(Red Flag Act)'과 은산분리완화



칼럼

    [논평] '붉은 깃발법(Red Flag Act)'과 은산분리완화

    (사진=청와대 제공)

     

    19세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에서 언급하면서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다.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규제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이 갑자기 '붉은 깃발법'을 들고 나선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난 1년, 은행의 개념을 바꾼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국민의 큰 호응을 얻는"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규제에 발목을 잡혀 금융시장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붉은 깃발법'과 같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본 규제는 바로 은산분리다.

    은산분리는 은행법상 재벌의 은행지배를 막는다는 취지로 산업자본(비금융기업)이 은행지분을 10%(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6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이 규제를 완화(비금융기업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50%까지 상향조정)해 적용하기로 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냈지만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벌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물꼬를 터줄 수 있다"고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후보시절 엄격한 금산(금융과 산업)분리원칙 적용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은 이날 은산분리원칙을 저버리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하여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은 결국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 지지세력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진보진영 전문가들이 "문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공약을 어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이유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토론회'에 내걸린 현수막 '천만 계좌의 예금, 재벌 금고로 들어가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과거 동양증권 사태처럼 금융회사가 대형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지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은산분리 완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어떻게든 인터넷 전문은행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돼 국민의 금융 편익이 더욱 확대될 뿐 아니라 IT와 R&D,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번 규제혁신이 핀테크(FinTech)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문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되고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물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기존 금융회사의 자회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반쪽짜리 은행'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은산분리 완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이지만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 속에서도 자본확충에 성공적이었던데 반해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 가계신용대출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존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회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다른 은행에 대해서는 은산분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만 열어주겠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일반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은 예금과 대출이 주가 되는 똑같은 은행업을 하고 있다.

    여신관리 등 위험관리가 똑같이 중요한 만큼 은산분리에서도 차별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산업의 성장을 위해 혁신 IT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하도록 한다면 그 문호는 일반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정도로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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