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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됐다.
이는 빵빵한 예산을 자랑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추진된 일이 아니다.
한 주민이 에어컨 설치 비용을 쾌척하고, 다른 주민들이 전기세를 십시일반 부담하기로 하며 폭염 속 '감동 드라마'가 쓰였다.
4일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주민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지난주 엘리베이터에 "이웃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시작하는 글을 써 붙였다.
그는 "대책 없는 무더위에 경비 아저씨들은 어떻게 견디시나 늘 마음 한 편이 무겁다"면서 "경비실에 냉방기가 설치되면 각 가정에서 경비실 전기사용료 월 2천원가량을 나눠낼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하다"며 의견을 물었다.
이 주민과 같은 라인에 사는 주민들은 포스트잇에 '○○호 찬성'이라고 적어서 게시글 옆에 붙이는 방식으로 일종의 '투표'를 했다.
약 일주일간의 투표결과 해당 라인에 사는 총 30가구 가운데 24가구가 '찬성' 의견을 냈다.
"찬성! 너무 더워요", "□□아파트는 경비실에 에어컨 달았다네요. 2년 됐대요" 등 부연 설명이나 응원 메시지를 쓴 주민도 있었다.
처음 게시글을 붙인 주민은 자비로 해당 라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설치는 전날(3일) 완료됐다.
이 아파트에서 일한 지 8년째라는 관리사무소 이병필(55) 소장도 주민의 선의에 감명을 받아 아파트 정문 초소 등 경비실 2곳에 자비로 에어컨을 설치했다.
이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민분들께 눈물 나게 감사하다"면서 "내 자비로 에어컨을 설치한 2곳은 온종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곳이어서 일단 내 돈을 부담해 근무 여건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관리소장의 이런 움직임과 달리,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경비 업무를 기계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조만간 논의할 예정이어서 경비원들 마음은 편하지 않다고 한다.
이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관리비 절감으로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보다 원래 있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안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