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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주 "TV 돌리다가도 멈춰서 보게 되는 배우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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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기주 "TV 돌리다가도 멈춰서 보게 되는 배우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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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이리와 안아줘' 한재이 역 진기주 ②

    지난 19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길낙원/한재이 역을 맡은 배우 진기주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아역부터 시작하거나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을 시작해 데뷔한 경우도 많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비로소 연예계에 들어선 이들도 있다. 이른바 '일반인'(정확하게는 비연예인)으로 살았던 이야기는 대중이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는 소재이기도 하다.

    공대 출신인 진기주는 4학년 때였던 2010년 인턴기자를 했고, 기자 되는 것을 반대한 부모님 때문에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다시 진로를 바꿔 지역방송 기자로 일했다. 원래 기자가 장래희망이었던 그는 인턴을 해 보고 나서 '천직이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방송기자 시절 고된 수습 과정을 거친 후 그만뒀다. 그러고 나서, 또 하나의 꿈이었던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학, 영어학원만 있는 줄 알았던 그는 연기도 학원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처음 잡은 기회가 tvN '두번째 스무살'이었다. 아직도 첫 드라마의 첫 촬영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진기주를,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컷 인터뷰 ① '이리와 안아줘' 진기주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했다")

    ◇ '이리와 안아줘' 찍으며 자주 눈물 쏟은 사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윤희재(허준호 분)의 악행으로 중학생 시절 부모님을 잃은 한재이 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 만나 교감을 나눴던 첫사랑이 하필 윤희재의 아들 채도진(장기용 분)이었고, 12년 만에 만난 둘은 힘겨운 사랑을 이어간다.

    큰 충격과 상처를 남긴 기억이 있기에, 두 사람은 때로 위태로웠고 불안해했다. 진기주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재이 역을 하면서 꽤 많이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천천히, 머릿속과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꺼내놓았는데, 내용이 워낙 풍성해서 마치 드라마 코멘터리를 듣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캐릭터와 극중 상황에 관한 묘사가 무척 구체적이었다. 원래 몰입도가 높은 것인지 물으니 "대본 덕이었다"고 답했다.

    진기주는 "제가 그동안은 한 작품을 끝내고 바로 다음 작품을 이어갔던 경우가 많았다. 그 캐릭터에서 못 헤어나오겠다 싶어도, 바로 다음 작품을 하니 그걸 겪는 시간이 다행히 짧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품 하던 중간에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너무 많이 생각하고 곱씹은 탓인지 모르겠는데 낙원이에 대해 너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대본에 충분히 설명돼 있기도 하고. 낙원이는 울지 않고 웃으면서 마음을 추스르는데, 전 자꾸 눈물이 난다는 게 달랐다"고 부연했다.

    "오빠(윤종훈 분)가 저한테 하는 말 중 되게 슬펐던 게 있어요. '그만해, 낙원아'. 제자리로만 얼른 돌아오라고 하는데, 한번은 '그만해, 낙원아' 하는데 거기서 욱하더라고요. (웃음) 욱했는데 나중에 오빠랑 대화하는 씬에서 '오빠, 나 사실은 힘들어. 오빠가 그랬잖아. 우리만 안 부서지면 된다고' 이런 말을 하면서 낙원이가 손을 잡아요. 그때 조금 누그러들었어요. 제가 납치됐을 때 오빠가 도진이랑 통화하는데 그때 '이번엔 늦지 않게 갈게' 하는 말이 너무 짠하더라고요. '나 혼자 멀쩡하게 살아남았구나' 하는 오빠의 트라우마가 보여서요."

    서로에게 '구원' 같은 존재였던 한재이와 채도진 (사진=이매진아시아 제공)
    역할에 빠져 있어서 힘들지 않냐고 묻자 "작가님이 절 다 충전해주셨다"며 미소지었다. 자신을 괴롭힌 윤희재를 만나 뺨도 때리고 사과를 포함해서 하고 싶었던 말도 다 해서 시원했단다.

    "윤희재의 결말이 되게 좋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으로 자멸했고, 어둠 속에 영원히 갇혀서 끝났잖아요. 나무(채도진의 다른 이름)와의 관계에서도, 그동안은 혼자 눈물을 훔쳤다면 '내 앞에서 울어'라고 했을 때 그제야 울어요. 전 그 씬에서 12년 전 순간이 떠오르더라고요. 나무가 윤희재를 가격하고 빠져나갔을 때 두 아이가 손을 잡고 마주 앉아서 막 울잖아요. 그 느낌이 떠올라서 나무 손이랑 팔을 잡고 울게 되더라고요. 그때 온전하게 솔직해졌어요. 16살의 과거를 끌어안아 주면서 평범한 연인으로 데이트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니까, 모든 게 다 해소됐어요."

    드라마 제목처럼 진기주도 누군가가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을까. 진기주는 "(이번) 드라마 촬영할 때도 많았다. 근데 항상 혼자 견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쨌든 이 캐릭터를 책임져야 하는 건 결국 저이니까 더 강해졌어야 했다. 낙원이처럼 단단해져야 했다"고 답했다.

    ◇ 기자에서 연기자로, 두 가지 꿈 모두 이루다

    진기주는 2015년 tvN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로 데뷔했다. 27살이니 꽤 늦은 시작이었다. 그전에는 일반 기업에도 입사했다가 방송기자로 일했다. 원래 꿈이 기자였다. '이리와 안아줘'에서 살인마 때문에 부모를 잃은 피해자였던 한재이는, 바로 그 '기자'의 집착 때문에 시달리는 역할이었다.

    진기주는 "플래시 사례에 휘청해서 주저앉았을 때 한지호(윤지혜 분) 선배님이 치고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때 진짜 열 받더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선배님 대사 중에 '피해자로서 심경이 어떠십니까?'라고 하는 게 있는데, '심경? 심경이 지금 어떤지 묻는 거야?'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원래 그렇게 물어봐야 하는 거니까 이해는 됐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지만 진기주는 기자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진 않았다. 인턴기자를 할 때와 실제 입사했을 때 느낌이 확 달랐다고. 대학 때 인턴기자를 할 때는 스스로 천직이란 생각을 할 만큼 열심이었다. 인턴에겐 해당되지 않았던 주말 출근을 자진하는가 하면, 여러 부서를 두루 돌고 싶어서 사진부에 지원했고, 사진부에서도 발제하고 기사를 썼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혼자 취재하고 기사도 쓰고 별걸 다 했다". 아주 즐겁게.

    지역방송 기자로 입사했을 때는 사람이 적은 탓에 빨리 입봉했다.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리포트를 만들고 보도하게 되면 경찰서 돌기를 그만 시킬 줄 알았는데 둘 다 해야 했다. 밤새 일어난 사건을 확인해야 하니 잠은 잠대로 못 잤고, 리포트까지 만들어 오라고 하니 지쳐갔다. 진기주는 "진짜 정신없었는데도 하게 되더라. 극한이었다. (저를) 몰아넣을 만큼 몰아넣었다"고 회상했다.

    극중에서 살인마의 범행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한재이에게 취재진은 조심성 없이 다가온다. '피해자로서 심경이 어떻느냐'는 질문도 한다. (사진=이매진아시아 제공)
    진기주는 "아주 옛날로 돌아가면 제 꿈은 기자와 연기자였다. 근데 연기자는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 본 적이 없었고, 저도 제가 그 길을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 했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잠깐 기업에 들어갔는데, 그때 제 DNA가 좀 바뀐 것 같다. 인턴기자를 할 땐 몰랐지만, 기업에 가니 제 개인 생활에 관한 욕구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논술, 수학, 영어학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연기학원이 있더라고요. 아, 연기도 배울 수 있는 건가? 오디션 프로필도 지원할 수 있구나, 이것도 그냥 직업 중의 하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런 마음을 갖고 퇴사했어요. 이후 기자 시험을 또 봤고, '그래, 이것도 내 꿈이었으니까 잘 맞을 거야'라고 시작했는데 자꾸만 그쪽(연기자) 생각이 났어요. 자꾸 또 딴 맘을 품고 일할 순 없었고요. (웃음) 그러면 수습만 버티자 해서 끝나고 나왔죠."

    배우로서 첫발을 딛었던 시기를 기억할까. 진기주는 "완전 기억난다. 최지우 선배님과의 투샷이었다, 제 인생 첫 커트가. 흰색 셔츠를 안에 입고 노란 니트와 청재킷을 입고 있었다. 촬영 장소는 건대였는데 도서관 안에서 책 빌리는 씬이었다. 선배님이 책 빌리려고 하면 '다 제 책인데요' 하면서 가져가 버리는 씬"이라며 줄줄 읊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니터 화면을 받아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돌렸던 기억도 선명하다.

    진기주는 "그 순간 안에 네가 살아있으면 돼"라고 했던 연기 선생님의 말을 새기고 있다. 그는 "씬 안에서 낙원이로, 재이로 살아있으면 됐다. 그게 연기의 근본인 것 같더라. 요즘도 그 생각을 상기하면서 연기한다. 물론 현장에서 배우는 게 가장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언제 가장 연기하는 게 재밌냐는 물음에도 "그냥 촬영하고 있을 때?"라고 답했다.

    ◇ '정답 없는' 연기, 길 잃지 않는 법

    인턴기자 시절 이 직업이 나와 너무 잘 맞는다며 뿌듯해했던 진기주. 돌고 돌아 만난 배우란 직업은 어떻게 볼까. 그는 "지금은 제가 좋아서 하고 있는 거다. 너무 괴로운 것도 많은데 재미있다. 정신적인 괴로움이 있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신적 괴로움이란 '창작의 고통'이다.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으니. "정답이 없다 보니 채찍질도 많이 하게 되고,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생각도 많고. 해석도 워낙 다양하니 어떤 게 최선일까 고민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 고민을 놓칠 수 없는 게 힘들다고.

    정답이 없는 일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만족감을 얻는지 묻자 "감독님을 많이 믿는 편"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경력이 적은 신인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대선배인 허준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같이 붙는 장면에서 연기가 괜찮았냐고 묻자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좋긴 좋았어"라면서 "이런 건 우리끼리는 잘 몰라"라고 귀띔했단다.

    배우의 입장보다는 보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 이게 허준호가 몸소 보여준 힌트였다. 진기주는 "(허준호) 선배님이 드라마 시작 전에 인터뷰하실 때마다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께 맡기겠다'고 하셨다. 저도 진심을 다해서 했는데 보는 사람이 그걸 느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께서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열심히 해도 감독이 못 느끼면 OK 사인이 나지 않듯, 보는 사람에게도 자기감정을 무사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배우 진기주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너무 재미있어서' 연기하는 만큼, 요즘 혼자 하는 고민도 연기에 쏠려 있다. 촬영장에서 어떤 연기를 할까, 하는 것. 나의 진심을 보는 사람도 100% 받아들이려면 어느 정도의 스킬이 필요한 것인지, 연기에는 스킬이 들어가면 안 되는지 갈피를 잡는 중이다. 올해 '리틀 포레스트', '미스티', '이리와 안아줘'까지 달려왔지만, 하반기에도 또 즐겁게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데뷔작이 들어오기까지 오래 인내해야 했던 진기주. 늦게 시작한 일인 만큼 자연스레 뒤따르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다림은 익숙지 않다.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에 빠져 있었으니, 밝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지 않은지 묻자 "너무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지금 제가 더 행복해졌다. 그래서 더 어두운 걸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스티'에서 라이벌 관계로 나왔던 김남주가 '똘똘하다'고 칭찬한 진기주는 앞으로 '보게 되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 믿고 보는 배우를 말하는 걸까. "그럼 너무너무 좋겠다"며 "TV를 돌리다가도 멈추게 되는 사람, 그런 연기자이자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금의 길을 굳히기 전,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본 그에게 아직 헤매는 중인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한 후 이런 답을 내놨다.

    "좀 괴로울 순 있는데, 그래도 스스로 질문을 많이 해 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거쳐온 걸 딱딱 나열하면 되게 많아 보이기도 하고, 빨리 바뀐 것 같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었어요. 그 시간이 진짜 괴롭죠. 저도 해 봐서 알아요. '나 이러다가 병원 가는 거 아냐?' 할 정도로 맨날 위염을 달고 있었고, 스트레스도 심했어요. 그래도 더 신중하게 질문을 많이 하길 바라요. 본인이 진짜 바라는 게 뭔지, 이걸 왜 바라는지. 그냥 못 하겠다 싶어서 다른 걸 하려는 건 아닌가요? (자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여러 번 듣고 나서 뭔가를 했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꼭 바꾸거나, 도전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었으면 하고요. 뭔가를 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내가 이루고 싶어서 이뤄내야지. 남들보다 잘 나가고 싶어서 뭘 하는 건 자신을 갉아먹는 것 같거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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