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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스펀지…내일의 한국영화 '맑음'



영화

    하정우=스펀지…내일의 한국영화 '맑음'

    [인터뷰] 영화 '신과함께2'로 귀환
    '저승차사' '고려무사' 1인 2역 소화
    결 다른 감정선…"대혼란에 애먹어"
    도전적인 기획 중심축으로 자리매김
    "매 작품 기본에 충실하자는 마음뿐"

    배우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메마른 황무지에서도 한껏 물을 머금을 것만 같은 스펀지.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이하 '신과함께2')으로 돌아오는 배우 하정우 이야기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하정우는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했다. 전작에서 익히 봤던 저승차사 강림과 1천년 전 고려 무사가 그 면면이다. 극중 강림과 무사는 전혀 다른 감정선을 품은 채 두 축의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25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에게 '촬영 스케줄 면에서 상반된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배려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대혼란"이었다.

    "(연대기 순으로 촬영하는) 스토리 중심이 아니라 세트 중심이었죠. 먼저 완공된 세트에서부터 촬영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는데, 1부 초반 장면과 2부 마지막 장면을 같이 찍기도 했어요. (웃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 캐릭터 감정선과 서사가 크게 다른 상황에서 연기하는 데 유난히 애를 먹었죠."

    배우로서 당면했던, 말 그대로 척박한 촬영 환경을 그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해법은 '소통'이었다.

    "결과적으로 잘 극복했다고 생각해요. (김용화) 감독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죠. 아침에 모여서 그날 촬영 분량에 대한 리딩부터 시작했습니다. 극의 앞뒤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이 지점이니까 이렇게 되지 않을까?' '여기서는 감정선이 이 정도 나올 거야' '이 장면에서는 더 절제해서 덤덤하게 (연기)했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요. 매순간 시나리오를 앞에 두고 대화하는 게 일이었죠."

    '신과함께2'가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인 만큼,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술력에 적응하는 일도 하정우에게는 큰 과제였다.

    "크레인에 카메라를 단 '테크노 크레인'이라는 촬영장비가 있어요. 동선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촬영하는 장비인데, '신과함께2'는 여기에 와이드 렌즈를 써서 초근접 촬영을 했어요. 배우 입장에서 카메라 렌즈는 '불덩어리' 같아요. 그런 존재가 코앞까지 접근해서 움직이면 연기하기가 굉장히 힘들죠. 카메라 렌즈와 눈이 마주치는 일도 생기고요."

    그는 "이렇듯 여러 새로운 장비와 초반에 합을 맞추는 일 역시 많이 힘들었다"며 "여타 영화에서 전체 분량의 20% 정도 차지하는 이러한 촬영기법이 '신과함께' 시리즈에서는 90%가량이었기에 제약이 컸다"고 복기했다.

    ◇ "2편 더 기대했다…1편서 절제된 연기로 차별화 했던 이유"

    '신과함께2'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가 연기한 극중 저승차사와 고려 무사는, 1천년을 끌어 온 얽히고설킨 인연의 고리를 풀어낼 열쇠를 쥔 캐릭터다. '용서' '구원'이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들인 까닭에 캐릭터를 체화하기 위한 그의 노력도 남달랐으리라.

    "전체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저승차사 강림과 1천년 전 무사를 차별화할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서 1편에서 강림을 연기할 때는 조금 더 단순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중심을 잡고 나갔죠. 2편은 완전히 결이 다른 영화가 될 것을 염두에 뒀거든요."

    그의 언급대로 '신과함께2'는 전작과 몹시 다른 짜임새와 정서를 지녔다. 전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최루성 신파를 도려낸 자리에 고려와 현재라는 시대상을 심어 넣어 서사 구조를 대폭 강화한 까닭이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기대했던 결과물"이라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든 생각은 드라마가 촘촘하다는 거였죠. 2편을 더 기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1편에서 시각적인 완성도를 확인했기 때문에, 그것만 뒷받침 된다면 2편도 해볼 만하다고 여겼습니다. 대중의 판단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2편이) 영화적으로 더 완성도 있다고 봐요.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더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신과함께'는 촬영을 모두 마치고 1, 2편으로 나누어 선보이는, 한국영화로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1441만 관객이 든 전작의 커다란 성공으로 리스크 부담은 덜었지만, 그러한 위험을 떠안고 시작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응한 배우 하정우의 전략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같은 마음입니다. 어떤 기획이든 장르든 해 왔던 대로 꾸준히 노력하고, 제작진과 토론하면서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그렇게 완전히 준비를 마치고 시작하는 것. 연기뿐 아니라 작품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애썼죠."

    그는 "우리 영화에 허점이 없을 수는 없는데, 그 허점을 가리려 하기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촬영기간 내내 모두가 툭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버릴 것은 버리고 귀기울일 것은 귀기울이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신과함께'"라고 설명했다.

    ◇ "재밌는 시나리오 접하면 일단 미팅…얘기 나누다 보면 길이 트인다"

    배우 하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시아권이 공유하고 공감할 만한 내세관을 구현해낸 '신과함께'를 한류의 상징적인 시리즈물로 키우자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하정우는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제작한다면 재밌을 것"이라며 "만약 '신과함께' 3, 4편이 나온다면 새로운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인물 이동 중심으로 내놓으면 관객들도 신뢰감을 갖고 기분 좋게 다음 작품을 기다리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신과함께' 3, 4편이 만들어진다면 출연하겠다고 일단 이야기는 했다"는 것이 하정우의 설명이다. "김용화 감독이 워낙에 생각을 많이 바꾸는 스타일이어서 잘은 모르겠지만(웃음), 각자 다른 길을 걷다가 또 타이밍이 맞으면 '신과함께'로 다시 뭉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신과함께' 출연을 결정짓고는 불안하기도 했어요. 1편 개봉을 앞두고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은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졌죠. 저 역시 3, 4편이 궁금합니다. 영화가 원작 웹툰과는 또 다른 이야기로 독자적인 길을 걷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니까요."

    '신과함께'라는 도전적인 기획을 견인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을 만큼, 한국영화계에서 하정우가 그려 온 궤적은 뚜렷하다. 1인극이라 해도 무방할 법한 전작 '터널'(2016), '더 테러 라이브'(2013)를 통해 그가 보여준 내공은 한국영화의 더 나은 미래를 방증하고 있다.

    '색다른 프로젝트에 임할 경우 도전과 부담감 가운데 어디에 더 무게를 두게 되나'라는 물음에 그는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재미"라며 말을 이었다.

    "원초적이죠. (웃음) 너무 재밌는 시나리오를 접하면 일단 제작진을 만납니다. 감독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길이 트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깜깜할 때도 있죠. 이 점에서 ('더 테러 라이브'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은 놀라웠어요. '이런 감독을 만나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는 "물론 작품에 임할 때마다 부담감이 크다. '지루하면 안 되는데' '어떻게 변주할까'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그럴 때마다 비슷한 형식의 다른 영화들을 많이 찾아 보면서 길을 찾으려 애쓴다"고 전했다.

    배우 하정우에게는 또 다른 수식어가 있다. 바로 '감독 하정우'다. 앞서 '허삼관'(2014), '롤러코스터'(2013)를 연출한 그는 "곧 연출작 시나리오 초고가 나온다"는 말로 감독으로서의 귀환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케이퍼무비 옷을 입은 코믹물입니다. 배우로서 차기작을 찍은 뒤 내년 12월 이후에 (연출 시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출을 하려면 준비기간만 1년을 매달려야 하니, 그 사이에 배우로 다가갈 좋은 작품이 있으면 그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겠죠. 다음 연출작에 대한 바람은 '대중적이었으면 좋겠다'인데, 내 코드가 과연 대중적일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듭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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