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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무너지는 韓 차량공유…국내 대기업마저 해외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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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에 무너지는 韓 차량공유…국내 대기업마저 해외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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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1위 카풀 앱 '풀러스' 구조조정·대표 사임…한국판 우버 좌초위기
    글로벌 승차공유 훨훨 나는 동안 업계 반발· 규제에 문 닫는 韓 스타트업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가 경영난에 처했다. 국내 1위 카풀 기업 '풀러스'는 '한국판 우버'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경영 위기로 대표가 사임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스타트업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네이버·SK 등으로부터 지난해에만 수백억 원을 투자받는 등 승승장구하던 풀러스가, 끝내 높은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는 우버식 모델을 도입한 업체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과 달리, 국내 승차공유 사업은 규제에 막혀 "결국 막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 韓 1위 카풀 앱 '풀러스' 구조조정·대표 사임…규제에 막힌 '한국판 우버'

    27일 업계에 따르면 '풀러스'는 경영난으로 70%에 이르는 직원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김태호 대표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들며 사임키로 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풀러스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규제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풀러스가 사업 확장과 매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풀러스는 2016년 5월 출시된 카풀 업체다. 택시보다 최대 50% 저렴한 비용에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동선이 비슷한 카풀 차량에 탑승하는 식으로 이용방법도 간단해 1년 만에 회원 75만명, 누적 이용 건수 370만 건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기업으로부터 2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시리즈 A'는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로, 창업을 위해 엔젤투자가로부터 받는 시드 머니(Seed Money) 투자의 다음 단계다.

     

    ◇ 택시업계 반발·운수 사업법 규제 막혀 서비스 확대 제약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각종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로 인해 약 1년 반 만에 사업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했던 (오전 5~11시, 오후 5~익일 오전 2시) 것을 24시간으로 확대하려면서다.

    서울시가 "정부 허가 운수사업자 외에는 유사운송이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면서 '법률 위반'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풀러스가 활성화되면 "승객을 잃게 될 것"이란 택시업계도 카풀 반대의 목소리를 보탰다.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이 사실상 법에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고, 유연근무제 시행 등에 따라 출퇴근 패턴이 변화했다"면서 반박했다. 또 카풀 운전자의 사용 가능 시간을 주 5일로만 지정하는 등 안전장치도 함께 뒀다. 그러나 승객은 하루 24시간 사용할 수 있어 택시 업계의 반발을 사고 말았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결국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 규제 개선안을 찾고자 했지만, "차량 공유 사업은 불법"이라는 택시 기사들의 반대가 높아지면서 논의는 좀처럼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풀러스의 경영난은 심해지기 시작했다. '불법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우려감에 사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 서비스 출시 초반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무료 쿠폰을 뿌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이를 만회하기엔 규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비스 확대는 어렵고 적자가 늘어난 풀러스는 구조조정의 길로 접어들었다.

    ◇ 문 닫는 韓 훨훨 나는 글로벌 승차공유…국내 대기업마저 해외로 눈 돌려

    풀러스 외에 국내 대표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들도 하나둘 서비스를 접거나, 난항을 겪고 있다. 버스 공유 서비스를 야심차게 시작했던 스타트업 '콜버스'는 아예 노선을 바꿔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했다. 카풀 3위 업체였던 '티티카카'는 서비스 출시 5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풀러스와 함께 양대 카풀업체로 꼽혔던 럭시는 올해 초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승차 거부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럭시를 주축으로 카풀 연계 서비스를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시간을 24시간 확대하려 했던 풀러스와 달리,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출퇴근 시간대에만 운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내 승차공유 스타트업이 택시 업계 반발과 규제에 막혀 무너지는 상황을 무시하기는 힘든 처지다. 미국의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마저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2년도 채 안 된, 2015년 3월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다.

     

    반면,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들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우버는 78개국 6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버가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하던 당시의 기업가치는 약 4조원이었다. 지금은 약 80조 원으로 20배 정도 상승했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720억 달러(약 78조 5520억 원)를 넘어섰다.

    중국의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2016년 우버차이나까지 합병하면서 62조 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계 공룡으로 급부상했다. 올해 상장까지 앞두고 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그랩'은 동남아 8개국에서 하루 400만 번 이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우버도 진출했지만, 그랩에 밀리고 있다. 베트남에선 그랩 점유율이 78%에 이른다. 그랩은 2014년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성장 잠재력을 보고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도요타자동차에서 1조 원을 투자받았다. 현재 그랩 기업가치는 6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탓에 SK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마저 국내 투자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268억 원을, SK는 810억 원을 그랩에 투자했다. SK는 또 지난해 미국 투로가 실시한 1000억 원 규모의 펀딩에 참여했고, 올해 초에는 쏘카와 합작해 '쏘카 말레이시아'도 설립했다. "정부가 뒤늦게 규제를 풀어봐야 우버와 디디추싱, 그랩 같은 외국계 기업이 이미 자리를 잠식해,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승차공유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관련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서도 시도하기도 전에 기회조차 못 얻고 있다"면서 "출퇴근 시간 택시 이외에 대체 수단이 필요하고 4차 산업 동력이 필요한 만큼 기존 사업은 보호하면서 신사업은 발굴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데 소극적이고 관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카풀 외에도 원격의료·숙박공유·드론 등 혁신 산업 대부분이 각종 규제에 막힌 상태다. '에어비앤비'가 불붙인 공유 숙박업은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되고 있지만 국내 도심 지역의 공유 민박업은 현행법상 외국인에게만 허용된다. 원격 진료 기계를 개발한 아람휴비스는 국내 의료계가 원격 의료 허용을 강하게 반발하자 해외로 사업 지역을 옮겼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교통, 숙박 등 외국과 다른 국내 환경에서 특정 사업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쉽진 않겠지만, 승차 공유 등 공유사업은 향후 미래 사회에서 핵심 서비스로 꼽히는 만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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