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이틀간 방송된 MBC UHD 단막스페셜 '미치겠다, 너땜에' (사진=MBC 제공)
1~2%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다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와 후속작 '검법남녀' 사이에 낀 단막극 '미치겠다, 너땜에!'(극본 박미령, 연출 현솔잎)가 뜻밖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2부작(회차 사이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cm 때문에 회차로는 4부작)으로 방송된 '미치겠다, 너땜에'는 8년 동안 볼꼴 못 볼 꼴을 모두 공유한 이성 친구가 하룻밤을 보내고 미묘한 기류를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봐 왔던 설정인지라, 연출을 맡은 현솔잎 PD조차 '새롭지는 않다'고 했지만 현실적인 묘사는 시청자들에게 쉽게 공감을 끌어냈다.
잘 나가는 제약회사 통역 자리를 박차고 나온 불어 통역사 한은성(이유영 분)과 젊은 천재 화가로 불리는 김래완(김선호 분)은 이른바 남자 사람 친구-여자 사람 친구 사이다.
은성이 물이 넘쳤다며 짐 싸서 무작정 래완의 집에 들어올 만큼, 두 사람은 허물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생일에 결혼식을 올린 옛 남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던 은성과, 함께 위로주를 마시던 래완이 생각지 못하게 하룻밤을 보내게 되면서 둘은 서로를 의식하게 된다.
'미치겠다, 너땜에!'는 2부작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도 두 사람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모자라지 않게 담아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사실은 가까운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말을 구하는 은성과 래완의 모습은 현실 세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벚꽃 나무 아래, 둘의 어긋난 고백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나서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됐다며 "좋아한다"고 직진 고백하는 래완. 언제나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었던 소중한 상대이기에 '헤어짐'이 가능한 연인 관계로의 발전을 애써 부정하는 은성의 모습은 대비를 이뤘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애써 회피하기 위해 각자 희남(성주 분), 서정(권도운 분)을 잠깐 만나지만, 돌고 돌아 1년 만에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동안 영화 '봄', '간신', '그놈이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나를 기억해' 등에 출연하며 강렬한 배역을 주로 맡아 왔던 이유영은 처음 도전한 지상파 드라마 주연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조금은 자기 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스럽고 솔직한 한은성을 잘 표현했다. 극중 불어를 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오는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연극을 하며 무대 경험을 쌓고 '김과장', '최강 배달꾼', '투깝스' 등 차근차근 드라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김선호는 모나지 않고 단정하면서도, 어쩐지 한은성에게만은 꼼짝 못 하는 김래완으로 완벽 변신했다.
(사진='미치겠다, 너땜에' 캡처)
8년 동안 친구로 지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변화를 맞는 관계. 이유영과 김선호가 펼친 극중 로맨스는 봄밤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극했다. "두 사람 케미가 좋다", "너무 설레더라" 등의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다.
살구를 따고 나서 향을 나눠 맡다가 갑작스럽게 하게 된 키스, 래완이 은성에게 아이라인을 그려주는 장면, 희남이 은성을 위해 만든 노래를 함께 듣던 중 은성을 응시하며 눈물 흘리는 래완 장면 등이 인기가 높았다.
'미치겠다, 너땜에!'는 이유영, 김선호, 성주, 권도운뿐 아니라 고민 상담을 해 주는 지인 역의 류혜린, 현지 역의 박효주, 극에서 귀여움을 담당하는 고슴도치 복고 등이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또한, 연남동을 배경으로 서울의 봄날을 포착한 화면도 볼거리를 더했다. 음악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성주가 부른 '미치겠다'를 비롯해 OST가 적재적소에 배치돼 심심함을 덜고 분위기를 줬다.
최저 시청률 2.2%(2회), 최고 시청률 2.5%(1회)이지만 '미치겠다, 너땜에!'는 방송 전후로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동시간대에 본방송을 함께 보는 '불판'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그동안 공동연출을 맡다가 '미치겠다, 너땜에!'로 입봉(메인 연출자로 데뷔하는 것)한 현솔잎 PD는 9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홀가분하다"면서 "밝은 이야기를 보고 시청자들이 즐거워하신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현 PD는 박미령 작가와 작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다. 방송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현 PD는 "작가님도 굉장히 좋아하고 계시다. 둘 다 홀가분해 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그 정도로 좋은 평이 있을지 몰라서 놀라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호평이 나온 배경이 무엇일지 묻자 "저도 그걸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현 PD는 "두 번 세 번 봤다는 분들도 계시더라. 요즘 한국사회 일상이 팍팍하고 힘들고 고민되는 게 많지 않나. 일상적이고 소소하고 밝은 이야기가 (보는 동안)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서 그러신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어, "단막이다 보니 작은 스케일의 이야기를 하고,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서 그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또 밝은 이야기를 해서 좋은 반응이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첫 단막극으로 산뜻한 출발을 한 MBC는 앞으로도 단막극을 만들까. 현 PD는 "윗분들이 하시는 일이라 제가 답을 드릴 순 없지만, 단막극을 절대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기조는 갖고 있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 아마 좋은 대본과 작품이 있으면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MBC UHD 단막스페셜 '미치겠다, 너땜에'로 입봉한 현솔잎 PD (사진=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