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한윤아 역을 맡은 배우 정인선 (사진=황진환 기자)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마지막 회가 방송되던 날,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정인선과 이이경의 열애설이 보도됐다. 극중에서 서로 연인 연기를 하지는 않지만, 청춘물을 표방한 드라마에서 실제 커플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두 사람이 작품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교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조용히 만나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잘 어울린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응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정인선과 같이 연기해 보고 싶다며 호감을 나타냈던 이이경의 과거 인터뷰가 발굴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배우 정인선을 만났을 때 기자 역시 열애설 관련 질문을 한두 가지 정도는 하려고 마련해 뒀다. 다만 드라마 종영 인터뷰이고, '정인선'의 인터뷰이니만큼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정도로 준비했다. 하지만 기자가 시간 조율을 충분히 하지 못해 관련 질문은 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됐다.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두 사람에게 연인에 관해 물었고, 그에 대한 답이 나왔으니까. 이이경뿐 아니라 김정현, 손승원, 고원희, 이주우 등 함께한 동료 배우들에 대한 '무한 칭찬'을 들을 수 있어 오히려 흥미로웠다. 어쩌면 자기 이야기를 더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같이 한 동료들에 대한 감탄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컷 인터뷰 ① 정인선 "와요일, 와이키키답다는 말 제일 좋아")일문일답 이어서.
▶ 또래 배우들끼리 같이 해서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좀 더 활기찬 느낌이었을 것 같다.어른들이 별로 안 계시고 딱 여섯 명만 주인공인 작품은 배우에게도 만나기 힘든 운이다. 행운인 건데, 초반에 시작할 때는 (또래끼리 하는 게) 별다른 게 있나 싶었다. 시작해 보니 에너지 넘치는 현장이 뭔지 깨달았다. 매 순간 열정을 경합하는 것 같았다. 애드립이 난무하니까. (웃음) 저는 그동안 웃는 것 때문에 NG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이번 작품은 정말 나약하게 계속 웃었다. (웃음) 꼬집으면서 버티고, 꼬집으면서 버텼다.
촬영 시작 전에만 시간이 있어서 밥 먹고 술 먹을 시간이 있었지, 시작하고 나서는 5개월간 정신없이 달렸다. 수다 떨며 고민도 나누는 시간이 있었던 덕에, 막판에는 개떡같이 던져도 찰떡같이 받는 합이 되어 있더라. 이런 게 바로 또래끼리 하는 매력이구나, 하는 걸 실감했다.
제가 언제 한 번 감독님께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 정도면 드래곤볼을 모아놓은 것 아니냐고. 정말 각기 매력이 통통 튄다. 어떻게 이렇게 다 다르지? 할 정도로. 자신의 것을 이리도 열심히 수행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아둔 것에 자극을 받았다. 하나씩 배울 것들이 있었다. 저한테는 선생님께 배운 것보다 더 실전의 공부였던 거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여섯 명의 청춘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였다. 왼쪽부터 수아 역 이주우, 두식 역 손승원, 동구 역 김정현, 윤아 역 정인선, 서진 역 고원희, 준기 역 이이경 (사진=씨제스프로덕션, 드라마하우스 제공)
▶ 동료 배우들 모두 각자의 매력과 강점이 있어서 그걸 꼭 배우고 싶었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제 파트너였던 동구 오빠(김정현 분) 같은 경우는 중심이 센, 집중력이 정말 좋은 배우다. 중심이 단단하다 보니까 진지하거나 멜로인 템포에서 코믹으로의 전환이 굉장히 빠르고, 표현도 확실하다. 집중력을 통해 되게 빠른 시간에 넘나들 수 있는 호흡을 갖고 있어, 그런 점이 굉장히 닮고 싶었다.
준기 오빠(이이경 분) 같은 경우는 정말 (대본에) 쓰인 것보다 애드립이 많았다. 모든 배우들이 집중력이 좋기 마련인데, 이 오빠 또한 그 사람(배역)이 되어버리니까… 대화해 보면 아시겠지만 원래는 차분한 분이다. 그런데 놀랄 정도로 그 역할을 완전히 입어서 해 버리더라. 제가 봤을 때는 생각이 많이 열려 있다. 준비성이랄까, 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또, 비장하고 절대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있어 그런 것들을 너무 갖고 싶었다.
(손)승원 오빠는 정말 유연하고 가진 게 너무 많은 분이더라. 공연 쪽을 하셨던 분이니까 기본적으로 배우의 특성을 웰메이드로 갖춘 분이더라. (다른) 배우들의 장점을 바로 흡수하시고. 수아(이주우 분)랑 연기할 때는 수아랑, 준기랑 연기할 때는 준기랑 이런 식이다. 저희 작품에서 유명했던 건 솔이(한여름 분)와의 케미! 카멜레온 같은 스타일인 것 같다. 어느 환경이 주어져도 (좋은 점을) 체화할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원희는 이렇게 빠른 말투를 쓰는 사람이 처음이라면서 초반에 걱정을 많이 했다. 리딩 때부터 저는 되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러다 첫 촬영 때 또 바뀌어 있는 거다. 그 친구는 정말 뭐랄까 되게 좋은 의미로 독한, 정말 야무진 친구다. 대본을 한 번 읽을 때마다 다른 색으로 줄을 쳤는지 줄이 가득했다. 달달 외워서 누르면 튀어나올 수 있게끔 하더라. 다음 씬, 다다음씬까지. 원래 빠른 말투가 아닌데 전혀 티가 안 나지 않나. 한계를 깬 모습을 보고, 진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반성도 많이 했고.
(이)주우 언니 같은 경우는 표현력이 기가 막힌다. 음악을 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소리가 되게 좋다. 저희 처음에 리딩할 때는 주요 배역만 나와서 저희끼리 다른 배역까지 다 소화했는데, 그때 저희 중에서 빵빵 터뜨린 사람이 언니였다. 평소엔 되게 여리고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흔들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표현력이 명확했다. 그러니 저희 '와이키키'란 드라마에서는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희는 중간 수준의 표현을 용납하지 않는 드라마였다. 그나마 중간 표현이 용인된 캐릭터가 저였고. 만약 제가 수아였다면 많은 분에게 혼나지 않았을까. 수아 언니가 고충을 겪는 것 같아서 걱정하고 있다가도 방송 보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천생 배우구나 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다들 역할을 잘 입었다. 어떻게 보면 온전히 자기와 100% 똑같은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다들 첫 리딩 때와 방송 때 모습에 큰 낙차가 있었다. 저는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옆에서 본 사람이어서, 그들의 매력을 너무 많이 느꼈고 리스펙(존경)하게 됐다.
극중 한윤아의 딸 솔이(한여름 분)는 귀엽고 앙증맞은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 안팎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진=씨제스 프로덕션, JTBC 제공)
▶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나아지거나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한계가 많이 깨졌다고 생각한다. 저는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걸 수행하려고 플랜을 짜고 제 욕심껏 수행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절대 제 플랜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극중에서 딸 역할인) 솔이와 함께 하다 보니 저 자신만을 신경 쓸 수가 없더라. 그래서 많이 혼날 줄 알았다. 저는 제가 명확하게 (판단이) 서야 표현이 확실해지는 스타일인데 못 그랬으니까.
참 다행이었던 건 그런 부분이 윤아와 겹쳐지는 게 많았단 거였다. 잘 모르겠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정인선이 튀어나왔다. 솔직하게, 담백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유연해졌다고 생각한다.
▶ 극중 멤버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예쁨을 독차지했던 솔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솔이 이야기도 짧게 들려달라.
5개월간의 육아일기였다. 정-말 초보 엄마에서 그나마 갓 5개월을 넘긴 엄마가 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이, 한여름이라는 친구가 아니었다면 윤아는 없었을 거라고 본다. 그 친구가 저를 기다려줬다는 얘기다. 자기를 다룰 줄 아는 엄마가 되기까지.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도 든다.
▶ 차기작 잡힌 게 있는지.일단, 우선 짧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한 텀은 쉬고 갈 것 같다. ('와이키키'에서) 배우고 느꼈던 게 넘치게 많아, 어떻게 변했는지를 스스로 파악해 보려고 하고 있다. 그런 시간을 가진 다음, 윤아하고도 이별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입으려고 한다.
배우 정인선 (사진=황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