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 역을 맡은 걸스데이 유라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달 20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과 방송가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이야기였다.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로, 6년 전 처음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유라는 '라디오 로맨스'에서 처음으로 지상파 주연을 맡았다.
유라는 얼핏 봐선 고운 구석을 찾아보기 힘든 진태리 역을 맡았다. 아역으로 시작한 덕에 20대에 경력이 20년을 채운 애늙은이지만, 10대까지만 환영받았고 요즘은 '한물간' 연예인으로 꼽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지상파 첫 주연임과 동시에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유라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밉지 않은 악역일 것이라며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유라를 만났다. 취재진의 귀여움을 독차지함과 동시에 인터뷰 분위기를 더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줬던 블루실버 푸들 칸쵸와 함께.
다음은 일문일답.
▶ '라디오 로맨스' 종영 소감을 부탁한다.제 첫 악역 도전이다 보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어떻게 보면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올해 낼 성질을 다 냈다, 거기서. (웃음) 사랑 고백을 하는 도중에도 '이 반지 뭐냐?'고 성질을 내지 않나. (웃음) 너무 재밌었다. 표현을 잘 못 하는 제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을 꺼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 극중에서 예전에는 인기 스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진태리 역을 맡았다. 밉지 않은 악역이 되고 싶다고 밝혔는데 아무래도 얄미운 모습이 많이 나갔다. 안 좋은 반응이 나올까 걱정하지 않았나.원래 대본이 어느 정도 나오고, 그 뒤는 저도 알아가면서 찍지 않나. 처음에는 걸 크러시한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상황이 바뀌다 보니 얄미운 모습이 나갔다. 그래도 뒤에 풀린다. 얄미워 보인다는 말은 제게는 칭찬이니까 좋다. 너무 밉지만, '왜 쟤 편이 되고 싶지?', '왜 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싶지?' 하는 캐릭터가 됐으면 했다.
▶ 잘 나가는 후배가 인사하지 않아서 실랑이하는 장면, CF 촬영장에서 머리를 잡고 싸우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었다.왜 인사 안 하냐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사만 거의 한 50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좀 오버해서 비꼬는 것, 완전 무서운 언니 버전 등. 근데 다들 원하시는 게 다르더라. 마냥 무섭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무서운데 뭔가 웃긴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하셔서 제 나름대로 연구하다 보니 그렇게 나왔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좀 더 밝은 부분이 있는 무서운 버전으로 할걸, 하고.
머리채 잡는 건 확실히 좀 무섭게 했다. 반응을 보면 '유라는 화내도 안 무서운 듯', '어설프다' 이런 게 많은데 '어?' 하게 만들고 싶었다. (진태리는) 안 무서운 앤데 겉으로만 무서워 보이려고 하는 캐릭터라 그게 더 어려웠다. 차라리 완전히 무서운 애, 완전히 오버하는 애였다면 편했을 텐데, 악바리 같은 부분이 있어 너무 어설프지도 않고 또 막 무서운 애가 아니어서 중간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한물간' 연예인인 진태리는 극중에서 대타로 들어온 라디오 DJ를 하며 악플러와 싸우는가 하면, 광고주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사진='라디오 로맨스' 캡처)
▶ 하지만 진태리는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었다. 진태리에게 연민을 느꼈던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악플러들이랑 싸우는 장면이 있다. (악플) 보다가 열 받아서 으아! 하는 장면인데, 사실 악플을 보고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드라마상에서는 심하게 얘기하지 않나. 연예인에게 악플이 안 달릴 순 없지만, 대중은 그 사람(극중 진태리) 입장으로 보게 되니까. 전 공감이 많이 됐다. 어느 연예인이 그렇게 하겠나. 대리만족하기도 했다. (웃음) 재미있는 장면이다. 뭔가 할 수 없는 걸 해 본 느낌?
사실 라디오 작가님께도 아줌마라고 하는데 말이 안 되지 않나. 아무리 버릇없다고 해도. (웃음) 제 인생에서 할 수 없는 말들이라 힘들긴 하더라. 그래서 좀 불편했다. 연기였지만 왠지 되게 혼날 것 같고. 하면서도 힘들었다.
▶ 진태리는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는 악착같은 면모가 있다. 예를 들어 아역 시절부터 친구였다가 지금 최고의 스타인 지수호(윤두준 분)와 가짜 스캔들을 기획한다든가 하는. 그런 부분에 공감이 갔나.저도 열심히 하고, 좀 더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긴 하지만 (진태리의 모습은) 드라마적인 내용이긴 하다. 연예인은 열애설 안 터지려고 노력하니까 완전 반대 얘기다. (웃음) 근데 태리라면… (지수호는) 원래 친했던 친구인데 지금 대한민국의 최고이지 않나. '큰 흠 아니잖아, 뭐가 그렇게 어려운데'라고 하는데 이 친구(진태리) 심정이 아예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뭘 해도 안 됐으니까.
그래도 뭔가 답답했다.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방법도, 말하는 것도 완전 반대였다. 모든 게 반대였던 캐릭터는 처음 해 본 것 같다. 저는 좀 조심스러워 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섭섭한 게 있어도 몇 개월을 얘기 못 하고, 그마저도 어떻게 하면 기분 안 나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근데 태리는 거침없이 얘기하니까.
▶ 반대 캐릭터를 표현하느라 어려웠을 것 같다. 그것도 악역이어서.자기 안에 사람마다 악역의 모습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제가 가장 화났을 때를 꺼내려고 했다. 나중에는 배우들이랑 친해져서 하하 호호 하다가도 슛 하면 저는 주로 화를 내니까, 저도 같이 웃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전 그나마 덜했지만 아예 악역 맡으신 분들은 되게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 진태리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이 친구의 과거사와 경험을 많이 생각하려고 했다. 지금은 잘 못 나가기 때문에 잘 나가고 싶어 하는 감정선을 계속 생각했다. 있어 보이고 싶어서 화려하게 다니고, 남 시선도 신경 쓰는 이 캐릭터의 진짜 감정은 어떨까 고민했다. 가끔은 얄미운 대사 보고 '좀 그렇다' 할 때도 있었지만, 최대한 끝까지 이 친구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뭔가 태리의 편이 되어, 태리를 감싸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유라는 극중 지수호(윤두준 분)의 매니저를 맡은 김준우(하준 분)와 연인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라디오 로맨스' 캡처)
▶ 극중 지수호의 매니저 김준우(하준 분)과 러브라인이 있었고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진태리는 김준우의 어떤 면에 끌렸을까.처음에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데 아저씨라고 하는 것 때문에 한소리 들었는데, (다른 사람을) 아저씨, 아줌마라고 부르는 게 설정이었던 것 같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매니저를 하니까 태리 입장에선 아저씨일 수 있지 않나. 뜨려고 수호를 이용했지만 엄마 아빠도 헤어지고 어릴 때부터 집안도 그렇게 좋지 않았던 태리가 제일 의지했던 남자이지 않았을까. 준우가 자길 좋아하는 것도 알고. (태리도) 확실히 준우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빨리 로맨스 씬이 있었으면 아는 바람이 있었다. 저희 커플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아쉬워하시더라.
▶ 하준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하준 오빠 성격이 너무 좋다. 연기가 좋으면 전화해서 오늘 좋았다, 이런 걸 계속 말해주셨다. 잘해주셔서 하준 오빠가 제일 편했다. 제일 재밌었고. 확실히 호흡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키스씬도 어떻게 할지 다 맞춰봤다. 서로 열심히 하고 열정이 컸다.
▶ 다른 배우들과 연기한 소감도 궁금하다.처음에 (김)소현이랑 여(女) 로맨스라고 해서 굉장히 기대했다. 다른 악역처럼 소현이한테 나쁘게 하는 거 별로 없다고 해서 되게 기대했는데, 셀카 한 번 찍고 바로 뺨을 때리게 됐다. 소현이가 언니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했다. (웃음) 그 예쁜, 애기 같은 얼굴 때리는 거라 울고 싶었다. 2번 만에 됐다. NG 나면 더 미안하다. 차라리 맞는 게 훨씬 편하더라. 소현이 너무 착하고 예쁜데 여 로맨스가 한 씬만 나와서 사실 너무 아쉬웠다. 더 케미 있게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윤)두준 오빠는 원래 열애설 터지는 설정이어서 어쩔 수 없는 연인인 척하는 연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없어서 아쉬웠다. 마지막 빼고 따지는 것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 드라마 하면서 댓글을 봤는지.반응이 갈렸던 것 같다. 잘 어울린다고 하는 분도 있었고, 예능에서의 웃긴 모습이 자꾸 떠올라 집중이 안 된다는 것도 있었다. 사실 그런 걸 노린 면도 있다. 감독님이 (태리는) 모든 게 어설퍼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래야 확 나빠 보이지 않으니까. 제가 완전히 베테랑이 아니다 보니 모든 사람에게 호평받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도 제 몫이고. 저는 그냥 다 좋았다. 악역이라는 것 자체가 남달라서 재밌었다.
▶ '라디오 로맨스'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혹시 라디오 진행에 관한 욕심이 생겼는지도 궁금하다.
신인 때부터 라디오 하는 거 되게 좋아했는데 안 한 지 꽤 됐다. 확실히 라디오는 라디오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남들이 관심을 덜 가지는 분야인데, 드라마를 통해 라디오에 관심 가지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멤버들이 모두 연기를 하는데 서로 도움말을 주고받는 편인가.초반에는 소진 언니랑 연기 얘기를 많이 했다. 이제는 약간 지켜봐 주는 지점에 이르렀다. 저도 베테랑이 아니라 뭐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웃음) 요번에 현장에서 내가 이런 걸 느꼈고 이 정도 얘기를 한다. 정보 공유를 한달까. 나는 이럴 때 이랬는데 이렇게 하니까 조금 더 나았어, 하면서 서로 간접 경험을 공유했다. 얼마 전에도 소진 언니랑 연기 얘기 두세 시간씩 했다. 그런 게 도움이 되더라.
걸스데이 유라 (사진=황진환 기자)
(노컷 인터뷰 ② 걸스데이는 언제 컴백할까? "좋은 노래만 나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