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7일 열린 여야 5당 대표 청와대 회동은 북핵문제 해법을 놓고 확연한 입장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무드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접촉 등의 방법론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야당 대표는 충돌했다.
특히 회동 말미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문 대통령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설전까지 벌였다.
회동에 참석했던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언쟁이 있었다"고 밝혔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열기가 뜨거웠다"고 표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합의한 내용을 가지고 방미길에 오르는 가운데, 청와대 회동에 처음 참석한 홍준표 대표는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4월말 경 남북 정상회담 시기는 누가 정한 거냐"고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문 대통령은 "조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우리는 가급적 지방선거가 있는 6월로부터 간격을 둬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북측에) 제시했다"며 "4월 말 정도에 정해진 것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됐다. 누가 먼저 했느냐, 안 했느냐, 이렇게 따져 묻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우리 대표단이 (평양에) 가셔서 북쪽의 일방적인 구술 내용만 받아 적어서 발표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고, 문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의 진전은 비핵화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우리 특사들이 가서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유훈으로 수없이 밝혀왔다"며 "그런데 그게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핵폐기 쪽으로 가야지 폐기의 전 단계로 핵동결을 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잠정 중단 등의 식으로 가면 나중에 우리한테 큰 국가적 비극이 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다. 핵확산 방지라든지 그냥 동결이라든지 이런 정도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을 수 없다"며 "단숨에 바로 핵폐기로 가기가 어려울 수 있어 이런저런 로드맵을 거쳐 완전한 핵폐기에 이르도록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북측과의 합의) 대가로 우리가 뭔가 약속한 것이 있느냐",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최근 일련의 남북 대화 분위기를 마냥 반길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해임을 놓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홍 대표는 "문정인 특보는 한미관계 이견을 노출한 것이 아니라 한미관계를 이간질시키는 특보"라며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큰 오해를 받을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큰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문 특보를 파면하는 것이 맞다"고 요구했다.
유 대표 역시 "그 분이 대통령 특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전 세계에 다니면서 문제 발언을 많이 했다"고 사실상 파면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저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말하는 특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오찬 회동이 끝난 후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홍 대표는 비핵화 문제가 합의되면 국가에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고, 문 대통령과 홍 대표 사이에 언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에 따르면 홍 대표는 "북한과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대화를 반복하는 동안 북핵 완성이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며 "북한의 시간벌기용 회담으로 판명되면 국민들과 대한민국은 어려운 국면에 접어 들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냐"고 반문하자, 홍 대표는 "모든 군사상황과 국제상황 정보를 총망라하시는 대통령이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역공했다고 장 대변인은 전했다.
회담 말미에 개헌 문제가 화두에 오르자 홍 대표는 "(외교안보) 주제에 벗어난 대화를 한다면 여기서 회담을 종료하고 싶다"고 말했고 실제로 회담은 그 자리에서 끝났다.
문 대통령이 홍 대표에게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또 오실꺼지요?"라고 묻자, 홍 대표는 "한번 보고 올 수 있으면 오겠다"고 답하고 청와대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