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대학교 건물 정문에 붙여진 출임금지 공고문.
해마다 열려야 할 입학식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새내기들의 얼굴로 싱그러움이 가득차야 할 교정에는 찬바람만 불었다.
2일 오전 취재진이 찾아간 한중대학교는 주인을 잃은 운동장만이 을씨년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입생들의 풋풋함으로 가득차 있어야 할 운동장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역주민 한 사람만이 쓸쓸히 조깅을 하고 있었다. 주민 최모(여,65)씨는 "1년 중 가장 활기가 돋던 시기에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지역 전체가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새 학기를 맞아 활짝 열려 있어야 할 학과 건물의 문은 '관계자 외 건물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굳게 잠겨 있었다.
비상문으로 건물 안을 들어가 보니 학교가 아닌 공사 현장과 같은 느낌이었다.
건물 곳곳에 전기선이 뽑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얼마전까지 학생들이 사용하던 우편함에는 미처 다 찾아가지 못한 우편물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무엇보다 관리팀 사무실 시계는 여전히 2월에 머물러 있었다. 사무실 내부에 걸려 있는 달력은 2월에서 3월로 넘어가지 못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아직 다 가져가지 않은 서류 더미가 그대로 올려져 있었다. 바닥에는 쓰레기와 컴퓨터 모니터 등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었다.
한중대 마지막 재학생들이 남겨 놓은 '졸업 축하해' 메시지.
강의가 진행돼야 할 강의실에는 빈 의자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82석이 마련된 한 강의실로 들어가 보니 누군가 작별인사를 하듯 칠판에 적어놓은 '졸업 축하해'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졸업은 입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한중대는 교육부의 폐교 결정으로 지난달 28일 개교 26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설립자와 경영자 비리, 낮은 학생 충원율과 재정 악화가 지속되자 교육여건이 더 이상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폐교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대학교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원룸을 시작했던 업주들은 폐교 소식에 쓰라린 마음을 움켜쥐고 있다.
19년 동안 한중대 근처에서 원룸을 운영해 온 정모(여,75)씨 부부는 "작년 여름부터 학생들이 빠지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방이 다 비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근처에서 또 다른 원룸업을 하는 이모(여,72)씨 부부는 "청춘을 여기에 다 바쳤는데 폐교되니 답답하고 막막하다"며 하소연했다. 정씨와 이씨 모두 현재 원룸 건물을 팔기 위해 내놓았다.
한중대 인근 상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수제돈가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그동안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많이 찾았다"며 "폐교 결정으로 매출이 반토막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긴 학교 주변의 원룸과 상가는 마치 태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적막함만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