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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화씨, 성폭행은 기억 안난다구요? 인간이면 못잊죠"



사회 일반

    "최일화씨, 성폭행은 기억 안난다구요? 인간이면 못잊죠"

    - 91년 극단 활동 당시 성폭행당해
    - 짓밟힌 배우의 꿈, 그 일로 극단 떠나
    - '성추행 사과' 보고 화가 나 미투 동참
    - 최일화, 언론 취재에서 "피해자 모른다"
    -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 깨닫고 반성하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OOO씨(미투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선언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죠. 이런 가운데 이례적으로 과거 성추행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고 사죄를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배우 최일화 씨. 지금 맡고 있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세종대 교수직 그리고 모든 드라마, 영화, 광고에서 하차하겠다. 이런 입장까지 내놓았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에 추가 폭로가 나왔습니다. 성추행이 전부가 아니다. 당신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진정한 사죄를 하라. 이런 글이 올라온 겁니다. 어떤 얘기인지 이 피해 당사자께 직접 들어보죠. 최일화 씨와 같은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분이시네요.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또 음성변조를 해서 연결한다는 점 여러분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 피해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극단에서 활동하셨던 게 언제쯤입니까?

    ◆ 피해자> 91년도예요.

    ◇ 김현정> 91년. 그럼 한 27년 정도 됐네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지금은 극단 활동 안 하고 계시고요?

    ◆ 피해자> 네, 안 합니다.

    ◇ 김현정> 배우 최일화 씨는 25일에 한 언론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성추행에 대해 사죄한다. 법의 심판을 받겠다." 이러면서 먼저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이런 글을 올리셨어요.

    배우 최일화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피해자> 네, 성추행에 관련된 분은 저하고 다른 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또 다른 사건, 성폭행이고요.

    ◇ 김현정> 성폭행을 당하셨어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러니까 성폭력에는 말로 하는 성희롱이 있고 물리적인 접촉을 하는 성추행이 있고 강제 성관계를 하는 성폭행이 있는데. 사실 다 성폭력이지만 성추행하고 성폭행은 아주 다른 차원이거든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게 최일화 씨가 사죄한 건 성추행이었는데 지금 인터뷰하시는 분께서는 성폭행을 당하셨다고요?

    ◆ 피해자> 네, 성폭행입니다.

    ◇ 김현정> 어떤 일을 당하신 겁니까?

    ◆ 피해자> 제가 대학교 졸업을 하고 신시라는 극단에 들어가서 애니깽이라는 작품을 했어요.

    ◇ 김현정>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 피해자>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죠. 연습을 하는데 최일화 씨가 제가 발성이 안 된다고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 새벽에 발성 연습을 한다고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술을 한잔하자. 저는 극단 선배고 아무 스스럼 없이 술을 했는데 거기서 저의 연기나 발성에 대해서 문제 지적을 하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하고 밤도 깊었고 네가 술이 좀 취했으니 내가 집에 데려다 주겠다라고 하면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그런 성폭행이 이루어진 겁니다.

    ◇ 김현정> 집을 데려다 주는 과정에서 성폭행이 이루어졌다?

    ◆ 피해자> 네, 제가 막차를 타고 또 아침에는 새벽에 첫차를 타고 가는 생활을 한 일주일 이상 하다 보니까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고. 이 사람이 집에 데려다준다길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 사람을 따라간 게 된 거죠. 그러다가 제가 취해서 그때 잠이 들었어요.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제 몸을 만지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랬더니 이 사람이 추행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부터 제가 굉장히 강하게 저항을 하면서 뿌리치려고 했지만 저는 그때 굉장히 힘이 없었고 마음먹고 달려드는 사람의 힘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저항을 강하게 하고 싫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강제 성폭행이 이루어진 거군요. 그때가 어린 나이라고 하셨어요.

    ◆ 피해자> 그때 24살이었어요.

    ◇ 김현정> 갓 대학 졸업한 연극배우.

    ◆ 피해자> 네.

    ◇ 김현정> 대선배한테 당한 후에 주변에는 못 알리셨던 거예요?

    ◆ 피해자> 그때 당시에 사회적인 분위기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건 여자한테 굉장히 치명적인 거였어요.

    ◇ 김현정> 물론이죠. 그건 지금도 그렇죠.

    ◆ 피해자> 그래서 누가 알까 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었고. 무서웠고 두려웠고 머릿속에 아무런 대책도 없었고. 지금에 와서는 사람들이 왜 그때 누구한테 알리지 않았냐라는 얘기를 했을 때 성폭행은 도대체 어느 누구한테도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알까봐 두려웠었고 그래서 저는 일단 공연을 하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며칠 후 다시 극단에 나가게 된 거죠.

    ◇ 김현정> 저는 지금 그 말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오히려 누가 알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 다음날도 극단에 가서 공연을 하고 며칠이 지났어요.

    ◆ 피해자> 네, 며칠이 지나고 나서 최일화 씨가 또다시 사적으로 불러내서 저한테는 대선배였고 8살 이상으로 많은 선배였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고 따라나가게 됐는데.

    ◇ 김현정> 며칠 지났는데 또 만나자.

    ◆ 피해자> 그래서 저도 일단 그 부분에 있어서 얘기할 것도 있고 해서 만났는데. 저를 데리고 가는데 이상한 또 골목으로 데리고 가길래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저 싫다고 하니까 손목을 붙들고 끌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손을 뿌리치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면서 이러지 말라고 그랬더니 그 순간에 얼굴을 때렸어요. 그래서 제가 길바닥에 쓰러졌어요.

    ◇ 김현정> 쓰러지고 나서는 어떻게 했습니까?

    ◆ 피해자> 그랬더니 이 사람이 주변을 의식하더니 저를 데리고 차를 마시는 곳으로 데리고 갔어요. 그때 저는 그냥 무섭고 이 사람이 왜 나한테 이러는지 울기만 했었어요. 그리고 제발 이러지 말라고. 다시는 나를 불러내지도 말고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 김현정> 그러면 차 마시러 가서 사과를 한다든지 미안하다 이런 말이 전혀 없었던 거예요?

    ◆ 피해자> 그냥 울지 마라.

    ◇ 김현정> 울지 마라가 사과는 아니잖아요.

    ◆ 피해자> 잘못했다 이렇게 빌고 이런 상황은 아니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보면 두 번째에도 뭔가 시도를 하려다가 그게 막혔고.

    ◆ 피해자> 그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좀 당황하는 상황에서 사과를 하려는 게 아니라 울지 마라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후에도 다시 항의를 한다거나 사과를 요구하거나 이렇게는 못 해 보셨어요?

    ◆ 피해자> 그래서 그리고 나서 이제는 극단을 나가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너무 무섭고 두려웠기 때문에.

    ◇ 김현정> 그 길로 그냥 연극계를 떠나신 거예요?

    ◆ 피해자> 네. 그러다가 너무 제가 너무 억울한 것 같아서 그 사람의 입장이라도 들어보고 싶어서 그 사람이 공연하는 곳에 잠깐 들렸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한번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그리고 쳐다보는 순간 그 사람의 표정에서 그냥 무표정을 읽고 그냥 나왔어요, 저는.

     

    ◇ 김현정> 아니, 자신 때문에 연극계를 떠났다는 걸 지금 이분은 최일화 씨는 알았을 거 아니에요, 느낌으로?

    ◆ 피해자> 글쎄요. 저는 그것 때문에 제 꿈이 그 길로 완전히 사라졌잖아요. 그게 그 사람한테 제가 굉장히 분노를 느끼는 부분이에요.

    ◇ 김현정> 그러니까 피어보지도 못하고 그 일 때문에 꺾여버린 꿈인데 지금 20년이 넘도록 그 고통을 그럼 혼자만 알고 사과도 못 받고 이렇게 지내오신 거예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런 최일화 씨가 이 글 올라오기 전에 먼저 고백을 했습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길래 이런 글을 올리게 되신 거예요?

    ◆ 피해자>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서 저도 동참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밝혀도 어느 누구도 제 말을 인정하려고 안 할 것 같았고 그리고 용기 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잘못 내가 얘기했다가 혹시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지 않을까.

    처음에 글을 썼다가 몇 번 지웠어요. 그러다가 한 번은 몇몇 사실만 올리고 굉장히 그동안 힘들었다는 얘기를 했는데 주변에서 이니셜이라도 밝혀라. 되게 힘들었겠구나라는 글들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자진해서 그렇게 발표하는 걸 보고 나만 당한 게 아니라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사람들이 또 있구나. 그러면 이 사람은 자기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그런 것을 계속적으로 했던 그런 상습적인 사람이구나라는 것에 화가 나서 이제는 나도 동참을 해야겠다라고 결심을 하게 된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나의 성폭행 말고 성추행도 또 있었던 모양이구나. 아마 최일화 씨. 지금 우리 피해자분 음성변조도 하고 실명도 안 밝히셨지만 들으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겠네요, 상황들 들어보니까.

    ◆ 피해자> 제가 다른 매체하고 인터뷰를 했을 때 최일화 씨가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냐, 얼굴을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을 때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 김현정> 최일화 씨가 다른 매체하고 인터뷰하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났는데 어떻게 된 거냐 그랬더니 그 사람 누구인지 모른다 했어요?

    ◆ 피해자> 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이렇게 추행을 하고 폭행을 당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모르는 건지 아니면 자기의 죄를 감추려고 해서 모른다고 하는 건지. 제가 만약에 인간이라면 못 잊죠. 그 부분이 정말 저 역시 궁금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모를 수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이 성폭행 사실을. 알겠습니다. 지금 최일화 씨가 법의 심판을 나는 받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지만 2013년 이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물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이제 친고죄였는데 친고죄는 신고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미 그 기간을 지나서요. 어떤 방법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피해자분이 최일화 씨에게 바라시는 건 뭘까요?

    ◆ 피해자> 그 사람이 그런 글을 올렸더라고요.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몰랐고 무지했다. 그런데 지금 반성한다." 그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했던 행위였나 보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정말 깨우친다면 정말 평생 살면서 스스로한테 그 벌을 가하는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결국은 직접적인 사과를 한 번도 못 들으신 거잖아요.

    ◆ 피해자> 설령 그 사람이 정말 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 해도 지금은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해도 진심으로 여겨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 심정 알겠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공개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지금 투병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 피해자> 네. 그냥 계속적으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고 유방암이라는 건 완치가 없는 병이에요.

    ◇ 김현정> 유방암 앓고 계세요.

    ◆ 피해자> 그래서 큰 고비는 넘긴 상태고 그렇게 나쁜 상태는 아닙니다.

    ◇ 김현정> 그 일이 있은 후에 정신과 치료도 받으셨다고 제가 들었고 지금 또 투병생활 중이시고 이런 것들이 다 혹시 그 일 때문은 아니냐라는 이런 너무나 큰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고 계시는 거네요.

    ◆ 피해자> 저는 내 인생이 그것 때문에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정말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고 제 꿈도 있었는데 그 꿈도 사라졌고.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도 저 자신한테 굉장히 죄책감을 느끼고 살았고 이게 제가 음성변조를 요구한 것도 이게 그날 폭행이었다면 음성변조를 안 하겠지만 성폭행이라는 건 굉장히 치명적이거든요, 여자한테는. 저는 잘못이 없었는데 저한테 자꾸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거죠.

    ◇ 김현정> 힘내시고요. 지금 과거에 성추행 사실을 자진 고백했기 때문에 그래도 자진고백한 사람이 폭로 당한 사람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마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도 좀 들고요. 미투 운동, 도대체 우리 사회의 성폭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피해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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