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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선 하차 논란 EBS '까칠남녀', 결국 조기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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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대안 검토했지만 최종 합의 의견 도출 못 해"

    지난 5일 오후 11시 35분 마지막으로 방송된 EBS '까칠남녀'. 아래는 은하선 칼럼니스트 (사진='까칠남녀' 캡처)

     

    바이섹슈얼(양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은하선 작가에 대한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로 논란에 중심에 선 EBS '까칠남녀'가 결국 조기 종영했다.

    EBS는 6일 공식입장을 내어 이같이 밝혔다. EBS는 "지난 1월 12일 담당 CP는 특정 출연자(은하선)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고 자체 판단하고 법률 검토를 통해 출연 정지를 결정했다. 출연자의 하차 후 다른 고정출연자들이 동반하차를 결정했다. 제작진은 남은 방송의 정상화를 위하여 출연진을 설득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된 의견을 도출해 내지 못하게 됐다"고 조기 종영 배경을 설명했다.

    EBS는 "'까칠남녀'가 계획한 대로 방송을 마치지는 못하지만,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그동안 이루었던 일련의 성과가 덮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BS는 끊임없이 이 숙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시청자 여러분이 주신 다양한 의견을 방송에서 수렴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EBS는 담당 CP(류재호 부장)의 최종 판단하에 은하선 작가의 하차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시 EBS가 근거로 든 민원 2가지는 다음과 같다.

    은 작가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을 붙여 전화번호를 누르면 3천 원 후원금이 결제되는 퀴어문화축제 후원 번호를 '까칠남녀' 담당 PD 연락처라고 게시한 것, 2016년 1월 9일에 '사랑의 주님'이라는 제목으로 예수 십자가 모양의 딜도(자위행위 기구) 사진을 올린 것이다. 각각의 민원인은 전자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후자를 기독교와 가톨릭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정출연자들이 녹화 보이콧을 선언하고, 여성·성소수자·언론·교육시민단체들이 EBS 앞 시위를 벌이며 하차 철회를 촉구했지만 '까칠남녀'는 결국 2주 앞당겨 조기 종영을 하게 됐다.

    다음은 EBS 공식입장 전문.

    '까칠남녀' 조기 종영 결정에 따른 EBS의 입장

    ◦ '까칠남녀'는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성 혐오에 의한 범죄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과 성 역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자는 기획 의도로 지난해에 편성되었습니다.

    ◦ 방송법이 규정한 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대적 소수자와 이익 실현이 힘든 계층의 이익이 반영되도록' 살피는 것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공적 책무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EBS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 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그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도록 힘써 왔습니다.

    ◦ 한 사회의 성숙도는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습니다. EBS는 소수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우리 공동체를 보다 성숙한 사회로 이끌 것이라고 믿습니다. <까칠남녀>는 이러한 범주 안에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까칠남녀' 제작진은 공동체 유지의 기본 덕목인 '인권 존중'과 '다름의 존중'의 가치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려 했습니다. '까칠남녀'처럼 다양한 신념과 가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신념과 가치체계에 따라 이해하는 방식과 수용의 폭이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까칠남녀'는 최소한의 접점을 찾아내서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점을 찾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 때로는 시청자의 과분한 격려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날 선 질책을 받기도 하면서 '까칠남녀'는 이제 1년여의 방송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지난 1월 12일 담당 CP는 특정 출연자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법률 검토를 통하여 출연 정지를 결정하였습니다. 출연자의 하차 후 다른 고정 출연자들이 동반 하차를 결정하였습니다. 제작진은 남은 방송의 정상화를 위하여 출연진을 설득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된 의견을 도출해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까칠남녀>는 안타깝게도 2월 5일까지만 방송됩니다.

    ◦ '까칠남녀'가 계획한 대로 방송을 마치지는 못하지만,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그동안 이루었던 일련의 성과가 덮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EBS에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사회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EBS는 끊임없이 이 숙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시청자 여러분이 주신 다양한 의견을 방송에서 수렴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하겠습니다.

    ◦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EBS에게 기대하는 시대정신에 맞는 사명을 충실히 다할 수 있도록 시청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EBS는 우리 사회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바람직한 공동체가 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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