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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골칫덩이된 'e나라도움', 폐지냐 개선이냐



문화 일반

    문화예술계 골칫덩이된 'e나라도움', 폐지냐 개선이냐

    거세지는 현장 반발에 기재부는 시스템 재정비에 초점, 양측 평행선

    지난달 31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e나라도움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조은정 기자)

     

    문화예술계에서는 '블랙리스트' 만큼이나 정부 보조금 정산 시스템인 'e나라도움'이 뜨거운 감자다. 'e나라도움'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정부의 모든 보조금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문화예술계에서 반발이 거세다. 소액 보조금 사업이 빈번하고 당사자가 많은 문화예술계에서는 시스템 도입으로 현장에서 엄청난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는 단순히 '불편하다'는 차원을 넘어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적폐'로 규정했다. 또한, 정부 지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해야한다며 시스템 유예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 등은 현장의 혼란을 인정하면서도 문화예술계만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시스템 정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재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도 미묘하게 달라 혼선이 거듭되는 가운데 정권 차원의 결단이 요구된다.

    ▷ 복잡한 보조금 시스템에 '멘붕', 사업포기 속출하고 행정업무 마비

    'e나라도움'은 지난해 1월 보조금법이 개정됨에 따라 근거가 마련돼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복잡하고 난해한 시스템에 문화예술계는 말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예산을 집행하고 정산할 때에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많을 뿐 아니라 아무리 소액이라도 모든 지출에 대한 정산을 꼼꼼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운영하는 콜센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문화예술인들이 실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계 9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스템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73%에 달했고, '사업 포기도 고민했다'는 응답도 58%나 됐다.

    공연기획자 박인혜 문화상인보부 실장은 "카드 결제가 잘못돼 이를 고치는데 무려 6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다"며 "담당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정산보고가 밀려있어 공연기획자들도 다음 공연을 준비하지 못하고 대기중"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미술작가인 양철모 믹스라이스 작가는 "e나라도움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행정행위로 받아들이게 해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예술가들을 움직인다고 해도 창작자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기재부의, 기재부에 의한, 기재부를 위한 법이다"며 "현장에서는 이미 시스템 도입 이후 2700억의 예산이 절약돼 기재부가 이 제도를 없애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반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예술위 실무자는 "지난해 저 혼자 440개 단체를 맡아서 해야했다. 올해는 1000개가 될지도 모른다"며 시스템 도입으로 생긴 과도한 행정 업무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이어 강력 반발, 부처는 떠넘기기 급급

    특히, 블랙리스트로 충격에 빠진 문화예술계에서는 e나라도움을 통해 국가의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장)은 "공급형, 국가주도형 문화사업의 문제가 블랙리스트로 드러난 상황에서 이 부분이 지원시스템과도 연결되고 있다"며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라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국가의 태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새로운 문화예술 지원 정책 논의 과정이 마련될때까지 시스템 사용은 폐기하거나 유예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시스템 재정비에 초점을 맞추며 무마에 나섰다. 기재부 담장자인 고정삼 시스템운영팀장은 현장의 혼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멘붕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 팀장은 시스템 적용을 예외로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통일, 안보 분야에 비밀유지 대문에 예외조항을 둔 것"이라며 시스템을 유지,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재부와 문체부의 미묘한 입장차도 감지된다. 문체부 담당자는 "문화예술계 보조금에서 'e나라도움' 적용을 받지 않게 하려면, 기재부 관할의 보조금법을 전면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부처 권한은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 측은 "문화예술 분야 지원금을 정부 보조금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문체부가 움직일 일"이라며 문체부에 공을 떠넘겼다.

    결국 이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하게 꼬여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TF를 꾸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함께 보조금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논의와 문화예술 지원의 근본적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재 소장은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현장이 참여하고 심도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TF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국고보조금에 대한 개념 등을 재정립하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테이블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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