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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소리'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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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개소리'는 무섭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7일 밀양합동분향소를 방문해 분향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사진=울산CBS 이상록 기자)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지껄이는 당치않은 말을 두고 ‘개소리’라 한다. 사람들은 이런 개소리를 들을 때마다 ‘헛소리’로 여겨 한 귀로 흘려버린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프린스턴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는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고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2005년 출간된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라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고 보면 ‘개소리’와 ‘가짜뉴스’는 본질적으로 같다. 그는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진실의 편도 아니고 거짓의 편도 아니라면서 자기 목적에 맞도록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두고 벌어진 여야 정치인들의 막말은 개소리의 전형이다.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은 그야말로 개소리다.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인 현송월이 지난 21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남한 것과 밀양 세종병원에서 일어난 화재하고 어떤 사실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민생은 뒷전이고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말이나 “구정(설)을 앞두고 화재사고가 또 일어날 것”이라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말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먼 악의적인 가짜뉴스다. “이 직전 이곳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한번 봐야겠다”고 말한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말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세종병원 화재와 그 전에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 대표와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인가. 병원 화재 참사를 놓고 저급한 색깔론을 동원해 앞뒤가 맞지 않는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선동적인 책임을 묻고, 황당한 미래 예측까지 한다. 이 모든 것이 정치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꾼들의 개소리 전법이다.

    헛소리쯤으로 여기는 ‘개소리’와 ‘가짜뉴스’가 먹혀드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 데 있다. 가뜩이나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제 그런 수고를 한단 말인가. 철학자 톰 챗필드는 ⟪뉴필로소퍼⟫(NewPhilosopher) 한국어판 창간호에 실린 자신의 글 <페이크 뉴스="">에서 가짜뉴스가 먹혀드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 이거 본 적 있어?’를 외치게 하는 자극적인 말(정보)은 서로 공유하는 데 매우 호의적인 반면 ‘잠깐! 잠시 멈추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신중한 자세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헛소리쯤으로 여기는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개소리를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이 나면 사람들은 법적인 책임까지 묻지만 개소리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그러다보니 개소리를 하는 정치꾼들은 안 먹히면 그뿐이니까 물불 안 가리고 떠든다.

    개소리가 위험한 것은 효과가 생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자기의 주장을 강력하게 인지시키는 도구로서 개소리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 톰 챗필드는 “진실은 거짓말에는 대항할 수 있지만 개소리를 만나면 탱크를 공격하는 종이 화살 같은 꼴이 된다”며 개소리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 기념 메시지에서 “가짜뉴스(개소리)는 사탄의 속임수”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가짜뉴스에 속은 첫 번째 사례로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를 들면서 개소리의 위험을 경고했다. 교황은 가짜뉴스야말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권력에 대한 갈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보면 개소리는 태초부터 우리와 함께한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개소리를 해대는 정치꾼들을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개소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과연 개소리를 하는 자는 탱크이고 개소리에 대항하는 시민들은 종이 화살일까. 이런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시민들이 개소리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개소리는 무섭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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