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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연체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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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

    대출금 연체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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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벌적 연체이자율 내리고 대출 원금부터 갚을 수 있게 해줘야

    (사진=자료사진)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게 되면 연체 이자가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불어나면서 채무자는 헤어나기 힘든 빚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연체 시 가산 되는 '징벌적' 성격의 금리가 채무자 처지에선 가혹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서 약정 금리 연 3.5%, 10년 만기로 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받은 경우를 가정해 보자.

    우리은행은 그동안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7%, 3개월 이상이면 8%의 가산금리를 부과했다.

    이를 적용해 보면 대출을 받은 첫 달부터 연체를 한 경우 연체 이자는 월 원리금 98만 8,858원에 대해 약정금리 3.5%에 가산금리 7%를 더한 10.5%의 이자율을 적용해 8,652원이 된다.

    두 달째 연체하면 다시 두 달간의 원리금 197만 7,716원에 대해 연체 이자는 10.5%를 적용해 약 2만 5,956원이 된다.

    그러나 석 달째로 접어들면 연체 가산금리가 8%로 올라 적용 이자율은 11.5%가 되고 적용 대상도 석 달치 원리금이 아닌 대출금 1억 원 전체에 대해 적용되면서 연체 이자는 무려 91만 8,260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가 시작된다.

    넉 달째부터는 대출원리금과 연체이자를 합한 금액이 다시 연체 이자율을 적용하는 모수(母數)가 되면서 연체이자의 규모는 계속 커지게 되고 이후 연체가 1년 동안 계속된다면 1년치 연체 이자만 약 736만 원이 된다.

    당연히 이와는 별도로 대출원금 1억 원과 여기에 약정이율 연 3.5%를 적용해 산출되는 이자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결국 연체가 1년간 지속되면 대출 원리금에 연체 이자를 더해 1억 원이던 빚이 1억 1천만 원을 쉽게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물론 연체가 12달 지속되도록 은행들이 그냥 이 채권을 쥐고 있지는 않는다.

    연체기간 3개월 이상이 되면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이를 대부업체 등 추심업체들로 팔아 넘긴다.

    이 부실 채권이 추심업계로 넘어가면 업자들의 채권 매입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금액은 더 늘어나게 돼 채무자는 재기를 꿈도 꿀 수 없는 빚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런 실정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난 달 8일부터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채무자의 재기를 돕겠다"면서 연체 가산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연체기간 3개월 이하에는 3%로 기존보다 4%를 낮추고 3개월 이상은 5%로 기존보다 3%를 낮췄다.

    바뀐 연체 이자율로 위 사례의 연체 이자를 다시 계산해 보면 3개월 연체 이자는 기존보다 약 35만 원이 줄어든 56만 8,446원이 되고, 1년치 연체 이자는 435만 원으로 기존보다 297만 원이 줄어든다고 우리은행 측은 설명했다.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들은 통상 대출금이 연체되면 한 두 달만 기다려주고 이후엔 약정금리에 6~8%의 연체 가산금리를 더해 15% 가량의 이자를 대출금 전체에 대해 물린다.

    연체 시 가산금리는 미국이 3~6%, 프랑스는 3%, 독일 2%, 영국은 0~2%, 캐나다는 0%로 금리 책정에 있어서 선진국들은 채무자의 사정이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채무자 보호 보다는 금융회사의 손실 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떼이게 된 만큼 어딘가에서 돈을 구해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발생하고, 연체된 채권을 관리하기 위해 추심을 의뢰하거나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등으로 다른 직·간접적 비용도 부담하게 된다.

    그래서 연체 가산금리를 이렇게 높게 잡을 수 밖에 없다고 은행들은 설명해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하지만 실제로는 높은 이자율 때문에 연체로 인한 손실을 뛰어 넘는 수익이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김영일 연구위원은 지난해 9월초 열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통해 "연체 시 주요 비용항목과 대출금리 산정체계 등을 함께 고려할 때 현행 연체 이자 수준은 비용 요인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행의 연체 이자율 부과는 연체 채권의 정상화를 오히려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은행 수입에서 연체 이자로 인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아 연체 이자율을 인하하더라도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채무자는 연체를 할 경우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고 추심으로 인한 상환압력 증가 등으로 금융활동의 제약이 커지며 은행이 담보권을 실행하면 집을 잃거나 헐값에 팔게 돼 자산 손실을 입는 등 재무적·경제적 곤경이 심해지기 때문에 연체 이자를 내린다 해도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고 김 위원은 밝혔다.

    대출금을 연체하면 채무자의 처지가 어려워지는 또 다른 이유는 ‘변제 순서’다.

    채무자가 다시 돈을 일부 갚더라도 변제의 순서는 은행이 연체로 인해 쓰게 된 비용 -> 대출금 이자 -> 대출 원금 순이어서 원금 자체를 갚아나가기가 힘들게 돼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장 민간 자문기구였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 달 내놓은 최종 혁신 권고안에서 "(연체시) 상환 금액을 일률적으로(비용->이자->원금) 충당토록 하여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과다한 채무 불이행자를 배출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차주의 연체 상황을 고려하여 변제 순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면서 구체적으로 "금융회사가 정상 대출로 복원할 수 있는 변제 순서를 설명하고 차주가 유리한 변제 순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지적들을 받아들여 현재 연체 가산금리를 내리고 변제 순서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당초 이 방안을 지난해 11월중에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연체 가산금리 개선 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달 20일 전후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연체 가산 금리를 3~4% 내렸기 때문에 정부의 최종 방안에선 3% 정도의 가산금리 인하와 변제 순서 개선이 내용에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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