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으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년) 전시회가 열린다. 20세기 최고의 예술가이자 조각가로 꼽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모더니즘 정신의 정수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상징적인 작품 '걸어가는 사람'과 죽기 직전에 작업한 '로타르 좌상'의 유일무이한 원본 석고상이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 작품은 자코메티의 대표작으로, 평생을 통해 깨달은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들어있다. '걸어가는 사람'은 2010년 2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걸어가는 사람'
전시 마지막 공간인 '묵상의 방'에서 만난 '걸어가는 사람'은 온 몸이 가느다랗게 말라 금방이라도 부스러질것같은 앙상한 형제를 가지고 있다. 서있기도 힘들것 같은데 걷는 이유는 뭘까? 이게 피할수 없는 인간의 고된 운명일까? 끔찍한 전쟁을 겪은 후 길을 잃어버린 인간은 그래도 살아내야만 하기에 끝없이 걸어나가야 한다는 자코메티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알베르토 자코메티 '로타르 좌상'
전시 말미의 한 공간에는 작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조각한 작품 '로타르 좌상'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방탕한 생활로 인해 자코메티에게 돈을 빌리는 처지가 된 사진작가 엘리 로타르(1905~1969)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마치 자신을 빚어 놓은 듯한 이 작품을 통해 삶의 마지막 비통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은 모두가 패배자이다"
이번 자코메티 전시작품 평가액은 2조1000억원대로 조각 원본이 온 대규모 전시다. 120여점 이상의 작품이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그의 아버지 작업실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기간(1960~1965년) 동안의 예술적 성취 과정을 연대기처럼 보여준다. 조각 작품 외에도 인물 드로잉과 페인팅, 사진, 원고 등 다양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돼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자코메티가 작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 초기 시절부터, 아내, 동생, 지인들 등 주변인을 모델로 삼은 이유와 그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해주는 해설사의 입담이 관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자코메티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업했던 약 7평 공간의 작업실도 재구성돼있다.
알베르코 자코메티 특별전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4월 1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