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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적폐 수사, '한탄' 아닌 '수사'로 말해야 하는 이유



법조

    국정원 적폐 수사, '한탄' 아닌 '수사'로 말해야 하는 이유

    (사진=자료사진)

     

    북풍 사건에 안기부 X파일사건, 수많은 도감청 사건에 댓글 사건까지.

    국정원은 그 많고도 굵직굵직한 수사를 받으면서도 당최 왜 변하지 않는 것일까.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자긍심은 어디 간 채 '적폐'로 몰린 것일까.

    사실 국정원은 안보와 국가이익을 위해 없어선 안될 조직이다. 모든 업무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상당한 업무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넘는 일들이기도 하다. 1조 가까운 예산을 영수증이 필요없는 '특수활동비'로 지원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우리가 극장에서 접하는 CIA 관련 첩보영화가 모조리 '허풍'인 건 아니다. 실제로 정보 요원은 작전중 붙잡히면 소속을 발설하지 않고 '침묵 모드'에 들어간다.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정보 조직 본연의 생리다.

    이런 요원이 출소하면 기관은 다시 그를 채용한다. 뿐만 아니라 그가 수감돼있는 동안 가족에게 월급도 지급한다. "기관이 이런 체계를 갖추지 않는다면 어느 요원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냐"는 반문에 일정부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담장을 넘나드는 국정원의 경계선은 오직 '국가이익과 안보' 뿐이란 점이다. 안보를 위한 일에 "법을 위반하지 말고 작전을 수행하라"고 지시하긴 어렵다. 군인에게 총을 주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얘기다.

    안보와 국가 이익을 위한 일에 함부로 '메스'를 들이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정보기관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은 '국가 안보'보다는 '정권 안보'를 좇다가 검찰의 단골 손님이 돼버렸다는 게 세간의 중론이다. 기실 국정원에는 '정치인'이 너무 많았다. 그들은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분탕질한 다음 본인과 세력의 출세를 위해 '정치 공작'을 서슴치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에서 활약한 이헌수 전 기조실장과 추명호 전 국장이 대표적인 '정치인들'이다. 국정원 내부에서도 소문이 파다했다. 그들의 파워는 원장이 바뀌어도 끄덕 없었다. 검찰 등 다른 분야에서 1·2·3차장이 갔지만 상당수는 그들의 손바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검찰이 댓글수사를 벌이자마자 2013년 4월 국정원 파견검사를 감찰실장에 앉혔다. 구속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이다. 당시 원세훈 사건으로 쪼들리지 않았다면 국정원이 파견 검사를 요직인 감찰실장직에 앉히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파견 검사도 국정원에서 '법과 원칙'을 망각했다는 사실이다. 불법과 합법이 횡행하는 공간에서 그들은 "안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장호중 전 감찰실장은 냉정하게 거부해야 했다. 검찰 내부에서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던 그가 불법을 거부했다면 동료검사의 죽음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국정원 파견검사였던 김모 차장검사의 행동 또한 기가 차긴 마찬가지다. 동료검사들이 수사 받는 와중에도 추명호씨와 우병우씨 변호인 등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자임했다.

    (사진=자료사진)

     

    오죽하면 검찰 내부에서 "장호중 전 검사장 이후 파견검사들이 국정원 직원과 '형제'처럼 지낸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정원 갔다온 사람들끼리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속살을 다 헤집어 본 검찰 수사팀은 이런 현실을 보고 개탄했을 것이다. 검찰은 "(수사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정보 공작정치와 군의 정치개입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고 밝혔다. 엊그제 내놓은 입장문에 그들의 감정과 탄식 소리가 묻어있는 듯하다.

    물론 수사 검사들은 정치공작의 심각성을 직접 들여다본 뒤 '비명'을 지르고 싶었을지 모른다. 두 말이 필요없는 일이다. 정보기관의 공작정치는 반드시 종식시켜야 한다. 국가 이익과 안보를 위해 종사해야 한다.

    하지만 수사 검사가 "공작정치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나선 것은 과도하다. 좀더 과도하게 말하자면 오만이 느껴진다. 검사는 수사로 말해야 한다. 공작정치에 종지부를 찍는 건 궁극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몫이다.

    일반 국민과 수사 검사간 이해의 간극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본디 수사란 환부를 드러내는 고통스런 작업이다.

    그럼에도 수사 검사가 그 뒷감당까지 모두 완벽하게 처리해야 할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부담만 된다. 그 몫은 국민에게 남겨주면 될 것이다.

    분노만 하다간 반드시 '역습'이 뒤따른다. 검찰은 '반 보'만 앞서가되, 국민과 조직 역량을 되돌아 보는 일을 항상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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