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세월호가 바다 위로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던 올해 3월을 기억해 본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1073일의 기다림 끝이었다.
세월호를 마주한 많은 국민들의 반가운 눈물 뒤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자리했다.
이렇게 쉽게 올라오는 세월호인데 왜 그리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했던가 하는 의문이었다.
'세월호 7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 정부가 혹시 의도적으로 세월호의 인양을 방해한 때문 아니냐는 물음표가 고개를 들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세월호 인양을 세 차례나 연기했다.
그랬던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자 세월호 인양 방침을 깜짝 발표했고 이내 세월호는 바다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마치 한쪽이 내려가면 반대쪽이 올라가는 시소(seesaw)처럼 세월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돼야만 올라올 수 있는 운명이었던 셈이다.
결국 세월호는 가라앉은 게 아니라 무능한 정부에 의해 수장됐던 것이고, 인양된 것이 아니라 참다못해 스스로 떠오른 것일 수 있다.
세월호의 아픔 속에 감춰진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해수부가 또 다시 사실을 은폐하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들을 분노케 만든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지난 주 세월호 선체에서 사람 뼈를 발견하고도 닷새 동안이나 쉬쉬하며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양승진 교사의 유가족이 유픔을 건네 받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유해도 없이 장례식을 치렀다.
뼈 한 조각만이라도 찾겠다며 지난 3년 여 동안 진도 팽목항과 목포 신항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운 가족들이다.
만일 유골 수습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장례식이 엄수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선체에 대한 추가 수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을 것이다.
실제로 해수부가 23일 보직에서 해임된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유골 발견 사실을 공개할 경우 다음날로 예정된 장례 일정이 늦춰지게 되는 점을 고려해 비공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물의를 일으킨 김 부본부장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한 인사로 비판받아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지연시켜 온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결국 상상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번 유골 은폐 파문은 무책임한 공직자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덮어질 수는 없다.
미수습자 가족의 아픔과 국민적 실망을 씻기 위해 공직사회 전체가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옆으로 드러누운 세월호를 똑바로 세운 다음에도 미수습자 수색과 선체 조사를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또한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통과돼 세월호 관련 모든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도록 정치권도 적극 나서야 한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