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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사망 학부모 "우리 아이가 마지막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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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실습 사망 학부모 "우리 아이가 마지막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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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산업체 현장실습 사고 중태 이민호군 열흘 만에 숨져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받다 사고를 당해 숨진 이민호(18) 군의 장례식장 (사진=문준영 기자)

     

    "다른 학생들이 우리 민호처럼 희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민호가 마지막이었으면…"

    지난 19일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받다 사고를 당한 이민호(18) 군이 숨을 거뒀다. 이군의 어머니 A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게 해 달라"고 목 놓아 울었다. 어머니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민호는 지난 9일 오후 1시 50분쯤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음료 제조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었다. 같이 실습을 받던 다른 학생이 민호를 발견해 직원에게 알려 구조했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민호는 열흘 동안 중환자실에서 고통을 견디다 끝내 사망했다. 사고로 제2경추와 흉골이 골절됐고, 폐좌상이 왔다. 이로 인해 뇌가 손상됐고 급성 호흡 부진이 일어났다.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과 심폐 정지였다.

    민호 어머니는 사고가 나기 전날인 8일 민호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 "저녁을 먹고 또 오후 8시 30분까지 연장근무가 있다는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을 몰랐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전에는 다른 직원들이 저녁 먹으러 가면, 자기는 저녁을 안 먹고 일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어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마음이 굉장히 아프고 화가 나니까, 밥 먹을 때는 먹고 하지, 왜 그러냐고 물었어요. 민호는 '그날 물량 맞출게 있었다'고 말했어요. 기계가 잠깐 오류도 많이 나고 고장 나고 멈춰버리고 하니까. 그럴 때 손봐서 바로 또 기계를 돌린다는 말도 했었어요. 추석 전에는 민호가 작업장에서 기계 고치러 올라갔다 떨어져서 갈비뼈를 다쳐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어요."

    지난 19일 오후 9시 제주시내 장례식장에서 열린 입관식 (사진=문준영 기자)

     

    장례식장에 있던 민호 이모 B씨는 "왜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느냐"고 울먹였다. B씨는 "산업체도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이 제도를 만들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교육청이 가장 밉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9시 제주시내 장례식장에서 민호의 입관식이 열렸다. 현장에는 민호의 가족들을 비롯해 학교 친구들과 후배, 제주도교육청 장학사와 학교 관계자, 산업체 직원 등이 참석했다.

    민호의 학교 후배는 "정말 착하고 후배들을 잘 챙겨주던 형이었는데…이렇게 되니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민호는 1학기를 마친 뒤 지난 7월부터 동료 학생 5명과 해당 산업체로 현장실습을 갔다.

    업체와 학교가 맺은 현장실습 표준 협약서 (사진=문준영 기자)

     

    학교와 업체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서에는 현장실습 기간과 장소, 방법, 사업주의 의무와 현장실습생의 권리, 의무와 수당 등이 자세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업체는 실습생들과 따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장례식장에 있던 공장장 김모씨는 "민호의 업무는 자동화 설비의 흐름을 파악하고, 오류가 나면 직원에게 보고하는 일이었다"며 "지게차 면허증이 있어 운반 일도 함께 시켰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학생도 일반 직원처럼 동일하게 혜택을 받게 하고, 복리후생 차원 등을 적용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의 고용창출을 위해 정말 좋은 뜻으로 산학 협력을 체결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다"며 "현재 회사 대표도 충격을 받아 병원 응급실에 갔다"고 덧붙였다.

    해당 산업체는 민호가 사고를 당한 뒤 학교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는 다른 학생의 연락을 받고서야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조치에 나섰다.

    공장장 김씨는 "사고 경황이 없어서 학교에 연락을 취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학생들은 사고 발생 뒤 곧바로 귀교조치 됐다.

    민주노총제주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고 있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그동안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왔다. 전공과 맞지 않는 업무에 배치되어 교육의 취지를 벗어나거나 사업장 내 취약한 현장실습생의 지위에서 위험·기피 업무에 배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실습생들이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10년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주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던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사망했다. 올해에는 기피업무에 배치돼 극심한 업무스트레스를 받던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현장실습생이 숨졌다"며 "사업장내 취약한 지위에서 위험업무에 내몰리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제주본부는 "지역 내 인권단체와 청소년 단체, 학무모 단체, 교사단체 등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번 사고의 발생과정과 원인규명,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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