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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목소리 좋네, 성우해'란 말 참 싫었죠"

    50년 성우인생 마침표 찍은 양지운 "성우란 직업 영원히 존재할 것"

    성우 양지운(사진=SBS 제공)

     

    대한민국 성우계를 떠받쳐 온 거목이 마이크를 내려놨다. 만 49년을 성우로 살며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양지운(69)이 은퇴한 것이다.

    그는 지난 30일 밤 방송된 SBS '생활의 달인'을 끝으로 반 세기 성우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만 10년간 505명의 달인 이야기를 전했던 그는 제작진을 통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양지운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벌써 은퇴했어야지. 너무 늦었다. 시원섭섭하다"며 크게 웃었다. '시원과 섭섭 중 어느 쪽이 더 큰가'라는 물음에는 "섭섭이 크죠"라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1969년 TBC 성우로 입사해 지금에 이른 양지운은 로버트 드 니로, 해리슨 포드, 멜 깁슨, 알 파치노 등 당대 명배우들의 목소리를 전담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성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로버트 드 니로, 해리슨 포드, 멜 깁슨 등은 독특한 연기자들이어서 그 캐릭터를 나름대로 충분히 연구해야만 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들은 상당히 까다로운 연기자예요. 리얼리티와 섬세함을 동시에 살려내는 덕에 연기인지 생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으니까요. 그것을 목소리로 커버해야만 했죠. 입모양만 맞추는 더빙이 아니라 표정, 감정 등을 목소리 하나로 표현해야만 했습니다. 영어로 하는 말을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와 억양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정말 많이 고민했죠."

    양지운은 "시청자들로부터 '더빙 떄문에 원작을 망쳤다'는 아픈 비판을 받을 때는 일견 서운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그 말이 맞다고 여겼다"며 "그러한 평가를 받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무진장 노력하고 고민했던 시기의 연속이었다"고 복기했다.

    "동료들과 함께 더빙할 때도 '저렇게 표현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죠. 하지만 그들에게 일일이 요구할 수도 없는 입장에서, '나만이라도 제대로 표현하고 감정을 살리자'라는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 " '개성 없다'는 비판 들을까봐 항상 두려웠다"

    양지운이 최근 마지막 방송으로 SBS '생활의 달인' 녹화를 마친 뒤 제작진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사진=SBS 제공)

     

    양지운하면 1980년대 후반 TV에서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600만불의 사나이'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저에게 그 작품은 외화 더빙에 있어서 하나의 획기적인 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그 더빙을 하면서 또 다른 변화, 힘있는 연기와 더불어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정을 함께 실어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고민이 컸습니다. 성우는 의상, 분장을 안하잖아요. 목소리만으로 그 모든 변화를 줘야 한다는 데 제일 고민이 컸죠."

    그는 "시청자들로부터 '저 사람은 그게 그거 아니야?' '개성이 없어'라는 비판을 들을까봐 항상 두려웠다"며 "1980년대 초 국내 방영된 미국 형사 드라마 '스타스키와 허치'의 경우 배한성 씨와 콤비를 이뤄 녹음을 했는데, 성장의 큰 발판이 됐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갈수록 성우들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현실에서, 양지운은 "아마도 성우라는 직업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희망의 당부를 건넸다.

    "'목소리가 좋으니, 울림이 좋으니 성우하면 되겠네.' 저는 이 소리가 참 듣기 싫었어요. 성우는 앵무새가 아닙니다. 모든 연기는 결국 언어에서 출발해요. 성우는 그 최전선에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양지운은 "그렇기 때문에 성우는 목소리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을 전달하는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며 "아픈 지적이지만 '지금도 성우가 있어?'라는 말을 들을 때 더욱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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