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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조희연 특수학교 논란, 진실은 이렇다



교육

    김성태-조희연 특수학교 논란, 진실은 이렇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지역주민이 특수학교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학교용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짓는다는 것은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장애인 학부모들만 앞세워 놓고 수수방관만 하던 조 교육감이 우연한 계기로 여론몰이가 형성되자 여론 뒤에 숨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끝장토론하자."(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놓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 사이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조 교육감이 학교용지인 공진초등학교 폐교 부지 대신 마곡단지 대체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기로 해놓고 막판에 변심해 공진초 부지를 고집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공진초 부지에는 국립한방의료원을 지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특수학교는 마곡단지로 옮겨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조 교육감은 '학교용지에는 학교만 지을 수 있는만큼 공진초 부지에는 한방의료원을 지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대체부지 적극 검토했나?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특수학교 설립지역으로 공진초 폐교 부지 대신 마곡단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지난 2014년 서울교육청이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행정예고를 하자 주민 1천여명이 반대의견을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그 대안으로 공진초 부지에서 1.4km 떨어진 마곡단지에 대체부지를 찾으려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5년 두차례에 걸쳐 땅 주인인 SH공사에 마곡단지내 특수학교 설립부지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2016년에도 서울시와 SH공사에 부지 제공을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SH공사는 그때까지만 해도 대체부지 제공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15년 10월 SH공사는 서울교육청에 보낸 회신에서 "(마곡)택지 매각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특수학교 신설시 조성원가가 상승하고 수분양자의 민원 우려를 고려해 (서울시교육청의 부지제공 요청을)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성태 의원, 박춘란 당시 서울시부교육감 등이 마곡 대체부지 제공 여부를 놓고 담판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마곡단지 대체부지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지난해 9월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행정예고했다.

    서울시교육청 신재홍 학교지원과장은 "2014년 이후 주민 반대가 심해 마곡으로 특수학교 위치를 변경하는게 가능한지 서울시와 협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마곡 대체부지가 불가하다는 서울시의 회신이 있어서 지난해 8월에 공진초 부지 설립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이후 공진초 부지 특수학교 설립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의에서 공진초 부지 특수학교 설립 승인을 받았고 올해 2월에는 설계비를 배부하고 7월에는 설계공모에도 나섰다.

    하지만 김성태 의원은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에 마곡 대체부지를 끊임없이 요청해왔다는 것. 김 의원의 말대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월에도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마곡단지내 식물원 부지 일부를 학교용지로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 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에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불가능할 경우 마곡대체부지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조 교육감과 서울교육청이 막판에 변심했다"는 김 의원 측 비난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서울시와의 협의는) 서울교육청의 의지가 실린 것이 아니다"며 "민원해소와 국회의원의 요청사항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9월까지 마곡 대체부지 제공에 부정적이던 서울시가 10월 들어 갑자기 입장을 바꿔 마곡 대체부지를 논의하자고 전화를 걸어왔다"며 "논의를 하려면 대체부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이 필요하다고 해서 보내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문을 보내고 하루 뒤에 SH공사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했지만 회의 분위기가 별로 긍정적이지 않아서 서울시교육청으로서는 계획대로 공진초 부지 설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진초 부지에 설립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마곡 대체부지로 설립지역을 옮길 경우 그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테고 그렇게 되면 특수학교 설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은 "마곡단지 주민들의 반발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그쪽도 내 지역구인데다 거주지와도 2,3km 떨어져 있어 주민반발도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 반발 키운 복지부 한방의료원 타당성 조사

    주민들이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세우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발전' 때문이다. 공진초 부근이 서울에서도 낙후된 지역인데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설 경우 인근 지역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은 조선시대 명의인 허준의 탄생지인데다 동의보감을 저술한 곳이고 허준박물관과 대한한의사협회도 있어 지역 정체성에도 특수학교보다는 한방의료원이 적합하다는 것.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주장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립한방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 예산을 편성하면서부터다. 당시 복지부는 조사예산으로 2억원을 책정해 국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듬해인 2016년 4월에는 20대 총선이 있었다. 김성태 의원은 총선공약으로 '공진초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을 내세웠다. 18대와 19대 총선에서는 국립한방의료원 공약은 없었다. 대신 한방백화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그 장소는 공진초 부지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김 의원은 "한방의료원 설립에 대해 한의사협회에서 나에게 끊임없이 얘기해왔다"며 "그래서 공진초가 폐교된 뒤 공약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방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예산이 끼워넣기 예산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가 자체편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복지부도 "자체 판단으로 타당성 조사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복지부가 공진초 부지에 한방의료원 설립타당성 조사를 하면서도 정작 서울시교육청에 공진초 부지 활용계획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복지부의 타당성 조사결과는 지난해 12월에 발표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미 공진초 부지를 특수학교 설립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뒤였다.

    복지부는 올 2월까지도 서울시교육청이 마곡 대체부지에 특수학교를 짓는 것으로 생각했다. 복지부는 당시 작성된 국립한방의료원 설립 관련 보고서에 '서울시교육청이 마곡대체부지 동의'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김성태 의원실을 통해 전해들은 사항"이었다며 "올해 3월에 서울시교육청에 정식으로 공진초 부지 활용계획에 대해 문의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서울시내 한방의료원 설립 후보지를 선정하는데도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후보지 4군데 가운데 3군데는 연구기관이 선정했으나 공진초 부지는 복지부가 직접 '찍어' 연구기관에 내려보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한의학계로부터 처음부터 공진초 부지를 제안받았다"며 "조사 전에는 공진초가 폐교 상황이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복지부가 공진초 부지를 타당성 조사 전부터 주요 후보지로 생각했고 조사 결과도 공진초 부지가 한방의료원 설립 타당성 1위로 발표되자 지역 주민들은 '공진초 부지=한방의료원 설립지'라는 공식이 머리 속에 박히게 됐다.

    (사진=노컷V 영상 캡처)

     

    하지만 올들어 서울시교육청이 공진초 부지 특수학교 설립을 본격화하자 "서울시교육청이 국립한방의료원을 빼앗아 가려한다"는 현수막까지 붙이며 강력 반발에 나서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RELNEWS:right}

    7월과 9월에 있는 주민토론회는 주민들의 이같은 박탈감'이 폭발하는 자리가 됐다.

    결국 강서구 특수학교 공방은 중앙정부의 허술한 일처리와 지역의 발전요구, 교육당국의 일관성 없는 행정이 뒤엉킨 결과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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