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무대, 화도(양옆 보조무대)…상수·하수(관객입장에서 오른쪽·왼쪽) 등 공연장 용어까지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최웅집 춘천 아트페스티벌 총감독
왜색논란이 계속됐던 국립극장 대극장이 최근 왜색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강원도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공연무대가 여전히 일본 전통공연장을 본 딴 모습에 머물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더구나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공연장 담당자들도 적지 않아 인식 개선도 시급한 걸로 보인다.실제 공연예술인들이 느끼는 문제점은 어느 정도인지, 춘천 아트페스티벌 최웅집 총감독과 함께 알아봤다.
다음은 최웅집 총감독과의 일문일답.
◇박윤경>지난 주, 춘천 아트페스티벌 시작 때도 뵈었는데… 축제는 잘 진행하셨나?
◆최웅집>많은 분들이 좋아하셨고, 날씨도 문제없어 잘 끝났다.
◇박윤경>오늘이 광복절인데… 공연장의 실태를 들어보니… 우리 문화가 아직도 일제의 잔재를 다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공연 예술계에서는 이 부분이 계속해서 지적돼 온 문제라고?
◆최웅집>그렇다. 왜색이 남아있다는 부분도 있지만, 필요치 않은 공간과 구조가 남아있어 불편함을 초래한다.
춘천아트페스티벌 최웅집 총감독(사진=최원순PD)
◇박윤경>공연 예술계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항들이더라도 공연장을 짓는 공무원이나 담당자들은 (이것이 일제 잔재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최웅집>공연장을 한 번도 안 가보신 분들도 회전무대를 알고 있고 이것을 꼭 있어야 하는 기능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은 1년에 한번 돌아갈까말까한 구조물이다. 그 무대가 마루를 잘라내 동그랗게 만들어 돌아가는건데, 잘라내다 보니 사이에 틈이 벌어져있다. 턱도 생기고. 이런 부분 때문에 불편하다. 회전무대가 꼭 필요한 공연이라면 그 무대가 있는 공연장으로 가던가, 임시로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도 천편일률적으로 주 무대 가운데 만드는 것은 생각없이 그냥 따라하는 것 같다.
◇박윤경>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척도인 국립극장조차 여전히 일본 카부키극장을 본뜬 모습이라는 게 안타까운데, 그래도 조만간 왜색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한다는 건 고무적이다?
◆최웅집>이미 오래전에 했어야 하는데, 왜색이 됐든 미국색 유럽색이 됐든 장점있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쓸모가 별로 없고 사용빈도도 없는 회전무대 만들면서 불편한 게 많은 거다.
◇박윤경>많은 공연장에 존재하고 있는 무대 양옆 보조무대… 이것 역시 가부키극장의 양식인데… 이 공간은 공연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활용?
◆최웅집>가부키에서 비롯된 화도, 일본어로 '하나미찌'라고 부른다. '오이스타트'라는 무대 미술가와 공연장 건축가들의 모임이 있는데, 여기서 무대 용어나 극장 용어를 각 나라별로 정리를 했다. 그런데 하나미찌라는 공간은 유럽에는 없어서 일본어를 그대로 영어로 표기한 고유명사가 됐다. 문제는 우리가 가부키를 안 하는데도 그 무대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국립극장 대극장이 화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지어진 다른 국장들이 벤치마킹을 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모든 극장이 국립극장 대극장 카피라고 보시면 된다.없어도 되는 공간인데, 굳이 있으니까 활용을 하기는 한다.스피커를 올려놓는다던지 연극에서는 등퇴장을 그리로 한다든지, 있으니까 쓴다. 하지만 서양식 액자무대를 벗어나는 공간이기에 정리가 덜 된 느낌을 준다.
객석에서 무대를 오르 내리는 계단 연결부위로 사용되는 무대 공간. 전문가들은 일본 가부키 공연장의 화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고민없이 일본 공연장 형태를 답습해 설계에 반영해 현재까지 중요한 쓰임없이 남아있게 됐다고 주장한다.(사진=진유정 기자)
◇박윤경>공연장뿐만 아니라 공연 용어에서도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들었다. 어떤 용어들이 쓰이고 있나.
◆최웅집>일제 강점기 겪었기 때문에 건축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쓴다. 대표적인 것이 방향을 얘기할 때 서양에서는 배우를 기준으로 오른쪽을 오른쪽으로 하자라고 정했는데 일본에서는 관객입장에서 오른쪽을 상수, 왼쪽을 하수로 부른다. 그리고 한국도 그렇게 쓴다. 일본어로는 가미떼, 시모떼. 이렇게 부르는데, 우리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상수, 하수라는 말을 요즘도 쓴다. 메인커튼도 얼굴 면자를 써서 면막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일본에서 온 것이다. 메인커튼도 어차피 영어이긴 하지만, 어쨌든 면막이 일본에서 온 용어다.
◇박윤경>한편… 공연장 자체로는 수준급이지만,그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최웅집>구 춘천 어린이회관 야외무대가 그렇다.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작품. 본래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지었는데, 이 야외무대가 굉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공연에 꼭 필요한 기능을 잘 살렸다.
◇박윤경>구 어린이회관, 현 상상마당의 야외무대… 어느 정도나 좋은 무대였는지?
◆최웅집>야외 공연무대에 필요한 조건이 있는데 갖춰진 곳이 많이 없다. 먼저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차단이 돼야 한다. 판토마임이나 무용, 작은 소리가 나야하는 클래식연주 공연이 그런데, 구 어린이회관 야외무대가 그 조건을 갖췄다. 또, 빛으로부터 차단돼 있다. 이런 곳이 많이 없다. KT&G 상상마당 야외공연장이 외부로부터 빛이나 소리가 차단될 수 있는 것이 객석 뒤편 산으로 인한 건데, 최근 그 산에 체육시설을 짓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변화가 생기면 소음이 들릴 게 되고 만다.
◇박윤경>최근 막을 내렸던 춘천 아트페스티벌도 그런 좋은 무대를 살리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이 됐었다고..
◆최웅집>지금은 냉난방 시설장비가 건물 외부로 노출돼 공연이 불편하게 됐다. 그리고 원래는 무대를 연장해서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뒤로 연장할 수 없게 기둥도 박혀있고, 소화전 시설 배전판이 무대위 높이로 1미터짜리 세 개가 노출돼 있다. 장애물로 인해서 무대를 연장할 수 없게 바뀌었다.
한국에는 이만한 무대가 없고, 프로그램만 받쳐준다면 춘천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 곳인데 안타깝다.아비뇽 페스티벌의 경우, 전 세계 공연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인데, 메인공연장이 옛날 교황청 자리였던 중정에 임시로 무대바닥을 깔고 객석을 설치해서 하는 그런 공연장이다. 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 비하면 아무 곳이 아닌데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연극축제 야외무대이다. 그런 것에 비하면 어린이회관은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박윤경>회전무대, 보조무대가 일본의 잔재인지… 또 구 어린이회관 야외무대가 그렇게 훌륭한 공간인지…사실 잘 몰라서 이렇게 흘러온 부분도 없지 않다.더 많은 분들이 이런 내용을 알고, 인식을 달리하는 게 가장 시급하지 않을까.
◆최웅집>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그 공간을 써야한다. 구 어린이회관도 원소유자였던 춘천시나 강원도에서도 행정이 나서서 공연장을 활성화하고, 예술가들이 창작공연을 할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박윤경>예술인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낼 필요성도?
◆최웅집>잘 안 들려서 그렇지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90년대 전국 순회공연을 많이 했던 '겨레의 노래'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어린이회관 야외무대, 심지어 캐노피 위에서 시낭송을 하기도 했다. 그 아름다운 건축을 이용해 연출이 된 거다. 춘천 인형극제도 여기서 시작됐고, 마임축제에서도 많이 활용했다. 재즈 페스티벌을 자라섬에서 하기 전에 춘천에서 90년대 중반에 이곳에서 시작했었다. 행정지원이 끊겨서 3회 하고 끝났는데 아쉽다.
◇박윤경>우리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오늘 나눈 얘기들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말씀 감사.지금까지 춘천 아트페스티벌 최웅집 총감독이었다.시사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