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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활로 모색하는 시민단체 "'순수' 패러다임 바꿔야"



사건/사고

    재정 활로 모색하는 시민단체 "'순수' 패러다임 바꿔야"

    [빈 주머니, 길 잃은 시민 담론 ③] 악순환 떨치기 위해서는 영리성‧독립성에 새 시각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민단체들의 주머니 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위기감을 느끼는 선에서 멈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사명감'으로 버티는 그들이만, 이제는 재정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시민단체의 열악한 현재를 조명하는 한편 이들이 준비하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최저임금 인상 반기지만… 시민단체 "어쩔 수 없이 눈앞이 캄캄"
    ② 자금줄 '바싹' 마른 시민단체… '희생정신'도 한계
    ③ 재정 활로 모색하는 시민단체 "'순수' 패러다임 바꿔야"


    '오래도록 건강한' 재정을 만들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의 재정 운영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자료사진)

     

    ◇ 저마다의 재정 고민, 실험적 시도로 맞서다

    지역 공동체 '민중의집' 정경섭 대표는 기부를 판다. 온라인 휴대폰 판매점인 '피플모바일'을 운영하는 정 대표는 그 이윤 중 일부를 소비자가 직접 지정하는 곳에 기부한다. 요컨대 소비자들에게 '능동적 기부'를 판매하는 셈이다.

    정 대표는 "휴대폰 판매 후 남는 이윤 20만 원 가량에서 70%를 소비자가 직접 지정한 기부처에 전달한다"며 "소비자가 물건에 대한 이윤을 인지하고 이윤 배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작은 민중의집 재정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정 대표는 "민중의집을 운영하며 회원들의 회비에만 의존하다보니 상근 활동가들의 임금 수준이 열악해졌다"며 "자연스럽게 기부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서 시민사회 재정 사업을 전문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회비를 낼 회원들을 '육성'해낸다. 김순복 대표는 "일반 회원들의 연회비는 3만 6천 원 정도인데, 이것으로 단체 재정을 충당하기는 어렵다"며 "문화 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발굴해내는 사업을 진행해 글쓰기, 서예 등을 하는 여성들을 육성해내는 한편 공동 전시회를 열게 돕는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육성된 회원들은 단체의 주요한 '축'이 됐다. 김 대표는 "해당 회원들에게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차등적인 회비를 받는데, 이런 식의 체계가 잘 구축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교육까지 가미하는 한편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하는 데 보탬이 돼준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이제 더 이상 막연히 회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회비를 '만들어내기'에 앞장선다.

    ◇ '무조건 회비'는 NO… 다양성 인정하며 활로 추구해야

    회비는 일종의 기부다. 그런 점에서 '순수 회비'에만 의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 그 일환으로 시민단체의 미래지향적 설계를 위해서 '정부지원금 제로'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중앙‧지방정부 등 '대관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승훈 사무처장은 '거버넌스', 곧 민관이 협동하는 다원적 경영시스템을 '정책에 박수를 치는 일'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 고민하고 공익적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일 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는 데 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정책을 만들어 놓고 변화의 여지가 없을 때 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아무 의미 없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공익적 업무를 하기 위한 단체가 등록을 마치면, 최초 1명의 상근자에 대한 인건비를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서구 시민사회의 발전은 활동가란 직업군에 대한 법적 인정과 정부의 충분한 지원을 통해 가능했다"며 "단체의 가치와 맞는다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전략적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논의의 범위는 최저임금을 넘어선다. 활동가들의 정당한 임금 수준, 나아가 장기적 재정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아직 전통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정선애 센터장은 최근 취업준비생들에게 면접 복장을 대여해주는 '열린 옷장'을 예로 들었다. 열린 옷장은 수익을 추구하되 공익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업을 하는 '하이브리드기업'의 예지만 세무당국은 이를 수익사업으로 간주해 부가가치세를 매긴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하이브리드기업은 이미 외국에서 활발히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주제"라며 "시민단체의 주요 주제가 취약자에 대한 돌봄서비스, 상담, 교육 등이었을 땐 이러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런 새로운 종류의 공익 활동이 생겨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재정적 활로를 모색하는 데엔 갖가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시작일 수 있다. 정 센터장은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선 중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마련"이라며 "시민단체를 두고 '수익이 발생하면 안 되고, 배분해도 안 되는' 식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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