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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들려준 '옥자'의 숨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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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들려준 '옥자'의 숨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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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 ②

    29일 전국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한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 (사진=NEW 제공)

     

    '설국열차'(2013)에서 머리칸과 꼬리칸으로 대표되는 철저한 계급 사회를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담아낸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는 유전자 조작과 공장식 동물 사육에 대한 풍자를 담은 '옥자'(2017)로 돌아왔다.

    영화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동물 친구 옥자를 다국적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렌할, 스티븐 연, 변희봉 등이 출연한 '옥자'는 29일 넷플릭스와 전국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전작에 비해 어두운 색채가 줄어들고 보다 경쾌한 리듬을 갖게 된 배경에서부터 옥자를 왜 소문자(okja)를 표기하게 되었는지, 유독 봉 감독 영화에 자주 나오는 '밥 먹는 씬'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보았다.

    (노컷 인터뷰 ① 사랑스러운 '내 새끼'와 팔리는 '고기', 그 사이의 '옥자')

    ◇ '옥자'의 이야기는 SF가 아닌 '이미 와 있는 현실'

    식량난 해결, 질 좋은 고기 제공 등 장밋빛 미래를 내세우며 유전자 조작 돼지를 기르고 실험하는 기업 미란도는 영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악'이다. 물론 현실에도 미란도는 있다. 글자 그대로 친환경을 의미하는 초록색의 이미지, 방문객에게 배타적인 회사 분위기, 사설 병력을 활용하는 것 등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설정들을 실재하는 기업에서 따온 것이다.

    "(미란도는) 여러 나라에 (영향력이) 뻗쳐져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회사다. 산골마을에 있는 미자라는 소녀와 맨하탄 한복판에 있는 루시는 사실 현실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캐릭터인데 다국적 기업의 네트워크 때문에 기구한 스토리로 만나게 된다. '설국열차'에서 기차가 그런 역할을 했다면 옥자에서는 루시의 그 회사가 만남의 뼈대를 이루는 것이다. 결국 미란도가 '옥자'라는 영화의 유니버스(우주)를 이루지 않나. 우화적이다, 동화적이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은 되게 현실적인 얘기다. 조금만 찾아봐도 우수수 나온다. (…) '옥자'는 SF 영화는 아니라는 거다. 바로 코앞에 닥쳐 있는 문제에 대한 얘기다."

    영화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져가되 어딘가 조금은 미쳐 있는 듯한,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미란도의 CEO 루시(틸다 스윈튼), TV쇼 진행자 죠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 동물해방전선 멤버들(폴 다노, 스티븐 연 등)까지 멀쩡해 보이는 인물을 찾기 힘들다. 일부러 영화의 톤을 만화스럽게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캐릭터를 다소 전형적으로 만든 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었다.

    "영화에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 않나. 캐릭터 숫자가 많을수록 그 인원들이 정리돼서 관객들의 머릿속에 들어오려면 명확하고 단순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 사람만 나오는 영화라면 그 사람의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지만, 여럿이 나오면 단순해도 명쾌해져야 한다. 그래야 (인물의) 지형도가 빨리 파악된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미자와 옥자 외에는 다들 좀 제정신이 아니게 그렸다. (그들을) 둘러싼 세상도 미쳐 돌아가는 느낌이었고. ALF(동물해방전선) 애들도 좀 이상하지 않나. 의도는 좋고 말은 번지르르한데 실수도 많이 하고 좌충우돌하고. 미쳐 돌아가는 정점에 있는 게 제이크 질렌할(죠니 윌콕스 역)이다. 쇼 비즈니스 세계에 쩔어 있는, 불쌍한 인물인데 제이크에게도 (요란하게)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원래 조용하고 내밀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데 은근히 이런 연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웃음) 관객들이 보기에 극단적, 만화적이라고 느낄 수 있으면 오히려 그게 다행스럽다. CG 캐릭터인 옥자가 가장 절제돼 있고 사실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옥자가 만화(비현실) 같이 느껴지면 완전히 영화가 실패하는 것이니까."

    ◇ '옥자'는 왜 okja였을까

    봉 감독이 4년 만에 들고 온 영화여서인지 '옥자'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디테일에 강해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지닌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또 어떤 장면을 넣어 관객들에게 '숨은 1㎝'를 찾는 재미를 선사할지도 관심 포인트였다. 벌써 SNS 상에서는 어떤 장면이 패러디이고 풍자였는지 분석하는 글이 쌓이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영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지점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극중에서 미자 역을 맡은 배우 안서현 (사진=넷플릭스 제공)

     

    우선,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 배우의 장면에서 모든 것이 통으로 CG인 장면이 있다. 스턴트 우먼조차도 할 수 없는 것들은 CG의 힘을 빌려 표현했다. 봉 감독이 기억하는 장면만 최소 4씬이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좀처럼 유추해내지 못하자 봉 감독은 "답이 안 나오는 걸 보니까 아직까진 안도의 한숨을 쉬어도 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자가 입고 있던 잠바, 그의 머리카락마저도 모두 CG였다고 한다. CG이지 않을까 했던 장면은 의외로 대역이었다.

    "미성년 배우('옥자' 촬영 당시 안서현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에게 위험한 액션을 시키진 않았다. (대역을 위해) 한국에 있는 스턴트 우먼을 만나보니 키가 크고 어깨도 넓은 경우가 많아 중국까지 가서 찾았다. 아기 엄마이신데 몸집이 정말 조그만 분이다. 액션도 잘하시고. (추격씬에서) 트럭에 매달린 모습, 절벽에서 쫙 미끄러지는 모습은 다 그분이 한 것이다. (절벽씬에서 몸 쓰는 연기는 스턴트 우먼이 하고) 딱 일어나면 안서현이 있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스턴트 페이크였다. 그래서 현장이 되게 웃겼다. 7테이크밖에 안 갔다."

    둘, 극중 미란다 자매(루시 미란다, 낸시 미란다 두 배역을 모두 틸다 스윈튼이 연기했다)의 컬러가 있다. 바로 핑크와 그린. 의도적 연출인지 묻자 봉 감독은 "예리하다. 영화 전체의 팔레트였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의 미란도는 심볼부터 녹색이지 않나. 그런데 돼지(슈퍼 피그) 프로젝트는 루시 것이고. (영화 후반에 담배 피우는 장면에서) 낸시가 녹색, 루시가 핑크 담배를 피우는데 이건 다이아나라고 뉴욕 소품 담당하시는 분이 준비했다. 담배 색이 다양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셋, 미자와 동물해방전선의 통역을 돕는 케이(스티븐 연)가 일부러 통역을 틀리게 해 미자를 뉴욕에 오게끔 만들 만큼 '미스커뮤니케이션'을 개그 코드로 쓴 '옥자'에는, 영화 자체에서도 한글 대사와 영어 자막이 다른 경우가 있다. 영화 초반 추격씬에서 케이가 미자에게 "내 이름은 구순범이야"라고 하는 대사가 영어 자막으로는 "영어를 배워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야"라고 나타난 것.

    "(그 장면에서 아무 말 없이) 그냥 점프(한강으로 뛰어드는 씬이었다)하면 허전할 것 같다고 해서 몇 가지 대사를 해 봤다. 그때 나온 게 '내 이름은 구순범이야'였는데 (스티븐 연이) 그게 되게 좋다고 하더라. 원래 ALF가 실명을 안 쓰고 블론드, 실버, 레드, 제이, 케이 이렇게 하지 않나. 왜 구순범인가. 그건 모르겠다. 옥자를 능가하는 촌스러운 이름이길 바랐다. 이게 썰렁한 유머라서 웃기보다는 망연자실해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걸 (정석대로) 영어 자막을 넣으려니 번역이 불가능한 거다. 그래서 아예 다른 대사를 쓴 것이다. 존 론슨의 아이디어였는데 저도 괜찮은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나중에 (미자가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영어책을 딱 보지 않나. 스토리적인 연결 지점도 있다."

    봉준호 감독 (사진=NEW 제공)

     

    넷, '괴물'도 '옥자'도 밥 먹는 장면이 엔딩이고 '살인의 추억'에도 "밥은 먹고 다니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밥 먹는 씬'은 봉 감독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는 '흘러가는 대로 쓰다 보니' 나온 결과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는 잘 인지 못한 것 같다. 왜 그랬지? (웃음) '괴물' 때는 컨셉을 갖고 배치했던 것 같긴 하다. 되게 중요한 먹는 씬들이 몇 개 있다"며 "'괴물'도 가족에 관한 얘기였는데 (식사씬을 통해) '옥자'도 가족의 느낌을 환기한 것 같다. 식구라는 것을 표현하는 게 가장 쉽고 명쾌한 방법인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옥자 영문 표기가 소문자인 이유는 "예뻐서"다. 그는 "사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대문자로 하면 j의 동그라미가 사라지더라. 영화 시작할 때 j의 동그라미가 내려오면서 시작하는데. 대문자 OKJA라고 하면 딱딱한 느낌도 있고, 왠지 좀…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옥자'는 모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마치 2편을 예고하는 듯한 모양새로 마무리된다. 이것은 봉 감독의 의도였다. 하지만 '옥자' 속편을 직접 제작할 생각은 없다고. 그의 차기작은 기생충을 다룬 작품으로 아직 채 완성되지도 않은 시나리오를 보고 송강호가 출연을 수락해 화제를 모았다.

    "쿠키 영상은 속편의 도입부처럼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할 생각은 없다. '설국열차'도 TV 파일럿 찍는데 제게도 제의가 왔었다. 오리지널 감독이 (속편) 하면 좋다고 해서. 근데 거절했다. 다시는 기차 안 탄다고. (웃음) 지구상에 있는 많은 속편이나 시리즈를 폄하하는 건 아니고, 사실 저는 하고 싶은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들이 많다. 7, 8개가 적체돼 있다. (이 속도로 만들면) 환갑, 70세 전까지 몇 편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다. 속편으로 제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새로운 걸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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