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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정유라는 정말 엄마만 따라다닌 철부지였을까



뒤끝작렬

    [뒤끝작렬] 정유라는 정말 엄마만 따라다닌 철부지였을까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교정당국 불허로 어머니 최순실 씨 면회에 실패한 정유라 씨가 9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정농단 사건 주범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신병 구속을 놓고 정씨와 검찰이 글자 그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씨는 모든 형사적 책임을 엄마에 떠넘기고 천방지축 철부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서울 남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엄마 최씨를 면회하겠다며 면회 약속도 잡지 않고 길을 나섰습니다. 언론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며 따라붙었습니다.

    결국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구치소를 나오며 정씨는 "(교정당국에서) 지금 법률상 어머니를 만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합니다. 정씨가 엄마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연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철부지'라 그런 걸까요, 아니면 '자신이 정치 보복의 희생양'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 행동일까요?

    국정농단 사건을 쭉 지켜봐왔지만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노승일씨는 정씨를 '럭비공'이라고 칭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씨를 노씨와 함께 보호했던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정 씨는 '엄마인 최씨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20대 초반 아이 엄마'로 생각됩니다.

    정씨는 학력이 중졸에 불과하지만(청담고,이화여대 입학취소) 매우 '영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죄인 인도협정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올때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기자: 삼성의 승마지원이 본인에 대한 특혜라고 생각 안 했나?

    정씨: 딱히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돌이켜보니 어머니한테 들은 게 있어 (뭐라고 하던가?) 삼성전자가 또 승마 지원하는 데 6명 중 한명이라고 해서 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기자: 과거에 '돈도 실력'이라는 발언을 한 적 있다. 국민들에게 할 말 있나?

    정씨: 그건 정말 그때는 내가 어리고, 그때 제가 좀 다툼 있어서 그때... 돈으로만 말을 탄다는 말을 많이 듣고 그래서 욱하는 어린 마음에 썼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죄송하다. 지금 저도 애도 있는데 그 애가 나가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기자: 뇌물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대통령에게 할 말 있나?

    정씨: 어쨌든 이런 일에 제가. 딱히 드릴 말 없고. 나도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사실이 별로 없어서 이거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도 잘 연결되는 게 없을 때도 있다.

    정 씨 인터뷰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공판에서 변호인단의 입장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삼성측 변호인들은 "삼성그룹이 승마지원을 한 것은 정씨 개인을 위한 게 아니고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승마선수단 6명을 지원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재판에서 시종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 씨만 지원한 것이라면 해 보나 마나한 재판이 되니까요.

    또 "돈도 실력'이라며 염장 지르는 발언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고객을 푹 숙였습니다. 이 모든 발언이 잘 짜여지고 조율되고 훈련된 그런 발언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씨는 20살의 철부지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가족의 집안 내력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정치적 DNA와 감각'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엄마를 보겠다며 무작정 구치소로 달려가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과연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요? 적어도 한 번쯤은 구치소에 물어보지 않을까요? 더욱이 그녀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을 대동하고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는 정씨 행동을 보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갖게 됩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의 고민이 큽니다.

    덴마크 올보르 법원은 정 씨를 5개월간 구금한 뒤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시켰습니다. 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검찰은 정 씨를 소환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법원은 영장을 기각해 버렸습니다.

    자진귀국을 하지 않고 버티는 정 씨를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애써 강제 귀국시켜 영장을 청구했지만 '불구속 재판 원칙'에 따라 법원이 정 씨 영장을 기각해 버린 겁니다.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장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정유라)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보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법원의 영장기각 골자는 '정 씨가 증거를 인멸할래야 더이상 인멸할 증거가 없을 만큼 수집됐기 때문에 구속 수사할 이유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검찰은 더이상 정씨에 대해 영장을 추가적으로 청구하지 말라는 사인입니다. 다시 말해 더이상 인멸할 증거가 없는데 현재의 범죄 사실 정도로는 추가 영장을 청구해도 소용이 없다라는 메시지라는 거죠.

    검찰은 매우 불편합니다.

    덴마크 사법당국은 자국 형법을 어기지 않았는데도 한국과 범죄인 인도협약에 따라 5개월간이나 구금하며 정 씨를 강제소환시켰는데 한국 법원은 '구속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하니 참 답답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검찰로서는 법원에 항변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합니다.

    "대통령까지 탄핵시킨 중대 범죄 연루자가 자진귀국을 거부하고 도망다니다가 소송에서 지니까 어쩔 수 없이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들어왔는데 증거인멸 우려 등이 없다며 영장을 기각해 버리면 조사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정유라가 증거를 인멸하든 도주하든 안하든 그것은 개인 마음 속의 문제이고 법적인 처분은 국민들이 다 쳐다보고 있다. 이게 자진귀국도 아니고 왔으면 조사를 마치게 하고 기소해서 첫번째 기일이나 두번째 기일에 본안 재판부가 판단해 보석을 하든지 석방을 해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영장 재청구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식으로 나오면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물론 영장전담 판사의 결정을 비난하기 어렵습니다. 법관의 판단은 영장사실에 기초한 것일테니까요.

    그러나 만약 정 씨가 국정농단 사건 초기인 올 1월 송환됐다면 과연 구속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분위기로 볼때 영장 기각은 좀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흘러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와 책임규명이 어느정도 이뤄졌고 국민의 분노도 가라앉았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결정이 나왔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교정당국 불허로 어머니 최순실 씨 면회에 실패한 정유라 씨가 9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 씨는 철부지가 아닙니다. 엄마가 처벌을 받고 사건이 어느정도 진정되었으니까, 혹은 '엄마가 죄지, 아이가 무슨 죄야'라는 '연민 의식'이 정 씨에게 법 처분을 관대하게 적용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면 이 또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정 씨는 엄마만 따라 다녔을까요? 정 씨는 엄마 최씨가 시키는대로 행동한 단순한 '아이'였을까요? 정 씨때문에 이대 총장을 비롯해 교수 5명이 구속됐습니다. 정씨는 학점을 받으려고 해당 교수한테 "교수님이 점수를 잘 주셨던대요"라며 아양도 떨었습니다. 또 교수가 "수업에 오지 않는다"고 하자 엄마와 함께 학교로 가 오히려 그 교수에게 면박을 주고 별짓을 다했습니다. 최종 수혜자입니다.

    그런데도 정 씨는 "나는 전공도 모릅니다"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처럼 놀랍도록 태연하게 행동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정 씨를 무조건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세월히 흘러 또는 '동정론' 때문에 혹시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수혜자인 정 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이 자꾸 희미해지는 건 아닌지 염려됩니다.

    어느 기자가 정 씨에게 물은 질문이 놀랍습니다.

    "정치 보복의 희생양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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