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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부들부들…발레, 우아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문화 일반

    온몸이 부들부들…발레, 우아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구박받기 싫어 데이트 ②] 발레 체험 클래스

    “또 자?” 주말마다 잠으로 피로를 푸는 남편이 못마땅했는지 아내는 오늘도 성을 냈다. 그렇다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 ‘또 영화냐’고 할 거면서. 일이 아니면 집 밖에 나가기 싫은 나는 찾아야 했다. 일과 데이트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을. 이 이야기는 더 이상 구박받기 싫어 데이트 코스를 찾아다니는 한 남편의 발버둥기(記)이다. 이름하여 ‘구박받기 싫어 데이트’.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펜 드로잉’으로 다시 만난 세상, 모든 게 새로웠다
    ② 온몸이 부들부들…발레, 우아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계속)

    “발레 한번 체험해 보실래요?” 지난달 24일 서울 소공동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진행된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관계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에이, 무슨 발레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관계자로부터 또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그 요청은 기억도 못한 채 흘려 넘겼을 것이다.

    그날 저녁 축제 관계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사모님도 발레를 배우셨다 하셨으니, 두 분이 같이 와서 체험해보세요.”

    거절하려던 차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하루 발레 체험 클래스를 수강한 후 기사로 쓰되, [구박받기 싫어 데이트] 기획에 넣으면 ‘일석 이조’겠구나. 아이템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잘됐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니나니뇨~’ 좋아졌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그들은 내게 미끼를 던진 것이고, 나는 그것을 확 물었다는 것을.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수강생들은 복장부터 시작해 몸을 푸는 모습까지 전문가의 포스를 풍겼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발레 체험 클래스’가 있는 3일 오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발레연습실. 수업 신청자 20여 명이 모두 여성임을 본 순간 잘못 왔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남자는 나 혼자뿐이었다.

    나 외에는 초심자도 없어 보였다. 절반 이상이 늘씬하고 키가 큰 게 무용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다리를 쭉쭉 찢어가며 몸을 푸는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게다가 발레복까지 입은 것을 보니, 최소한 어디서든 발레를 배워본 사람들이라는 건 확실했다.

    순간 나는 태도를 바꿨다. 체험하러 온 수강생이 아니라, 이 클래스를 취재하러 온 기자로 재빨리 변신했다. 함께 간 아내만 수업을 듣게 하고, 나는 뒤에 앉아 기사로 쓸 내용을 정리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내가 수업을 들었어도, 아무도 날 주목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발레 자체가 그리 여유로운 무용이 아니었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지영이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발레연습실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발레 체험 클래스'를 진행 중이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이날 강사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지영이었다. 김지영이 들어오자 수강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눈 모양이 ‘하트 뿅뿅’이었다. 어디선가 ‘우와~’라는 감탄도 터져 나왔다.

    그럴 만도 했다. 취미든 전공이든 발레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이 클래스를 신청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스타 발레리나 김지영이 직접 수업을 한다니, 이건 동네 축구교실에 박지성이 온 것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교육은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다. 김지영의 지시에 따라 수강생 20여 명은 각자 발레바를 잡고 섰다. 김지영은 다섯 가지 발 자세를 알려준 뒤, 자신의 동작을 따라하게 지시했다.

    ‘플리에, 바트망 탕뒤, 퐁듀, 에파세, 크로와제’ 등 평소에 듣지 못하는 발레 용어가 나왔지만, 발레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었기 때문인지 용어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다. 이론보다는 체험 위주의 수업이었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김지영은 몇 가지 동작을 '슥슥' 보여준 뒤, "이건 쉬우니까 할 수 있겠죠?" 하고 물었다. 마치 화가 밥 로스가 몇 번 붓터치를 한 뒤 "참 쉽죠" 말하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정말 기초 중의 기초 동작이었다"고 했다.

    발레를 공연으로 볼 때는 분명히 우아했는데, 이날 수업에서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연습 동작이 끝날 때마다 “후우~ 후우~” 소리가 들렸다. 마치 100미터를 전력으로 달린 뒤 나오는 거친 숨소리였다.

    동작은 멀리서 보면 여유로웠지만, 가까이서 보면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긴장돼 있었다. 김지영은 수시로 “엉덩이 조이세요, 무릎 붙이세요. 어깨는 내리고, 배에 힘 꽉 주세요. 턱은 살짝 들고요”를 외치며, “항상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발레를 흔히 물속에 있는 백조의 발에 비유하곤 한다. 수면 위에 떠 있는 백조는 고고하고 우아하게 보이지만, 사실 수면 아래에서는 분주히 발을 움직인다.

    김지영은 “내 몸에서 긴장이 안 되는 곳은 팔목과 목뿐이에요. 나머지는 다 긴장하세요. 그러면서 목은 긴장 안 한 것처럼”이라며, 힘들더라도 여유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도록 주문했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발레바에서 50분 정도 수업한 뒤, 이어 3개 조로 나뉘어 40여 분간 연속 동작을 가르쳤다. 수강생들은 무대 위에 선 것처럼 배운 동작을 그려나갔다. 김지영은 “동작이 틀려도 괜찮다. 자신감 있게 하라”며 계속 격려했다.

    1시간 30여 분의 수업을 지켜보면서 처음 알게 된 점은 발레 동작은 꼭 좌우를 번갈아가며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연습 동작을 하면 바로 왼쪽으로 바로 연습했다. 몸이 균형 있게 발전하기에 좋아 보였다. 대부분 동작이 허리와 목을 곧게 유지하도록 해 몸이 바르고 선이 예뻐지게 하는 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육 후 김지영에게 싸인을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수업이 종료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지영에게 펜과 종이를 들고 갔다. 옷에 싸인을 받은 사람도 있고, 발레리나를 꿈꾸는 한 어린이는 자신의 토슈즈에 싸인을 받았다. 또 김지영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도 펼쳐졌다.

    이날 진행된 발레 체험 클래스는 오는 8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제7회 대한민국 발레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페셜 클래스이다.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어올려 참여를 확대하고자 기획됐다.

    10일에는 남성 무용수인 발레리노 엄재용(유니버설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이 강의한다. 발레축제에서 남성 무용수가 진행하는 체험 클래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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