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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도의 소외감, 노동자들을 투신하게 하다

    [팍스콘: 하늘에 발을 딛는 사람들 GV]

    서대문구 근로자복지센터가 개최하는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가 올해로 5회를 맞았다. '노동', '노동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고 노동현실을 함께 되짚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보통 슈퍼우먼'이다. 낮은 곳에서 힘겨운 노동을 담당하며 육아노동까지 책임지는 '여성노동자'에 초점을 맞춰, 국내와 국외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CBS노컷뉴스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29~30일 양일 간 열리는 '보통 슈퍼우먼'의 상영작을 훑고, 영화의 메시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관객과의 대화'를 전한다. [편집자 주]

    제5회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둘째날의 마지막 상영작은 '팍스콘: 하늘에 발을 딛는 사람들'이었다. 혁신과 창조의 상징으로 불리는 '애플'. 애플의 아이폰 한 대가 소비자인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팍스콘: 하늘에 발을 딛는 사람들'에는 아이폰을 만드는 팍스콘 중국 선전공장에서 일하다 투신한 17세 소녀 티엔 위를 중심으로, 극심한 '소외감'을 겪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물건을 쓸 사람이 어떤 기분일지, 아니 일단 이 '단순 반복 작업'이 전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인지조차 알 수 없는 팍스콘 노동자들은 하나의 기계 부품으로서 작동한다. '인간성'이 거세된 상태를 견딜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급기야 투신을 결심하는데, 한 해에만 24명이 뛰어내렸다. 티엔 위는 살아남았지만 하반신이 마비돼 현재 고향에서 샌들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은 영화 상영 이후 이어진 GV에서 팍스콘의 작업장을 1~3차 산업혁명에서 나타난 노동환경의 '약점'이 집약되어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 저임금 장시간 노동+기계 부품화+노동 폄하가 만든 비극

    제2회 서대문구 노동인권영화제 '보통 슈퍼우먼'의 마지막 상영작 '팍스콘: 하늘에 발을 딛는 사람들'

     

    홍 소장은 "저 작업장(팍스콘 공장)을 보면 1~3차 산업혁명에서 노동자들에게 안 좋은 부분을 다 모아놓은 공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1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고통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다. 사람 취급을 못 받기도 한다. 고용이 불안정한데 욕을 들어먹는 것이다. 누구든 일이 너무 힘들어 몇 달 이상을 버텨내지 못한다. 남자들이 폭력을 쓰거나 술먹고 뻗어버리는 등 나름의 반항을 하는 상태에서, 공장주가 이용해 먹기 가장 좋은 대상이 여성과 아이들이다. 여성노동과 아동노동은 1차 산업혁명의 부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차 산업혁명은 중화학 공업으로 가는 산업화인데, 이때 일어난 중요한 변화는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다. 사람의 노동이 비인간화되어 기계적 작동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완전한 관료조직 안에서의 나사부품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밸류 체인 문제가 있다. 아이폰을 하나 생산한다고 해도 (많은 이익을) 애플이 가져가고 정작 공장 노동자들에게는 조금 떨어진다는 거다. 한 나라 안에서 물건이 생산되는 게 아니라 정보화, 탈산업화가 진행돼 생산과정이 길어지고 전세계적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부가가치'로 큰돈을 벌고, 가장 물질적인 사람들의 노동은 무지무지 폄하가 되며 극악한 상태가 된다"며 "저 여자분(티엔 위)이 뒤어내리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극도의 소외감일 것이다. 이 거대한 조직 안에서 완전히 홀로 떨어져 있으니까. 극악한 노동조건이 이렇게 섞여있다 생각하면 누가 견디겠나. (24명이나 투신한 팍스콘의 사례는)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시대에 노동이 처한 극악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우리는 다 실업자가 될까

    30일 오후, '팍스콘: 하늘에 발을 딛는 사람들' GV에서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왼쪽)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1~3차 산업혁명의 폐해를 돌아봤으니, 자연히 요즘 뜨는 '4차 산업혁명' 그 이후에 대한 궁금증이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롯해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4차 산업혁명'에 잘 대비할 적임자라고 외치고 있다. 미디어에서 너무나 자주 듣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그 '4차 산업혁명'. 물리적·디지털적·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기술융합의 시대, 그럼 더 이상 '사람의 노동력'은 필요하지 않게 되는 걸까.

    홍 소장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 4차 산업혁명의 결과를 전망하는 데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그렇게 확, 화끈하게 말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아직 혼란스럽고 확실한 게 없는데도 다들 '이게 조국의 나아갈 길'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볼 때 (4차 산업혁명 이후) 노동은 소멸할 것 같다. 다만 인간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자들을 다 밀어내면 모 아니면 도다. 인간이 기계만도 못한 존재가 되거나, 기계를 부리는 신 같은 존재가 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그동안은 인간-사회-사물-자연이 매개하기 위해 '일자리'란 개념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직접적·전방위적 관계를 맺는다는 게 기술혁신의 세계"라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누군가에게 고용돼서 일하는 형태가 '보편적'으로 변한 건 200~300년밖에 안 된다"며 "지금까지는 우리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사람이 인정하는 활동만 '노동'이었다. 이제 아무도 우리에게 돈을 주고 고용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인간의 어떤 활동이 사회적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를 얘기하고 그걸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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